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27일 '최근 한국·미국·유로지역 디스인플레이션 흐름 평가'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밝혔다. 한은은 "미국, 유로지역은 우리나라와 달리 2023년 4분기 해드라인 물가상승률의 실적이 당시 중앙은행이나 시장의 전망을 크게 하회했다"며 "특히 미국 경제는 이에 더해 성장세도 당초 예상을 웃도는 흐름을 지속하면서 일각에선 '골디락스'(Goldilocks)보다 좋은 상황이라는 평가도 나온다"고 설명했다.
다만 최근 주요국 소비자물가 상승률의 둔화 추세가 크게 완만해진 가운데 올해 1월 미국 CPI상승률이 예상을 웃돌며 '라스트 마일'(last mile) 과정에서 물가가 목표수준으로 순조롭게 수렴해 갈지에 대한 우려가 다시 커진 상황이다.
주요국 해드라인 물가상승률은 정점부터 12개월 동안은 에너지가격 하락이 글로벌 디스인플레이션의 공통요인으로 작용하면서 빠르게 둔화됐다. 반면 정점부터 12개월 이후에는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유가가 다시 상승하면서 둔화 흐름이 주춤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1월 CPI 상승률이 3.1%로 전월(3.4%)대비 둔화했으나 근원서비스물가의 상승모멘텀이 확대하면서 시장 예상(2.9%)를 상화했다. 유로지역은 지난해 11월 2.4%까지 낮아졌다가 올해 1월 2.8%로 반등했다.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지난해 10월 3.8%를 기록한 이후 둔화 흐름을 재개해 올해 1월 2.8%까지 낮아졌다. 다만 여전히 지난해 7월(2.4%)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한은은 "한국, 미국, 유로지역의 물가 둔화 흐름은 에너지가격 하락의 영향으로 지난해 중반까지 대체로 순조롭게 진행됐다"면서 "다만 최근 그 속도가 더뎌진 가운데 앞으로는 인플레이션의 동인과 경기 흐름에 따라 둔화 흐름이 달라질 수 있으며 이는 각국의 통화정책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는 지정학적 위험 고조에 따른 국제유가 상방리스크뿐 아니라 미국의 견조한 경기 및 노동시장 상황, 우리나라의 높은 농산물가격 수준과 누적된 비용압력, 유로지역의 높은 임금 오름세 등이 향후 물가 둔화 흐름을 더디게 할 수 있다"며 "라스트 마일에서 물가 둔화 속도는 각국의 통화긴축 기조 전환(pivot) 시점에도 영향을 줄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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