獨 본사 배터리 개발 총괄 임원, 韓 취재진과 만나파라시스 배터리, 당분간 벤츠 전기차에 탑재 지속"최종 목표는 전고체 배터리···몇 년 뒤 성과 확신"
정확한 화재 원인이 밝혀지지 않았기 때문에 세부적 언급은 피했으나 화재 차종에 탑재된 배터리의 공급사 파라시스도 엄격한 납품 검사 기준을 거친 업체인 만큼 모종의 특혜나 완성차 판매 지역에 대한 부품 차별은 일절 없었다는 것이 벤츠 본사 측의 설명이다.
아울러 신뢰성과 안전성, 지속가능성을 모두 갖춘 벤츠만의 전기차 배터리를 자체 개발해서 머지않은 미래에 벤츠 전기차에 이를 탑재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메르세데스-벤츠는 지난 21일(현지시간) 오전 독일 슈투트가르트 운터튀르크하임 본사에서 한국 취재진과의 기자간담회를 통해 현재 벤츠가 진행 중인 배터리 개발 사업의 현황을 설명하면서 지난 8월 인천 전기차 화재 사고 이후 불거진 각종 논란에 대해 해명했다.
이날 기자간담회에는 벤츠 본사에서 배터리 개발 업무를 총괄하는 우베 켈러 박사와 파워트레인 구매와 부품 공급사 품질을 총괄 관리하는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 등이 참석했다.
취재진의 공통된 질문은 지난 8월 인천 청라동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해 배터리 개발 총괄 책임자로서 어떻게 생각하느냐였다. 정확한 화재 원인이 아직 규명되지 않았기에 명쾌한 답을 내놓지는 않았지만 여러 가지 방법으로 자체적인 원인 규명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켈러 박사는 "최근 한국에서 발생한 벤츠 전기차 화재 사고에 대해 잘 알고 있다"면서 "다만 최종적인 화재 원인 발표가 나오지 않은 만큼 자세한 부분을 언급하지 못하는 점을 양해해달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다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벤츠가 전기차 생산·개발 과정에서 다양한 충돌 시험을 하고 있다"며 "특히 배터리가 찌그러질 정도의 외부 충격이 가해졌을 경우 배터리 상태가 어떻게 달라지는지를 평가하는 시험도 하고 있다"고 첨언했다.
CATL이나 LG에너지솔루션 등 세계 최정상급 배터리 공급업체가 아니라 리콜 경력이 있는 소규모 업체인 파라시스의 배터리가 벤츠 전기차에 탑재된 배경에 대해서도 질문이 나왔다.
카르스텐 브레크너 박사는 "벤츠는 모든 배터리 공급사를 대상으로 동일한 내용의 품질 검사와 분석 과정을 거쳐 어느 회사의 배터리를 공급받을 것인지를 논의하며 이 과정에서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에 불이 났던 배터리의 공급사 파라시스도 다른 배터리 공급사와 마찬가지로 높은 수준의 납품 검사를 통과했기에 벤츠에 배터리를 납품할 수 있었다"면서 파라시스를 배터리 공급사로 선정하는 과정에서 어떠한 특혜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최근에는 한국 배터리 공급사들과의 협업도 강화하고 있으며 공급 계약을 체결한 LG에너지솔루션과의 협업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말하며 "미국 전기차 시장에 원활하게 진출하려면 미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은 한국 업체와의 협업이 필연적"이라고 설명했다.
