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일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열린 '상법 개정 이슈 관련 브리핑'에서 "이사 충실 의무 대상은 주주로 확대돼야 한다"며 "배임죄는 세계 주요 선진국 어디에도 없고, 건강한 토론을 저해하는 측면이 있어 폐지하는 게 맞다"고 말했다.
상법 382조3항에 따르면 기업의 이사는 '회사를 위해 직무를 충실히 수행해야 한다'고 명시돼 있는데, 정부는 이사의 충실 의무 대상에 '주주'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다. 이에 재계의 반발이 거센 가운데, 이복현 원장은 배임죄 폐지 필요성까지 주장하고 나섰다.
이 원장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회복하기 위해선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극복해 자본시장 선진화를 해야 한다"면서 "자본시장 선진화, 밸류업 추구하는 정부 입장에서 상법 개정을 외면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이사회 주주의 충실 의무는 주요 선진국에서 너무 당연히 여겨지는 것"이라며 "일부 논객들 사이에서는 해외에 없다는 식으로 이야기되는 게 유감스럽다"고 덧붙였다.
이 원장은 "이사의 충실의무라는 것이 정량적으로 모든 주주의 이익을 보호하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중요한 의사 거래, 자본 거래나 특이한 거래는 특정 이익집단 혹은 특정 주주에 대해 현저히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경우가 있다면 공정한 판단을 통해 그들의 이익을 고려하도록하고, 회사 의사결정에서 불가피하다면 다른 형태의 금전적 보상을 하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 "기계적으로 모든 주주를 일대일로 고려하자는 게 아니다"라며 "어느 정도만 반영해야 하지 모든 사람의 이익을 비례적으로 반영하자는 것은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원장은 상법 개정안과 함께 경영진 면책 요건 추가와 배임죄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원장은 "개인적으로는 배임죄의 현행 유지보다는 폐지가 낫다"며 "폐지가 어렵다면 사적 요건 추구 등을 명시해 정말 나쁜 짓을 할 때만 적용하는 것으로 한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경영 판단 원칙을 제도화해 이사가 합리적으로 경영 판단을 한 경우에는 민·형사적으로 책임을 면할 수 있도록 해야한다"고 부연했다.
이 원장은 "경영 판단 원칙 도입은 선언적이 아니라 이사회가 절차를 통해 구체적이고 개별적으로 명시해야 한다"며 "민주적 의사결정 절차는 정당화 측면이 있고, 이런 절차를 거쳤다면 당연히 경영진은 형사처벌 위험에서 빼줘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이 원장은 "각 기관의 수장들도 입장이 있음에도 언급을 하지 않고있는데, 과정에서 혼란이 있다보니 비판 받는 것을 감수하고도 말씀드리는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금융위원회, 기획재정부 등과 합의된 건 아직 없으며, 세미나 등을 통해 의견을 모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사 충실 의무가 주주로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입장이 명확하다"면서 "정부와 당국 방향이 아직 최종적으로 정해진 바 없고 논의과정을 거쳐 하반기에 정부 입장이 정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안윤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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