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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기업에 십자포화"···실효성 없는 '밸류업 정책'에 속타는 재계

산업 재계

"기업에 십자포화"···실효성 없는 '밸류업 정책'에 속타는 재계

등록 2024.06.11 16:07

차재서

  기자

검증되지 않은 정책에 시장 곳곳서 '부작용'외국인 배당 확대에 4월 배당소득수지 적자공매도 전면 금지 이후 韓증시 신뢰도 추락

"기업에 십자포화"···실효성 없는 '밸류업 정책'에 속타는 재계 기사의 사진

'코리아 디스카운트' 해소를 목표로 정부가 제시한 '밸류업 정책'을 놓고 재계 전반에서 원성이 터져 나오고 있다. 기업 가치 제고를 위해 내놓은 방안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며 오히려 우리 산업 경쟁력을 악화시키고 있다는 이유다.

11일 재계에선 밸류업 프로그램과 관련해 뒷말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부가 검증되지 않은 정책을 무리하게 관철시키려다 곳곳에서 부작용을 양산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은 정부가 소액주주 보호를 명분 삼아 상법 개정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데서 비롯됐다. 상법 제382조3에서 규정한 기업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회사에서 주주로 확대하겠다고 예고한 게 그 출발점이다.

해당 법안은 21대 국회에서도 테이블에 올랐지만 힘을 얻지 못하고 폐기됐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정부 역시 반대하는 입장이었는데,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4개월 만에 이를 뒤집고 개정 의사를 내비치면서 사회적 논쟁에 불을 지폈다.

기업은 반발하고 있다. 회사와 주주의 이익이 완전히 일치할 수 없음에도 이를 강제한다면 분쟁 리스크에 노출되는 것은 물론 인수합병(M&A) 등 경영을 둘러싼 의사결정도 지연시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또 주주의 비례적 이익과 회사의 이익이 상반될 경우 이사의 행동 가이드라인을 개정안이 분명히 제시하지 못한다는 점도 문제로 꼽는다.

이렇다보니 재계 일각에선 밸류업 프로그램의 실효성을 둘러싼 의구심을 거두지 않고 있다. 시작은 요란했으나 지난 수개월을 돌아봤을 때 그 성과는 사실상 '마이너스'에 가깝다는 인식이 짙다.

배당 문제가 대표적이다. 정부가 밸류업의 일환으로 기업에 배당성향을 높이도록 독려한 게 외국인 매수세 그리고 '국부 유출' 위험까지 이어졌다는 지적이 흘러나온다.

실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국제수지 잠정통계를 보면 우리나라의 4월 경상수지는 2억9000만달러(약 3990억원) 적자로 집계됐는데, 11개월의 흑자 행렬을 멈춰 세운 것은 다름 아닌 배당이다. 외국인에 대한 기업의 배당금 지급이 크게 늘면서 배당소득수지 적자(35억8000만달러)로 돌아선 게 결정적이었다.

특히 한국은행 측은 계절적 요인이라고 선을 그었으나, 적자 규모가 전년 동기의 12억달러보다 눈에 띄게 커졌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가볍게 넘길 수 없는 현상이라는 게 전반적인 시선이다.

공매도 금지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작년 11월부터 전체 상장 주식의 공매도를 제한한 바 있다. 신뢰할 만한 중앙점검 시스템이 확보되지 않으면 재개하지 않겠다는 게 이들의 방침이다.

하지만 시장에선 공매도 금지 조치가 길어지면서 우리 증시가 신뢰를 잃고 있다는 데 우려를 표하고 있다. 다른 나라에서 사례를 찾기 어렵고 불법 공매도 판단 기준도 명확하지 않음에도 정부가 불필요한 정책을 고집하고 있다는 얘기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반응이 나타나고 있다.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는 6일(현지시간) 발표한 '연례 시장 리뷰'에서 이례적으로 공매도 금지 조치를 거론하며 한국의 시장 접근성이 '악화'됐다고 깎아내렸다. 이로 인해 우리나라의 MSCI 선진지수 편입도 요원해졌다.

따라서 정부가 기업의 수익성과 성장성을 끌어올리는 측면에 집중해 밸류업 방향을 수정해야 한다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게다가 야당이 주도하는 제22대 국회가 막을 올리면서 여당의 정책은 향방을 낙관할 수 없게 됐다. 여야간 공감대가 형성된 사안은 순조롭게 추진되겠으나, 그렇지 않다면 검토 단계에서 좌초될 공산이 크다.

강원 세종대 경영학과 교수는 4월 한국경제인협회가 마련한 밸류업 관련 좌담회에서 "코리아 디스카운트의 근본 원인은 기업의 낮은 수익성과 성장성에 있다"면서 "밸류업을 위해서는 근본적으로 투자와 영업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러면서 "금융사는 기업을 지원할 수 있는 금융 인프라를 구축하고, 거래소는 투자자가 안심하고 투자할 수 있도록 한계기업을 자본시장에서 걸러내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연강흠 연세대 경영학부 명예교수는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낮은 수익성·성장성 이외에 외환시장 규제, 낮은 기관투자자 비중, 높은 상속세율 등 기업이 통제할 수 없는 요인에 큰 영향을 받는다"면서 "밸류업을 위해서는 정책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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