높은 가격대에도 희소성 있어···MZ 각광받아경기 불황 속 '작은 사치'···'립스틱' 수요 대체세분화되는 소비자 니즈···향수 선택 폭 확대
최근 MZ세대(1980년대 초~2000년대 초 출생)를 중심으로 '니치 향수(소수의 취향을 위한 프리미엄 향수)'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고 있다. 니치 향수는 대량생산이 가능한 일반 향수 제품과 달리 고급 원료를 이용해 높은 가격대를 형성하고 있지만 자신을 위해 아낌없이 소비하는 MZ세대의 특성과 맞물리면서 선호도도 덩달아 높아졌다.
이는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 열풍의 결과이기도 하다. 소비자는 경기가 불황일수록 상대적으로 저렴한 립스틱을 구매하며 만족감을 얻었다. 그러나 남과 다른 특별함과 희소성을 추구하는 트렌드가 젊은 층 사이에서 새롭게 떠오르면서 니치 향수가 이러한 립스틱의 자리를 대체하게 됐다.
앞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에 따른 마스크 착용 장기화로 인해 수년간 색조 화장품 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동안 향수 시장은 전례 없는 호황을 누리기도 했다. 메이크업 대신 향수를 통해 자신만의 개성을 표현하기 위한 소비자가 늘어나면서다.
이러한 현상은 최근까지도 계속되고 있다는 평가다. 경기 침체 속 소비 심리 위축이 이어지고 있지만 젊은 층들을 주축으로 향수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시장 역시 가파른 성장세를 만들어내고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향수 시장 규모는 지난 2019년 6000억원에서 2022년 7469억원으로 24.5%가량 증가했으며 오는 2025년에는 9800억원으로 확대될 전망이다. 이 가운데 니치 향수의 비중은 약 90% 수준을 차지하고 있다.
이에 패션업계 사이에서도 다양하고 세분화되는 소비자 니즈를 충족시키기 위해 국내에 잘 알려지지 않은 신규 니치 향수 브랜드 발굴에 열을 올리고 있다. 니치 향수가 패션업계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의미로도 해석된다.
특히 이들 업체는 국내에서 수입 니치 향수 브랜드를 잇달아 독점 유통 계약을 체결하고 단독 오프라인 매장을 여는 등 관련 사업에 대한 포트폴리오를 넓혀나가고 있다.
니치 향수 사업 강화에 가장 적극적인 곳은 신세계인터내셔날이다. 신세계인터내셔날은 니치 향수 시장에 대한 성장성이 여전히 높다고 판단, 신규 브랜드를 적극 발굴·육성하고 있다.
세부적으로 보면 신세계인터내셔날은 지난해 6월부터 프랑스 니치 향수 '힐리'의 판매를 본격 시작했으며 같은 해 7월에는 이탈리아 럭셔리 프래그런스 브랜드 '쿨티'를 론칭했다.
이후 9월 이탈리아 뷰티 브랜드 '돌체앤가바나 뷰티'를 통해 프리미엄 향수 라인 14종을, 11월에는 프랑스 럭셔리 패션하우스 꾸레쥬의 '꾸레쥬 퍼퓸' 등을 선보였다.
작년 한 해에만 총 4개의 신규 니치 향수를 발 빠르게 선점해 라인업을 확대한 것이다.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도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리퀴드 퍼퓸 바'를 선보인 데 이어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아르헨티나 니치 향수 브랜드 '푸에기아 1833' 국내 1호 매장을 오픈했다.
LF 역시 최근 프랑스 니치 향수 편집숍 '조보이'를 통해 프랑스 니치 향수 브랜드 '소라 도라'를 국내에 론칭하며 사업 확대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는 향후에도 전체 향수 시장에서 니치 향수가 차지하는 비중이 더욱 커질 것으로 전망한다.
기획재정부가 대용량 향수 수요 증가와 여행자 편의 등을 감안해 올해부터 입국하는 해외 여행자의 향수 면세 한도를 기존 60밀리리터(㎖)에서 100㎖로 늘린 점도 긍정적이다. 이번 한도 상향은 지난 1979년 이후 44년 만의 첫 변화다.
업계 관계자는 "니치 향수 시장은 앞으로도 본인이 선호하는 향에 대한 높은 로열티를 형성하고 있는 기존 고객은 물론 새로운 젊은 고객들이 계속해서 유입될 것"이라며 "패션업체들도 이러한 마니아들의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신규 브랜드를 지속 선보이는 것은 물론 고객 접점을 늘리기 위한 방안을 적극 모색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윤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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