켈러 박사는 "한국의 화재 사고 원인이 정확히 규명되기 전까지는 배터리 공급 전략이나 전기차 플랫폼의 변화가 없을 예정이라서 당분간은 현재와 마찬가지로 일부 차종에 파라시스 배터리가 탑재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그는 "한국에 내놓는 전기차라고 해서 저급한 배터리를 넣지는 않는다"며 "상위급 전기차는 1개 차종당 복수 업체로부터 공급받은 배터리를 탑재하는 복수 공급사 전략을 활용 중인데 완성차 공급 지역별로 세부 탑재 부품을 차별하는 행동은 절대 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배터리 공급사는 서로 다를지라도 한국에 공급되는 전기 세단은 전부 독일 슈투트가르트와 브레멘에서, 전기 SUV는 미국이나 헝가리 등지에서 생산된다"고 말하고 "일각에서 말하는 중국 공장 생산 물량은 전부 중국 내수 시장에서만 소화되며 한국으로는 수출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화재 관련 이슈 외에는 '차세대 꿈의 배터리'로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의 자체 개발 여부로 관심이 쏠렸다. 벤츠는 공동 개발 계약을 맺고 있는 미국의 전고체 배터리 개발업체인 팩토리얼과 새로운 전고체 배터리 개발에 협력하고 있다.
배터리의 전해질을 고체로 쓰는 전고체 배터리는 전해질을 액체로 쓰는 현재의 리튬이온 배터리보다 화재 위험이 현저히 떨어지고 충전 후 사용 시간도 훨씬 늘어나기 때문에 전기차 동력원의 확실한 대안으로 꼽힌다.
켈러 박사는 "결국 전기차 동력원의 궁극적 지향점은 전고체 배터리로 가는 것이지만 아직 기술 개발 진행 단계인 만큼 성능이나 안전성에 대한 개선 노력이 많이 필요할 것"이라면서 "2020년대 후반은 돼야 전고체 배터리의 도입이 본격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 도입이 정착하기 전까지는 전기차의 주된 동력원이 반고체 배터리 형태로 나타날 것"이라고 첨언했다.
또한 "팩토리얼이 개발한 전고체 배터리의 셀은 한국 업체가 생산했다"면서 "앞으로도 연구와 개발을 꾸준히 이어 나간다면 좋은 성과를 낼 것"이라고 강조했다.
벤츠는 에너지 밀도를 높이고자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의 핵심 재료인 코발트의 함량을 0% 수준으로 낮추고 니켈 함량을 90% 수준으로 높이고 있다. 다만 니켈 함량이 늘면 화재 가능성 역시 높아지는 만큼 이에 대한 대안도 충분히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켈러 박사는 "셀과 셀 사이의 격벽을 잘 설치해서 열 확산과 열 폭주를 피하는 대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면서 "여러 부분에 있어서 화재가 최대한 덜 날 수 있게끔 하는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백방으로 노력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이어 "전고체 배터리 외에도 기존 리튬이온 배터리의 안전성을 높이기 위한 기술 개발이 진행 중이며 가까운 미래에 새로운 대안을 외부에 공개하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벤츠 경영진은 전기차 배터리 제조 기술의 내재화에 관해서도 설명했다. 켈러 박사는 "벤츠의 DNA를 품은 벤츠만의 고유 배터리 셀을 만든 뒤 배터리 공급사들과 이를 공유해서 양산하고 상용화하는 것이 벤츠가 구상하고 있는 배터리 제조 연구의 목표"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벤츠가 개발한 배터리 셀 제조 관련 지식을 셀 공급업체에 전수해서 셀 생산을 위탁하는 방안도 고려할 수 있고 다른 회사와의 합작법인 설립이나 지분 참여 형태로 협업해서 배터리 셀 공급을 맡기는 방안도 고려해 볼 수 있는 문제"라고 덧붙였다.
켈러 박사는 "벤츠는 2039년까지 탄소 중립에 도달하는 목표 달성을 위해 전기차 풀 라인업을 갖추고자 부단히 노력하고 있으며 배터리에 대한 연구도 이에 대한 노력의 일부"라며 "앞으로도 벤츠의 배터리 연구 역량을 지켜봐달라"고 말했다.
한편 이날 기자간담회에 배석한 마티아스 바이틀 메르세데스-벤츠 코리아 사장은 "한국 소비자들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있으며 독일 본사에서도 이 사안을 매우 무겁게 보고 있다"면서 "신뢰 회복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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