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서는 이러한 환경친화조치에 대한 인센티브도 주고 있다. 에너지효율등급제도(ZEB)와 녹색건축인증 제도를 통해서는 최대 7.5%의 인센티브를 부여한다. 장수명주택 인증을 통해서도 15%까지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국제적으로는 미국의 그린빌딩위원회에서 부여하는 'LEED'가 가장 인정받고 있다. 기본적인 뼈대는 우리나라 제도와 크게 다르지 않지만, 초기비용을 회수하는데 걸리는 기간을 산출한다는 점에서 일반입장에서 조금 더 와 닿는 측면이 있다. 전기나 난방 등에 대한 비용절감을 수치적으로 보여주기 때문에 부대비용을 줄이려는 임차인에게 어필도 잘된다.
친환경건축이나 제로에너지, 장수명 모두 오피스빌딩에서 더 환영받은 분위기다. 기업이 빌딩을 직접 사용할 경우 관리비용을 줄일 수 있고, 임대를 주더라도 공실걱정이 덜하고 임대료 책정에서도 유리할 것이란 기대가 깔려 있어서다. 당장 인센티브에 더해 사용기간에 따른 편익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반면 주택사업에선 오피스빌딩에 비해 친환경건축물에 대한 투자를 아끼려는 경향이 크다. 시행사업에선 선분양의 특성상 입주 후부터 가치가 드러나는 친환경‧장수명에 대한 비용투자를 꺼리는 경향이 있다. '내 집'을 짓는 재개발‧재건축조차 분담금 등의 이유로 투자를 꺼린다.
주택사업에서 친환경인증에 보수적인 이유는 인센티브의 총 한도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친환경건축물과 장수명 인증 인센티브는 방재안전, 지역특화, 수변친화 등 다른 인센티브와 통합해서 최대 20%까지만 적용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개별 건축물이나 단지에선 인센티브를 받는 수준 이상의 투자는 낭비라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다.
미래 세대를 생각한다면 지금 수준의 친환경‧장수명‧에너지효율은 조금 아쉽다. 지금 추진 중인 재개발‧재건축들이 마무리되면 또다시 현재 방식의 정비사업은 사실상 종말을 고하게 된다. 용적률 250~400%를 채운 건물을 더 이상 올리는 것에 한계가 있어서다. 지금 짓는 건물을 최소 100년은 쓸 수 있게 지어야 한다. 그러려면 친환경과 장수명은 필수다.
특히 친환경에서 핵심인 에너지효율은 1개 건물보다 단지 단위에서, 생활권 단위에서 함께 추진할 때 더 큰 효과를 발휘한다. 개별 건축물에서는 에너지효율 등급을 끌어올리는 설비나 마감재 등에 한계가 있지만, 단지 단위나 생활권 단위에서는 인프라시설의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려서 구역 내 모든 지역이 함께 혜택을 볼 수 있다.
가령 공용으로 사용하는 상하수도배관이나 냉난방시설을 설치하면서 열보존율이 높고 내구성이 좋은 소재를 사용하면 개별 건축물에서 별도의 시설비용을 투자하지 않고도 에너지효율을 끌어올릴 수 있다. 효율이 올라가면 같은 설비로도 더 많은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친환경건축물 인증점수도 더 높게 받을 수 있다.
실제로 서울시에서는 일부지역에서 생활권 단위의 에너지효율을 높이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지구단위계획을 통해 친환경건축물 인증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세우는 방식으로 개별 단지의 친환경건축을 유도하는 것이다. 잠실 마이스단지와 용산국제업무지구가 대표적이다. 앞으론 모든 지구단위계획에서 필수적으로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한다.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면 장수명주택에 대한 '더 확실한 인센티브'다. 100년 이상 사용하면서중간 중간 내부평면구조를 쉽게 변경할 수 있는 라멘구조나 철골구조에 확실한 인센티브를 줄 필요가 있다. 지금 현재는 라멘구조와 철골구조가 벽식구조 대비 20~30%가량 비용이 더 드는 반면 인센티브는 한정돼 있다 보니 외면을 받기일수다.
벽식구조와 라멘‧철골구조의 대안으로 개발된 무량판구조도 다시 돌아볼 때가 됐다. 무량판구조는 라멘‧철골에서 필수적인 들보를 설치하지 않는 대신 전단보강근으로 휘는 힘을 막는다. 문제는 기술인력의 감소와 감시‧감독의 약화로 최근 몇 년간 붕괴사고 등 부실공사 문제가 심각해졌다는 것이다. 이 상태라면 무량판구조와 라멘구조‧철골구조 간 인센티브에 의미있는 큰 격차를 둘 필요가 있다.
흔히들 지금 현재가 우리나라 역사에서 가장 풍족한 때라는 말들을 한다. 단기간 고도의 산업화를 이룩했고, 저층 건물들을 허물고 고층으로 지으면서 부동산자산도 축적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미래를 생각하지 않은 고밀건축, 단발성건축으로 미래세대의 가능성을 빼앗고 있는 것이 문제다. 이제 살만해진 지금, 우리 자식과 손자들이 살아갈 미래를 걱정해야 할 때가 아닌가 한다.
뉴스웨이 장귀용 기자
jim332@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