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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제2 반도체' 제약바이오를 망치는 길

오피니언 기자수첩

'제2 반도체' 제약바이오를 망치는 길

등록 2024.12.30 07:49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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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제약·바이오산업이 대한민국 경제 성장의 근간이 된 반도체를 이을 차세대 먹거리로 부상하고 있다. 아직 타 산업에 비해 시장과 수출 규모는 작지만 신약개발과 기술수출 성공 사례가 잇달아 터져 나오며 위상을 높여나가는 중이다.

올해는 유한양행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허가를 받은 첫 국산 항암제를 탄생시켰고, 제형변경 플랫폼 기업인 알테오젠이 MSD의 키트루다, 다이이찌산쿄의 엔허투 등과 독점적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주목을 받았다.

국산 신약도 2개나 나왔다. 그간 타사 상품 판매 매출 의존도가 높았던 제일약품은 자회사를 통해 제37호 신약인 위식도역류질환 치료제 '자큐보' 개발에 성공했고, 이어 비보존제약이 세계 최초의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 '어나프라주'를 국산 38호 신약으로 허가받았다.

국산 바이오시밀러는 바이오의약품 '수출 효자'로 꼽힐 만큼 글로벌 시장에서의 수요가 높게 유지되고 있다. 지난해 바이오시밀러 수출액은 16억4276만 달러(약 2조4131억원)로, 바이오의약품 전체 수출액의 77.3%를 차지했다. 제조업으로는 드물게 30~40% 영업이익률을 내고 있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올해 역대 최대 수주 계약 기록을 경신, 창립 이후 처음으로 5조원이 넘는 수주 실적을 썼다.

물론 좋은 소식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장기화되고 있는 경기침체, 불안정한 국내·외 정세는 신약개발기업들의 위기로 이어지고 있다.

한국벤처캐피탈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바이오·의료 분야 신규 투자액은 8844억원으로 전년 대비(1조1058억원) 23.1% 감소했다. 바이오 투자가 가장 활발했던 지난 2021년(1조6670억원)과 비교하면 신규 투자액이 절반 수준(52.7%)으로 감소한 수치다. 올해는 전년보다 조금 개선된 수치를 보이지만 전체 투자액 대비 바이오 분야 비중이 낮아지는 추세라 신약개발 기업들의 어려움은 지속되고 있다.

일각에선 경쟁력을 잃은 기업들이 시장에서 퇴출되는 상황을 두고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됐다고 보고 있지만 오히려 '옥'이 될 수 있는 기업들이 투자기회를 받지 못해 빛을 보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이는 비상장기업만의 일이 아니다. 코스닥 상장사는 최근 3년 중 2개년도에서 자기자본 대비 법차손 비율이 50%를 초과하면 관리종목으로 편입되는 규정이 있다. 관리종목 지정 위기에 놓인 바이오기업들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자금조달에 나섰지만 주주들의 볼멘소리와 주가하락을 피하지 못했다. 일부 기업은 신약개발과 관계도 없는 사업을 시작해 방어에 나섰으나 임시방편에 불과할 뿐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제약바이오산업은 대표적인 하이리스크 하이리턴 사업이다. 신약개발뿐만 아니라 바이오시밀러, 위탁개발생산(CDMO), 헬스케어 등 전 산업이 하루 이틀 만에 성과를 내기 어려운 분야임에도 산업 이해도는 여전히 낮은 모습이다. 최근 유통 대기업인 롯데가 신성장동력으로 꼽은 롯데헬스케어 사업을 접고, 롯데바이오로직스 수장을 2년 만에 교체한 것만 봐도 긴 호흡이 필요한 바이오산업을 이해하기 어려웠던 듯하다.

반면 제과기업 오리온은 지난 1월 주주들의 반발에도 리가켐바이오를 인수하고 오너가 장남이 이사회에 합류하는 등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리가켐바이오는 인수 이후인 지난 10월 일본 제약사 오노약공업과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해 6년 연속으로 기술이전 성과를 냈다.

제약바이오산업을 제2의 반도체로 키워나가기 위해선 산업 이해가 선제돼야 하고, 이에 기반한 투자와 정부 지원이 뒷받침돼야 한다.

또 중요한 것은 정부의 역할이다. 과거 박근혜 정부시절에도 제약·바이오산업 육성에 대한 의지를 보였지만 탄핵 정국을 거치면서 추진력을 잃었고, 문재인 정부에 들어서도 의미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다. 불안정한 정세가 국정동력 상실로 이어지는 일은 없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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