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 업황 악화로 이차전지소재 사업 '숨 고르기''이차전지 풀 밸류체인' 목표···캐즘에 발목 잡힌 듯"추후 원재료 가공 수입 등 적극적 투자 추진해야"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포스코그룹 배터리 소재 계열사 포스코퓨처엠은 중국 화유코발트와 함께 짓기로 한 니켈·전구체 합작공장 구축 계획을 전면 철회했다. 당초 양사는 오는 2027년까지 포항블루밸리 국가산업단지 내에 1조2000억원 규모의 금액을 투자, 전구체와 고순도 니켈 원료 생산 공장을 건설할 예정이었다.
회사 측은 "포항시, 화유코발트사와 니켈제련 및 전구체 생산 관련 투자를 위해 투자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며 "하지만 투자 양해각서 체결 이후 캐즘을 거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어렵다는 판단하에 투자 검토절차를 중단하기로 최종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포스코퓨처엠은 지난달 합작법인 음극재 소재사인 '피앤오케미칼'도 매각했다. 이는 저수익 사업 중심의 강도 높은 구조재편 차원이기도 하지만, 불확실한 이차전지소재 시장을 우려한 투자 속도 조절의 행보로도 해석된다.
당초 포스코는 양극재와 음극재를 모두 생산하는 '이차전지소재 풀 밸류체인' 구축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했다. 하지만 지난해 연말부터 시작된 전기차 캐즘으로 수요가 줄자, 그룹 내부에서 이차전지 관련 투자에 대한 숨 고르기가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장 회장은 취임 초부터 이차전지소재의 본원 경쟁력을 강화하고 관련 혁신 기술을 선점하겠다는 포부를 밝힌 바 있다. 특히 그는 이차전지소재 사업에서 투자도 축소하지 않겠다고 못을 박았으나, 캐즘 및 실적 부진으로 난항을 겪으며 해당 사업 추진에도 발목이 잡힌 모양새다.
여기에 포스코는 2025년까지 추가 투자를 예정했던 음극재 공장 건설 계획도 재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블루밸리산단 2단지 내 약 6만평 부지에 약 5000억원을 투자해 음극재 생산공장을 지으려고 했지만 현재 이를 다시 검토 중이며, 첫 삽도 뜨지 못하고 지난해 5월 투자양해각서만 체결한 채로 중단됐다.
공장 가동률도 좋지 않다. 포스코퓨처엠의 천연흑연 음극재 공장 가동률은 2021년 70%대에서 2022년 60%대, 지난해 50%대, 그리고 올해 40%대까지 곤두박질쳤다. 전기차 캐즘으로 음극재 수요가 줄고 있는 데다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상 중국산 흑연을 제외하는 '외국우려기업(FEOC) 규정'이 오는 2026년까지 유예되면서 국내 배터리 사들이 값싼 중국산 음극재로 몰려들고 있는 영향 탓이다.
다만 이차전지 원료·소재 확보에 대한 투자는 지속 추진 중이다. 이달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호주계 광업회사 블랙록마이닝과 4000만달러 규모의 투자 계약을 체결하며 블랙롱마이닝 지분의 총 19.9%를 보유하게 됐다. 광산에서 생산되는 흑연을 조기에 확보하고 공급망을 구축함으로써 이차전지 시장 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김용진 서강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포스코는 이차전지소재 사업에 오랫동안 투자해 왔고, 지금은 사업구조조정 단계에 들어간 것으로 본다"며 "현재 캐즘 등 영향으로 시장 상황이 좋지 않아 속도 조절에 나선 것"이라고 분석했다.
또한 김대종 세종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최근 전기차 판매가 주춤하고 화재 사고까지 겹치면서 시장은 더욱 어려운 상황을 맞이해 잠시 숨 고르기 중"이라며 "추후 포스코는 철강뿐만 아니라 이차전지에 대한 원재료 가공 수입 등 적극적인 투자를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포스코그룹 관계자는 "원료에서부터 소재까지 풀밸류체인을 구축함으로써 그룹의 차별화된 경쟁력을 유지해 글로벌 시장을 선도한다는 방침에는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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