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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반도체, 중공업 연이은 낭보"···이재용 '뉴 삼성' 본궤도 진입

산업 재계

"반도체, 중공업 연이은 낭보"···이재용 '뉴 삼성' 본궤도 진입

등록 2024.08.01 09:44

정단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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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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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반도체 회복에 2Q 영업익 1458%↑고부가 선박 집중 삼성重도 '업계 2위' 올라서 "절박함으로 새 역사를"···이재용 리더십 주목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삼성 주요 계열사가 경기불황과 소비 위축으로 인한 우호적이지 않은 여건 속에서도 나란히 만족할 만한 성적표를 내밀었다. 반도체와 전기, 중공업을 비롯한 대부분의 사업이 고르게 수익을 낸 것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취임 이후 처음인데, 그룹 총수가 제시한 '뉴 삼성'의 청사진이 차츰 본궤도로 진입하고 있다는 진단이 나온다.

재계에 따르면 삼성그룹 계열사는 지난 2분기 대체로 양호한 실적을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 특정 이슈에 작년보다 이익이 줄어든 곳도 있지만, 모두 흑자 기조를 유지하며 하반기 전망을 밝혔다.

중심을 잡은 쪽은 삼성전자다. 반도체 업황 개선에 힘입어 2분기 매출 74조700억원과 영업이익 10조4400억원을 달성하며 모처럼 자존심을 회복했다. 전년 대비 각 23%와 1458% 급증한 수치인데, 회사의 분기 영업이익이 10조원대를 넘어선 것은 2022년 3분기(10조8520억원) 이후 7개 분기 만이다. 이미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6조5700억원)도 뛰어넘었다.

삼성전자는 2023년 최악의 한 해를 보냈다. 반도체 한파에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이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그러나 올해 1분기부터 산업계 전반에 인공지능(AI) 트렌드가 확산되자 사업 현장에 온기가 스며들기 시작했고 결국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 DDR5, 서버SSD, HBM(고대역폭메모리) 등 고부가 제품 판매가 확대된 가운데 시스템LSI와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까지 고군분투하면서 2분기엔 DS부문에서만 6조4500억원을 남겼다.

삼성중공업의 선전도 눈여겨볼만 하다. 이 회사는 매출 2조5320억원에 영업이익 1307억원을 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매출 30.1%, 영업이익은 121.9% 성장했다. 분기 영업익이 1000억원을 웃돈 것은 2014년 4분기(1017억원) 이후 10년 만이다. 이로써 삼성중공업은 HD현대중공업(1956억원)에 이어 '조선 빅3' 중 두 번째로 많은 영업익을 남기며 '만년 3위'의 설움을 털었다.

실적 개선의 비결은 고부가·친환경 선박 중심 영업 전략에 있다. 삼성중공업은 환경 규제 강화되는 글로벌 트렌드를 감안해 친환경 선박 일감을 따내는 데 집중했고 그 결과 올 들어 22척(49억달러)을 수주함으로써 연간 수주 목표(97억달러)의 51%를 채웠다.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19척, 초대형 암모니아 운반선(VLAC) 2척, 셔틀탱커 1척 등이다.

높은 수익을 담보하는 해양 부문도 힘을 보태고 있다. 삼성중공업의 2분기 매출이 눈에 띄게 늘어난 것은 4월 생산에 돌입한 부유식 액화천연가스 생산저장하역설비(FLNG)의 성과가 반영된 결과이기도 하다.

AI 열풍에 올라탄 삼성디스플레이와 삼성전기도 낭보를 전했다. 먼저 디스플레이는 매출 7조6500억원에 영업이익 1조100억원을 올렸다. 전년 대비 18.1%와 20.2% 증가한 수준이다. 1분기엔 매출·영업익 모두 역성장했지만, 중소형 패널의 높은 수요와 고해상도·고주사율 신제품 판매 확대로 3개월 만에 다시 존재감을 입증했다. 삼성전기의 매출은 16% 늘어난 2조5801억원, 영업이익은 2% 뛴 2081억원이다. 계절적 비수기에도 산업·전장용 MLCC(적층세라믹콘덴서)와 서버용 기판 등 판매에 주력하면서 안정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삼성SDI 역시 매출 4조4501억원, 영업익 2802억원으로 흑자 행보를 이어갔다. 전기차 캐즘(일시적 수요 위축)에 배터리 부문이 직격탄을 맞으면서 영업익이 38% 쪼그라들었지만, ESS(에너지저장장치) 전지나 전자재료 등 영역으로 포트폴리오를 꾸준히 다변화함으로써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무엇보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 생산 세액공제(AMPC)에 기대지 않고도 3000억원에 가까운 수익을 냈다는 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 LG에너지솔루션의 경우 2분기 AMPC로 4478억원의 혜택을 본 반면, 삼성SDI의 수혜액은 79억원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의 순항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에게도 의미를 부여할 만한 일이다. 2022년 10월 취임 이후 반도체와 중공업, 소재 등 거의 모든 계열사와 사업 부문이 실적 측면에서 균형을 맞춘 것은 사실상 처음이어서다.

재계에서는 전세계를 오가며 트렌드를 읽고 돌파구를 만들어낸 이재용 회장의 리더십에 다시 한 번 시선을 모으고 있다. 그는 작년말부터 국내외 사업장을 찾아 현황을 진단하고 글로벌 기업인과 협력 방안을 논의하며 기회를 모색해왔다. 6월엔 2주간 미국 동·서부를 가로지르는 강행군을 통해 주요 기업 CEO와 AI·반도체 사업에 대한 중장기 비전을 공유했고, 지난달엔 인도로 발걸음을 옮겨 현지 최대 부호 암바니가(家)와 친분을 쌓기도 했다.

지금도 이 회장은 파리 올림픽 현장 곳곳을 누비며 네트워크를 강화하고 전세계에 신제품 스마트폰 '갤럭시 Z' 시리즈를 알리는 데 신경을 쏟고 있다. 또 구글 공동 창립자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마련한 비공개 억만장자 사교모임 '구글캠프'에 참석하는 한편, 이달초엔 파리에서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와 만나기로 하는 등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모습이다.

삼성의 실적 행진은 한동안 이어질 것으로 점쳐진다. 하반기에도 최대 수익원인 반도체 사업이 든든하게 받쳐줄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현재 삼성전자는 시황 개선과 고부가 메모리 판매 확대라는 호재를 만났고, 글로벌 AI 반도체 시장 '큰 손' 엔비디아와도 곧 거래를 시작한다. 꺾이지 않는 AI향 제품 수요에 HBM 매출이 상승곡선을 그릴 것으로 기대된다.

이 회장은 지난 13일 인도 현지에서 근무하는 임직원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치열한 승부근성과 절박함으로 역사를 만들자"고 격려하며 앞으로의 공격적인 경영행보를 예고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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