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달러 환율, 1475원 돌파···금융위기 이후 최고가철강업계 수익성 악화 우려···"재무 상황 점검 전망"원유 수입 규모 큰 정유업계는 환차손 발생 불가피
원가 부담 높아진다···韓 철강 '역대급 혹한기'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날 원·달러 환율은 금융위기 이후 처음으로 1470원을 돌파했다. 환율은 이날 오전 전 거래일보다 2.7원 오른 1467.5원에 출발해 장 초반 1473.5원까지 올랐다. 이 같은 규모는 지난 2009년 3월 16일(1488원) 이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가다.
심리적 저항선으로 통하던 1400원대마저 뚫리고 환율이 급등세를 보이자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은 긴장 태세로 돌입했다. 통상 원자재를 해외에서 들여오는 기업들은 제품 거래를 달러로 진행하는데, 환율이 오르면서 원화 가치가 떨어져 수입 비용과 생산 비용이 같이 증가하면서다.
가장 큰 타격을 받을 산업은 철강업계로 전망된다. 철강사들은 철광석과 원료탄 등 원·부재료를 해외에서 수입해오는데, 환율이 상승하면 구입 비용이 높아져 원가 부담이 높아진다. 게다가 이들은 이미 올해부터 중국의 부진한 건설 경기 시황과 작년 세 차례 인상된 전기 요금 여파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된 상태다. 여기에 고환율 기조까지 겹치면서 내년 수익성도 장담할 수 없게 됐다.
중소형 철강사들도 울상이다. 이들은 대형 철강사로부터 철강제품을 구매하고 있는데, 현재 같은 고환율 기조가 유지되면 판매 가격이 올라 수익성 악화가 될 수 있다.
일단 철강사들은 환율 추이를 예의주시하는 동시에, 재무 상황 점검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철강업계 관계자는 "원자재를 매입할 때 달러로 결제하기 때문에 환율이 오르면 원가 부담도 높아질 수밖에 없다"면서 "당장 이에 대한 대비책이 정해진 것은 없으나, 향후 재무 쪽으로 미칠 여파와 상황을 점검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정유업계도 '비상'···환차손 발생 우려
정유업계도 곤란하기는 마찬가지다. 보통 고환율 기조는 정유업계에 긍정적인 측면이 더 많은 것으로 비춰지지만, 정유사들은 원유 수입과 제품 수출을 동시에 진행하고 있어 환율 변동폭이 커지면 긍정적인 측면과 부정적인 영향을 동시에 받게 된다.
다만 원유 수입 규모가 수출 규모보다 훨씬 크고, 원유 수입이 100% 달러로 거래된다는 점에서 리스크가 더 크다는 분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국내 정유사들이 석유 제품을 수출하기도 하지만, 달러로 주고 사는 원유 수입 규모 자체가 더 크다"며 "이 때문에 환율 변동으로 인한 환차손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고환율이 지속되면 긍정적인 영향도 있겠지만 석유제품을 생산하기 위해선 원유를 수입하는 게 우선이라 비싼 물가가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말했다.
국내 정유사들은 환율 변동 대응 차원에서 다양한 리스크 관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고환율로 인한 손실은 당장 발생하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나오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회사마다 방법은 다르겠지만 정유사에서 헷지 등 환율 변동에 대한 리스크 관리를 하고 있다"며 "원유 수입에 있어 장기계약으로 진행하는 기업들이 많아 당장 과자값 오르듯이 환율이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다만 내년에도 정유업황이 흐릴 것으로 전망되면서 수익성 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불황이 지속되는 가운데 환율 변동이 심해지면 리스크 관리에도 한계가 있고, 국내 기업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수출 주역 삼성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 반도체 기업들도 원·달러 환율이 치솟자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이들은 환율이 오를 경우 제품을 더 높은 가격에 팔 수 있다. 다만 웨이퍼, 원자재 등을 수입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성에 미치는 영향은 좀 더 지켜봐야 알 수 있다.
반도체 업계 관계자는 "반도체 기업들은 환율 상승 시 판매 가격이 오르는 대신 부품 등은 수입하기 때문에 실제 수익성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지는 당장 알 수 없다"면서도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시장 상황을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soyeon@newsway.co.kr
뉴스웨이 황예인 기자
yee9611@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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