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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올드보이' 전영현 부회장의 첫 메시지는 무얼까

산업 전기·전자

'올드보이' 전영현 부회장의 첫 메시지는 무얼까

등록 2024.05.29 08:09

김현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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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계현 전 부문장 "DS를 새로운 시대로 이끌 인물"7년 전엔 세대교체···올해는 '올드보이'의 귀환 선택반도체 경쟁력이 최우선···곧 취임 메시지 나올 듯

"디바이스솔루션 사업부를 혁신과 우수의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전영현 부회장을 환영해 주시기 바랍니다."

지난 27일 경계현 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자신의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적은 글이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에 전영현 부회장이 선임된 이후 일주일 만에 밝힌 전임자의 환영의 메시지임과 동시에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적임자라는 기대감을 남겼다. 앞서 삼성전자는 지난 21일 "반도체 위기를 극복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원포인트' 인사를 단행했다.

삼성전자가 중간에 대표이사를 교체한 건 2017년 이후 7년 만이다. 당시 권오현 부회장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는 IT 산업의 속성을 생각해 볼 때 후배 경영진이 나서 비상한 각오로 경영을 쇄신해 새 출발 할 때라고 믿는다"며 용퇴의 뜻을 밝혔다.

다만 현재 삼성전자의 상황은 7년 전과는 다른 양상이다. 반도체 부문은 2017년 매 분기 역대 최고 실적을 갈아치웠으나 작년에는 1년 내내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전방산업의 급격한 수요 부진 영향이 컸으나 HBM(고대역폭 메모리)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한 점은 경영진의 몫이 컸다는 평가다.

또 일각에선 경 전 부문장이 권 부회장과 같이 스스로 용퇴를 결정했다고 밝혔으나 이는 사실과 다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한 직원은 "경 전 부문장은 임직원 소통행사인 위톡(Wednesday Talk)에서 '스스로 물러나는 건 비겁한 것'이다 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고 말했다.

권 부회장의 용퇴 후 삼성전자가 선택한 인사는 세대교체였다. DS부문장에는 권 부회장보다 6살 어린 당시 김기남 사장을 임명했고 같이 용퇴의 뜻을 밝힌 윤부근, 신종균 사장 후임에는 김현석, 고동진 사장이 낙점됐다. 두 사람도 전임자보다 각각 8살, 5살이나 젊었다. 세대교체라는 게 나이 어린 사람으로의 대체를 의미하는 '등식'은 아니겠지만 설득력은 더 강하다는 게 일반적이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 그래픽=박혜수 기자

반면 전영현 부회장은 돌아온 '올드보이'라는 평가가 지배적이다. 2017년 DS부문을 떠난 이후 7년 만의 복귀이기도 하고 경 전 부문장보다 3살 많기 때문이다. 내부에선 반도체 사업에 대한 위기감이 커진 만큼 전 부회장이 메모리 사업을 세계 1위로 이끈 반도체 성공신화의 주역이라고 평가하며 과거에 보여줬던 강력한 리더십이 재현되기를 기대하는 모습이다.

반도체 업황이 180도 달라졌기에 우려도 적지 않다. 전 부회장이 메모리 사업부장을 맡기 시작했던 2014년만 하더라도 반도체 시장은 '치킨 게임' 끝에 메모리 3강 구도가 형성돼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했으나 현재는 고객사 요구에 맞는 맞춤형(Customized) 제품이 필요한 주문형 산업으로 변모했기 때문이다.

AI 칩 시장의 필수재로 꼽히는 HBM만 보더라도 기술적 우위만을 강조할 수 없는 상황이다. 6세대 HBM인 HBM4는 HBM 패키지 내 최하단에 있는 베이스 다이(Base Die) 위에 로직 칩과 하나로 합쳐지는데 성능과 전력 효율 등 고객사의 요구에 따라 맞춤형 제품으로 개발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테크인사이트에 따르면 전체 HBM 시장 내 HBM4 비중은 2025년 4%에서 2026년에는 42%로, 2028년에는 91%까지 성장이 전망되고 있다.

내부에선 '올드보이'의 귀환으로 '김기남 체제'의 삼성전자로 회귀할 수 있다는 냉소적인 평가도 나온다. 김기남 부문장 시절 삼성전자는 역대 최고 실적을 달성했으나 2019년 HBM 연구개발팀을 해체하는 등 경영진의 오판 탓에 후발업체로 뒤처지면서다. HBM은 일반 D램 대비 다이 사이즈가 2배 크기 때문에 CAPA(캐파 : 생산능력)를 잡아먹는 반면 제품 수요가 크지 않아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현재 전 부회장은 DS부문 내 사업부별 업무 보고를 받으며 경영 구상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이르면 이번 주에는 취임 메시지를 내고 HBM 등 반도체 경쟁력 회복과 조직 쇄신 의사를 전달할 예정이다. 경계현 전 부문장의 말대로 '올드보이'라는 평가를 불식시키는 '혁신과 우수의 새로운 시대로 이끄는' 키워드가 나올지 업계 안팎에서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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