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정상영업'···마트도, 전통시장도 '웃었다'

서초구 대형마트·SSM, 지난 28일부터 일요일 정상영업

마트 휴업일에 '슈퍼·식자재마트' 이용자 절반에 달해

서초구 인근 골목상권 "마트 주말 영업에 영향 없다"

이마트 양재점. 사진=김제영 기자

앞으로 서울 서초구에 위치한 대형마트는 매주 일요일마다 문을 연다. 서초구가 서울 자치구 중 처음으로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의 의무휴업일을 일요일에서 수요일로 변경하면서부터다.

지난 28일 오후 2시 서울 서초구 이마트 양재점에는 주말 장을 보러 나온 사람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일요일이 정상영업일로 바뀐 첫 날 인파가 몰리면서 매장 내부는 혼잡했고, 계산대 앞으로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넷째 주 일요일에 대형마트가 문을 연 건 주말 영업제한이 생긴 지난 2012년 이후 약 12년 만이다.

현행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르면 대형마트는 매월 이틀 공휴일마다 휴점을 해야 한다. 다만 지자체와 협의를 통해 휴무일을 평일로 변경할 수 있다. 서초구는 작년 말부터 유통업계와 상생 협약을 맺고 휴무일 변경에 합의했다. 이에 따라 이마트 양재점과 롯데마트 서초점 등 서초구 내 마트와 슈퍼 34곳은 매주 일요일 정상 영업하게 된다.

이마트 양재점으로 장을 보러온 시민들. 사진=김제영 기자

이마트 양재점 입구에서부터 '매주 일요일 정상영업'을 알리는 안내 문구가 눈에 띠었다. 입구는 물론 매장 곳곳에서도 관련 안내판을 속속 발견할 수 있었다. 관련 안내 방송도 흘러나왔다. 이마트 양재점은 이날 문을 연 대신 오는 31일 수요일 휴점하고, 내달에는 설 명절 당일인 10일과 마지막 주 수요일인 28일 문을 닫는다는 내용이었다.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 사진=김제영 기자

마트 내부가 복잡한 데도 불구하고 카트를 끌고 장을 보러 나온 시민들의 표정은 밝았다.

서초구에 거주하는 A씨(30)는 "직장을 다니다보면 주말에 장보기가 쉽지 않은데, 매주 일요일마다 장을 볼 수 있게 돼서 여유가 생겼다"며 "서초구에는 마땅히 장을 볼 전통 시장이 없다"고 했다.

송파구에서 장을 보러 온 B씨(46)는 "집 근처 마트가 문을 열지 않아 일부러 찾아왔는데, 우리 같은 사람이 많은 거 같다"며 "서초구뿐 아니라 전국으로 확대하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마트 양재점 매장 곳곳에 게시된 안내판. 사진=김제영 기자

유통산업발전법이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일을 지정한 건 인근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을 살리기 위한 의도였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는 매월 둘째·넷째주 일요일 의무적으로 문을 닫아야 했다. 이와 함께 영업시간도 제한되고 온라인 배송도 할 수 없었다.

대형마트의 의무 휴업 규제에 대한 갑론을박은 지속됐으나 코로나 펜데믹 이후 관련 논의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사회적 거리두기에 의한 비대면 소비가 활성화하면서 온라인 시장이 커진 반면 규제로 성장이 정체된 대형마트의 매출은 뒷걸음질 쳤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통상적으로 주말 매출이 평일 매출보다 1.5배 정도 높다"고 말했다.

대형마트가 문을 닫아도 전통시장은 반사이익을 거두지 못했다. 최근 한국경제인협회가 전국 성인 남녀 100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 휴업일에 어디를 이용하는가'에 대한 질문에 '슈퍼마켓·식자재마트'가 46.1%에 달했다. 다음으로는 '대형마트 영업일 재방문'(17.1%), '온라인 거래'(15.1%) 등 순이고, '전통시장'은 11.5%에 그쳤다.

양재 말죽거리에 위치한 양재 수퍼. 사진=김제영 기자

같은 날 이마트 양재점과 3km 이내에 위치한 서초구 말죽거리 양재시장도 방문했다. 말죽거리는 소상공인이 운영하는 점포가 30개 이상 밀집한 골목형 상점가다. 인근 대형마트가 문을 열었지만 우려와 달리 골목상권에도 평소와 같이 주말 인파가 몰렸다.

말죽거리에 위치한 소매점에 근무하는 C씨(53)는 "평소 주말 장사와 크게 달라진 게 없다. (마트가 문은 연다고 해서) 크게 영향을 받진 않은 거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형마트의 평일 휴업일 전환이 확산되려면 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각 지자체에서 이해관계자 간 협의를 거쳐야 하는 만큼 절차가 복잡하기 때문이다. 대형마트의 의무휴업일 평일 전환에 대한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은 현재 국회에서 계류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