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금융당국은 증시가 위기 상황이 아님에도 공매도 금지를 시행했다. 이는 외국인 투자자 이탈로 이어졌다. 글로벌 시장과도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지난해 말부터 거론된 금융투자소득세(이하 금투세) 폐지는 구체적인 논의조차 되지 않고 있다. 여기에 증권거래세도 인하하겠다는 방침도 고수하면서 '과연 가능한가'란 의문을 들게 한다. 개인종합자산관리 계좌의 세제 혜택도 2배 이상 확대하기로 결정하면서 의문은 더욱 짙어진다.
당국은 각종 혜택 제공에 그치지 않고 기업 체질 개선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이유는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다. 주가순자산비율(PBR)이 1보다 낮은 기업의 PBR을 끌어올려 시장 활성화를 이끌겠다는 것이다. 여기에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도 내놨다. 글로벌 기업과 비교해 미흡한 주주환원 수준을 개선하고 수익성과 성장성도 확보하겠다는 계획이다.
짧은 기간 당국이 내놓은 정책들을 살펴보면 자본시장 활성화를 위해 쉼 없이 노력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시장의 반응은 뜨뜻미지근하다. 코스피 지수는 2500선 밑으로, 코스닥도 11개월 만에 800선 아래로 떨어졌다.
시장에 우호적인 정책이 쏟아짐에도 국내 증시가 침체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도 모른다. 당국이 내놓은 정책에서 구체적인 내용을 찾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당장 금투세 폐지와 증권거래세 인하만 하더라도 세수 감소에 대한 대안이 부족하다는 점에서 여야가 충돌하고 있다. 정부의 계획대로 될지 미지수다. 게다가 금투세의 경우 유예 단계에서 돌연 폐지로 돌아서면서 시장 참여자들에게 혼란만 주는 상황이다.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도 마찬가지다. 이미 시장에선 '저PBR 기업'과 '자사주 비중이 높은 기업'에 대한 테마주가 형성됐다. 정부가 나서서 테마주를 짚어줬는데 이를 사지 않는 게 이상하다는 것이다. 증권사 리포트만 봐도 이를 확인 할 수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앞다퉈 '저PBR'종목을 찾아 보고서를 내고 있다.
하지만 고민해야 할 부분이 있다. PBR이 높은 것이 과연 기업 본연의 가치를 높이는 것인지에 대한 것이다. 시장에선 PBR이 높으면 고평가됐다고 보고 있다. 고평가된 기업들이 많은 시장이 좋은 시장일까?
자사주 제도 개선 방안도 마찬가지다. 자사주 매입이 빛을 발하기 위해선 소각이 함께 이뤄져야 한다. 그러나 당국의 방안에선 '소각 의무'가 빠져있다. 당국은 대주주의 경영권 방어 수단이 없는 상황에서 논의가 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이는 자사주 제도에 대해 논의가 충분히 이뤄지지 않은 상황에서 정책을 내놨다는 것이다.
'국내 증시의 활성화'. 이는 시장 참여자들 모두가 바라는 부분이다. 하지만 정부의 정책만으로 해결될 문제는 아니다. 명확하지 않은 정책은 더더욱 그렇다. 방향이 정해졌다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진정 자본시장을 위하는 정책을 만들어야 한다. 추가 논의가 필요하지 않고 모든 변수를 고려한 구체적인 정책 말이다. 당장 시장에 긍정 신호를 주기 위해 '보여주기식' 정책만을 내놓는다면 이는 '공수표'에 그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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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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