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기아 역대급 실적에도 외형 성장 '기대 이하'잇단 품질 리스크에 발목···전동화 흑자전환도 지연그룹 매출의존도 80% 육박···해외 수주확대 긍정적
29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매출액(연결기준) 59조2544억원, 영업이익 2조2953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4.2%, 13.3%씩 증가한 수치다. 준수한 성적이지만 당초 전망치를 밑돌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증권가의 연간 컨센서스는 매출액 59조9841억원, 2조4412억원이었다.
현대모비스의 지난해 성적이 기대에 못 미친 이유는 4분기에 반영된 일회성 품질비용 때문이다. 현대모비스는 지난해 3분기 모듈부문 830억원, AS부문 380억원 등 총 1210억원에 달하는 품질비용을 지출했다.
앞서 지난해 1분기 에어백제어장치(ACU) 리콜(700억원)에 이어 4분기에도 통합충전장치(ICCU), 전자제어유압장치(HECU), 쏘렌토 후방카메라 등에서 품질비용이 추가로 반영됐다. 이와 더불어 A/S부문에서도 토우 히치 하네스 관련 품질비용이 발생하며 수익성이 훼손됐다.
반면 현대모비스의 핵심 고객사인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해 27조원에 육박하는 영업이익을 달성하며 사상 최대 실적 기록을 갈아치웠다. 현대차(15조1269억원)와 기아(11조6079억원)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전년 대비 각각 54%, 60.50%씩 급증했다. 현대모비스도 올해 3분기까지 전년 동기 대비 29.7% 늘어난 실적(1조7721억원)을 이어가고 있었으나 품질 리스크에 고개를 숙였다.
이에 대해 문용권 신영증권 연구원은 "선제적인 품질비용 적립에 따라 올해는 품질비용 축소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한다"면서도 "하지만 지난 2년간 연간 2000~3000억원의 품질비용이 반영되고 있는데, 일회성이라고 하기엔 너무 자주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현대모비스 전동화 사업부의 적자행진도 계속되고 있다. 당초 업계는 배터리시스템(BSA)의 배터리 셀 조달 방식을 직접 매입에서 사급으로 전환한 전동화 사업부가 올해부터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했으나 수익성 제고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이다. 지난해 4분기 전동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3% 줄어든 2조5000억원으로, 사상 첫 역성장을 기록했다.
지난해 현대모비스의 모듈부문 영업이익은 전동화 부문의 부진으로 760억원 가량의 적자를 냈다. 증권가는 현대모비스의 모듈부문이 올해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경력직 충원에 따른 인건비 증가와 연구개발(R&D) 비용 상승, 전동화 부문 매출 증가 등이 예상돼서다. 수익성이 낮은 전동화 사업의 매출이 늘어나면 영업이익률이 더 낮아질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김평모 DB금융투자 연구원은 "전기차 수요 둔화와 가격 인하를 고려하면 현대모비스 전동화 부문의 수익성 역시 개선이 어려울 것으로 판단한다"며 "모듈 부문의 수익성을 보수적으로 추정해 올해 연간 영업이익을 기존 대비 7% 하향한 2조5540억원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김 연구원은 올해 현대모비스의 모듈부문 연간 손익이 -640억원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현수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투자 확대, 핵심부품 수주 증가는 미래 성장을 기대하게 하지만 길어지고 있는 수익성 정체는 아쉽다"며 "매출 급감, 전동화 부문 매출 확대, 물류비 급증, 일회성 비용 인식 등의 이슈가 있었지만 낮은 수익성이 지속될 경우 해당 부문 수주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다만 올해 상반기 안에 수소사업부가 현대차로 넘어가면 전동화 부문의 적자 규모도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배터리 셀 조달 방식이 사급으로 전환된 것도 이익 개선 폭을 끌어올릴 것으로 기대된다.
여전히 높은 현대차‧기아에 대한 매출 의존도도 이규석 사장이 풀어야 할 핵심과제 가운데 하나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현대차‧기아의 매출 비중은 각각 43.1%, 35.5%다. 현대차와 기아를 합친 매출 의존도는 78.6%에 달한다.
현대모비스가 생산하는 모듈 및 부품은 현대차‧기아뿐만 아니라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에도 납품되고 있다. 하지만 구체적인 물량이 확정돼 있지 않고 대내외적 경제환경 변화와 수요 변화를 정확히 예측할 수 없다는 게 회사측 설명이다.
현대모비스의 글로벌 완성차업체 대상 수주액은 지난 2021년 25억2000만달러에서 2022년 46억5000만달러, 지난해엔 92억2000만달러로 늘었다. 하지만 지난해 수주물량이 매출에 곧장 반영되진 않는 데다 현대차‧기아 대상 수주액 역시 늘고 있어 수주 비중이 달라졌다고 평가하긴 어렵다. 현대모비스는 일단 올해 93억4000만달러 규모의 해외 수주를 달성해 지난해 기세를 이어나가겠다는 방침이다.
조희승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여전히 높은 R&D(1조7000억원) 비용도 현대모비스의 수익성 개선의 폭을 제한하고 있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원자재 가격과 물류비가 안정화되는 추세"라며 "본업이 회복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수익성이 높은 해외 수주 확대도 긍정적"이라고 언급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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