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수요 맞물려 '고성능 기판' 니즈도 확대""2026년엔 서버·AI·전장 등 고부가 제품 비중 50%"
삼성전기 패키지개발팀을 이끄는 황치원 상무의 말이다. 그는 22일 서울 태평로 삼성전자 기자실에서 세미나를 열고 고성능 반도체 기판 FCBGA(플립 칩 볼 그리드 어레이)의 사업 현황을 공개하며 이 같이 밝혔다.
황치원 상무는 "1991년 기판 사업을 시작한 삼성전기는 차별화된 기술력으로 세계 유수의 기업으로 제품을 공급하며 업계를 선도하고 있다"면서 "최고사양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용 반도체기판은 점유율, 기술력으로 독보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서버용 FCBGA의 경우 반도체기판 중 가장 기술 난도가 높은 제품으로 전 세계에서 하이엔드급 제품을 양산하는 업체는 일부에 불과하다"며 "삼성전기는 2026년까지 서버, AI, 전장, 네트워크 등 고부가 FCBGA 제품 비중을 50%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AI 열풍에 고성능 기판 'FCBGA' 핵심 부품 부상
이날 황 상무가 소개한 것은 고부가 반도체 기판으로 꼽히는 FCBGA다. 고집적 반도체 칩과 기판을 플립 칩 범프로 연결함으로써 전기·열적 특성을 높인 제품인데, PC나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용 CPU(중앙처리장치), GPU(그래픽 처리 장치)에 주로 쓰인다.
반도체 기판은 칩과 메인 기판 사이에서 전기적 신호를 중개하고 외부 충격·온도·습도로부터 제품을 보호하는 등의 역할을 한다. 칩이 '두뇌'라면 기판은 뇌를 보호하는 뼈 그리고 정보를 각 기관에 전달하는 신경과 혈관에 비유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삼성전기가 FCBGA로 눈을 돌린 것은 AI 트렌드와 무관치 않다. 현재 산업계 전반에선 고성능 컴퓨팅과 AI 기술을 지원할 멀티 패키지(여러 칩을 기판 위에 올리는) 형태의 반도체를 필요로 하는데, 이들의 원만한 작동을 돕는 기판의 기술 고도화 역시 요구되고 있어서다.
일례로 서버용 CPU·GPU는 연산처리능력과 연결 신호 속도 향상 등 고성능화에 대응하기 위해 하나의 기판 위에 복수의 반도체 칩을 한꺼번에 앉혀야 한다. 이에 서버용 FCBGA는 PC용보다 면적이 4배 이상 크고, 층수도 20층 이상인 형태로 설계된다.
황 상무는 "과거 반도체는 기판 위에 칩 하나가 올라가는 단순한 구조였으나, 성능을 높이기 위해 회로 미세화가 이뤄지면서 트랜지스터 개수도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며 "이로 인해 전력을 많이 소모하거나 발열로 성능이 떨어지는 과제가 뒤따르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EUV(극자외선) 공법 등 미세화를 위한 기술이 개발되고 있지만, 이를 활용하면 고가 설비 도입 등 공정비용 상승으로 원가가 높아진다"면서 "요즘엔 패키징과 같은 후공정에서 이를 해결하려는 추세"라고 귀띔했다.
기술력과 부산·베트남 생산기지 앞세워 글로벌 시장 장악
삼성전기가 FCBGA에 승부수를 띄운 원동력은 수년간의 투자를 거쳐 확보한 생산 설비와 고도화된 기술력에 있다. 이를 발판삼아 일본·대만 업체가 70%를 점유한 시장에서의 열세를 뚫고 기회를 확보한다는 복안이다.
먼저 삼성전기는 세계 최고 수준인 10㎛(마이크로미터·100만 분의 1m)의 미세 비아(Via) 형성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각 층의 회로를 전기적으로 연결하기 위해 마련하는 구멍을 비아라고 한다. 일반적으로 80㎛ 면적 안에 50㎛ 구멍을 오차 없이 뚫어야 하기 때문에 정교한 가공 역량이 필요하다.
'미세 회로 구현' 기술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전기신호가 지나가는 길인 회로는 부품의 단자가 늘고 연결해야 할 신호가 많아지면서 그 선폭과 간격이 미세화되는 추세다. 삼성전기는 머리카락 20분의 1두께인 5㎛ 이하의 폭을 구현할 능력을 갖추고 있다.
여기에 삼성전자는 1조9000억원을 투입해 부산과 베트남에 하이엔드 반도체 기판 양산기지를 구축하기도 했다.
특히 베트남 공장은 자동화된 물류 시스템과 첨단 제조환경을 기반으로 제품을 안정적으로 생산 중이다. AI 딥러닝 기술을 활용해 최적의 레시피를 자동으로 적용하고 데이터 기반 실시간 분석을 통해 품질을 끌어올렸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이에 힘입어 삼성전기는 2022년 10월 국내 최초로 서버용 FCBGA 양산에 성공했고, 지난 7월엔 글로벌 반도체 기업인 AMD와 고성능 컴퓨팅, 서버용 FCBGA 공급 계약을 맺고 제품 양산을 시작하는 성과를 냈다.
황 상무는 "예전엔 칩 자체를 얼마나 잘 만드느냐가 관건이었다면, 지금은 잘 만들어진 제품을 어떻게 조합하느냐가 중요해졌다"면서 "복잡해지는 요구는 삼성전기에 더 많은 기회를 가져다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시장조사업체 프리스마크는 반도체 기판 시장 규모가 2024년 4조8000억원에서 2028년 8조원까지 연평균 약 14%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5G 안테나, ARM CPU, 서버·전장·네트워크 등 분야가 시장을 이끌 것이란 전망이다.
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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