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점은 다음과 같다. 첫째, 채무자가 변호사 등의 대리인을 선임해 채권자가 채무자에게 직접 접촉하는 것이 금지되는 경우 채무자로서는 채무회피의 유혹을 받게 될 수 있다.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올바른 대리인을 선택할 수 있도록 해야 하나 대리인이 채무자에게 유리한 정보만 알리려 할 가능성이 높아 역선택의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따라서 해당 채무에 관해 책임이 없는 악성 브로커 등의 대리인으로 하여금 채권자에게 대응하게 한다는 것은 채무면탈을 합법적으로 조장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둘째, 제도권 추심기능이 약화될 경우 금융회사로서는 해당 채권을 매각하는 방법 외에도 애초에 신용대출 비율을 감소시키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도 높다. 따라서 법정최고금리 문제 때문에 불법사금융으로 몰리고 있는 상황에서 담보가 없는 서민 채무자는 대출을 받기 어려운 사회적 문제가 더욱 심화될 것이며 이자부담도 증가할 것으로 우려된다. 결과적으로 신용사회의 기반을 허물게 되고 선량한 일반서민 및 저신용자의 금융혜택이 축소될 수 있다.
셋째, 채권자의 재산권 침해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채무자가 대리인을 선임하면, 채무자와 직접 접촉할 수 없어 채권의 권리행사에 상당한 제약이 부과되는 바, 채권자의 재산권이 제한된다. 또한, 채권추심회사로서도 위탁받은 추심업무를 수행함에 있어 채무자에게 직접 변제독촉 등의 행위를 할 수 없어 영업을 자유롭게 수행할 수 없게 되기 때문에 직업행사의 자유가 제한되어 헌법의 기본권을 침해할 수 있다.
넷째, 채무자대리인제도가 확대되는 경우 대리인만 선임하면 당장의 채무독촉으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으므로 비용과 시간이 소요되고 기각 가능성이 있는 국민행복기금, 개인회생, 파산 및 면책 등 공적 채무조정제도의 이용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적 채무조정제도의 순기능을 포기하면서까지 채무자대리인제도를 도입해야 하는지 또는 기존 제도와 조화를 이루기 위한 방안이 있는지 여부에 대한 충분한 고민이 선행되어야 한다.
다섯째, 채권추심업 제도와 충돌할 수 있다. 현행 '채권의 공정한 추심에 관한 법률' 제8조의2는 대부업자와 채권추심회사의 차이를 고려해 채무자대리인 제도를 대부업자에만 적용하고 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가 채권추심회사에도 적용이 확대되는 경우, 채권추심회사는 대부업자, 금융회사 등과 달리 법률행위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채권추심업을 인정한 신용정보법의 취지와 충돌할 수 있다. 따라서 채권추심회사는 기능을 상실하게 되고 이에 따라 채무자대리인 제도 역시 실효성이 소멸될 수 있다.
여섯째, 제도권 추심기능의 약화 및 비제도권 불법추심이 증가할 수 있다. 채무자대리인 제도의 도입으로 채권추심회사를 통한 위탁추심이 불가능해지는 경우, 금융회사 등은 부실채권을 감독기관의 감독에서 비교적 자유로운 대부업자 등에게 매각하거나 채권의 직접 추심을 선택할 수 있다. 채무자를 보호하기 위해 도입한 채무자대리인제도로 인해 대부업자(대부채권매입추심)의 불법추심을 증가시키거나 금융회사 등의 비효율적 직접 추심으로 회귀하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특히 대부분의 불법채권추심이 불법사금융(미등록대부업자)에서 발생하고 있는데, 불법사금융 업체에 대한 강력한 처벌로 이들을 척결하는 것이 우선돼야 하는 상황이다.
보다 다양한 이유가 있으나, 현재의 채무자대리인제도 적용 확대는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으며, 사회적 후생측면에서도 득보다 실이 많을 것으로 판단된다.
관련태그
뉴스웨이 이지숙 기자
jisuk618@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