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금리 이미 낮은데, 인위적 상향조정 역부족DSR 2단계 두 번 미루며 정부 시그널 엇박 문제
하지만 금융권은 가산금리를 인위적으로 조정하는 게 가계대출 문제를 해결할 열쇠는 아니라고 지적했다. 가계대출은 시장금리 하락 뿐 아니라 주택공급 부족, 기준금리 인하 기대 선반영, 정부의 정책 대출 공급 확대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한 현상인데 제대로 된 정책 없이 해결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19일 금융권에 따르면 실제 7월 들어 대부분 시중은행의 전세대출, 주택담보대출은 0.05%~0.2%포인트(p) 인상됐다. 우리은행은 오는 24일부터 아파트 담보대출 중 5년 변동금리 상품의 대출금리를 0.20%포인트 상향 조정한다는 내용의 공문을 영업점에 전달했다. 이달 12일부터 주택담보대출 5년 주기형 금리와 전세자금대출 2년 고정금리를 0.1% 포인트씩 상향 조정한 데 이은 금리 인상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11일부터 대면·비대면 전세자금대출 금리를 최대 0.2%포인트 올렸고, 신한은행도 이날 금융채 5년물 금리를 기준으로 삼는 모든 대출 상품 금리를 0.05%포인트 높였다. 하나은행도 지난 1일부터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0.2% 포인트 올렸다.
금융감독원이 가계대출 급증 원인을 찾겠다며 현장 점검에 나서는 등 압박을 가하자 은행들이 부랴부랴 대출 금리 인상을 단행한 것이다. 실제 올해 2분기부터 가계대출은 매달 5조~6조원씩 늘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6월 말 가계대출은 1115조5000억원으로 집계돼 전월 대비 6조원 증가했다.
특히 주담대는 4월에는 전월 대비 4조5000억원, 5월은 5조7000억원씩 늘다가, 6월에는 6조3000억원까지 증가해 10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 폭을 기록했다. 상반기 기준으로는 26조5000억원이 늘어 2021년 상반기 이후 3년 내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미 5대 은행은 올해 대출 목표치(10조~14조원)였던 명목 GDP 성장률 이내(1.5%~2.0%) 증가율을 넘겼다.
이 같은 가계대출 증가세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고민하게 하는 가장 큰 이유다. 앞서 6월 통화정책방향회의 이후 기자회견에서 이창용 한은 총재는 "유동성이 과하게 공급되거나 금리인하와 관련한 잘못된 시그널로 주택 가격 상승을 촉발하는 실수를 하지 않아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다"며 "가계부채 상황에 대해 지난 5월보다 더 심각하게 보고 있고, 특히 수도권 부동산 가격이 완만하게 올라갈 걸로 보고 있었는데, 6~7월 올라가는 속도가 생각보다 빠르기 때문에 유심히 모니터링 중"이라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우선 은행 대출 금리 상향으로 가계대출을 조정한 뒤 9월 예정된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2단계를 계획대로 시행하는 등 조치에 나설 모양새다. 하지만 이미 시장금리가 크게 낮아진 상황에서 두 번이나 미뤄진 DSR 시행으로 인한 정책 엇박자 등 가계대출 팽창을 억제할 요인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상황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시장금리가 하향 조정된 상황에서 대출 금리를 높인다고 수요가 줄어드는 게 아니다"라며 "DSR 시행이 두 번 미뤄지는 등 정부 대책의 엇박자가 시장 질서를 왜곡하는 데 일조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만큼 정부 차원의 제대로 된 정책과 시그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수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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