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너 2세 이양구 전 대표 '불법 리베이트' 1심 유죄실적 개선 절실···신사업 확대 등 기대
동성제약은 지난 3일 이양구 전(前) 대표이사가 2월 3일부터 3월 4일까지 30일간 동성제약 보통주 약 77만주를 4600원에 장외매도할 것이라고 공시했다. 동성제약 전체 주식에서 지분 2.94% 수준이다. 이양구 전 대표가 매도하는 보통주는 나원균 대표가 장외매수할 예정이다. 나 대표는 보유지분은 30만주(1.15%)에서 107만주(4.09%)가 된다. 나 대표는 지분 확대를 통해 2대 주주로 올라서며 순조로운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나원균 대표는 동성제약 창업주인 고(故) 이선규 회장 외손자이자 이양구 전 대표 조카다. 나 대표는 지난 2019년 동성제약에 입사한 후 국제전략실장을 맡아 해외 사업을 총괄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2022년 사내이사가 된 후 후 2023년 부사장에 취임하는 등 존재감을 드러냈으나, 이선균 회장의 막내아들인 이양구 전 동성제약 대표이사가 회사를 이끌고 있었기에 경영권 승계 작업이 이뤄질 기미는 없었다.
상황이 바뀐 것은 지난해 3월 이 전 대표가 불법 리베이트 혐의 관련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 받으면서다. 이 전 대표는 1심 재판에서 의료인들에게 회사 의약품 처방 대가로 경제적 이익을 제공했다는 혐의와 관련해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았다.
동성제약은 1심 이후 열린 3월 말 정기 주주총회에서 이 전 대표를 대표이사로 재선임 했으나 오너리스크를 안고 이 전 대표 체제를 강행하는 데에 시장의 비판이 이어졌다. 한국ESG기준원(KCGS)에서도 지난해 동성제약의 ESG 평가 등급을 하향 조정했다.
기업가치 훼손이 이어지자, 지난해 10월 나원균 대표가 신규 선임되며 이 전 대표는 물러나게 됐다. 오너리스크는 해소됐지만, 회사에는 여전히 ESG 평가 개선과 실적 개선 등 여러 과제가 산적해 있다는 평가다.
가장 시급한 문제로는 수익 기반 마련이 꼽힌다. 동성제약은 최근 9년 동안 2개년을 제외하고는 모조리 연간적자를 보는 등 실적 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2016년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한 후 다음 해 영업이익 10억원으로 반짝 흑자 달성에 성공했지만, 2018년에 영업손실 18억원을 보며 적자전환된 이후 2022년까지 4년 연속 영업손실을 봤다. 이어 지난 2023년 영업이익 6억원으로 가까스로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 26억원가량으로 다시 실적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매출 부진의 원인은 주력 제품인 정로환의 원료 공급에 차질이 생기면서 생산량이 감소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이에 따라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과 유사한 수준을 기록할 전망이다. 사업 부문별 매출비중은 일반의약품 35.0%, 전문의약품 24.0%, 염모제 28.5%, 화장품 및 기타 12.5%다.
1년 만에 연간 적자 전환이 유력한 상황에서 재무구조도 악화되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동성제약의 이익잉여금은 7730만원 수준에 불과하다. 부채총액은 2020년 말 708억원에서 지난해 3분기 말 847억원으로 증가했는데, 이에 따라 부채비율은 128.8%에서 228%로 치솟았다. 계속되는 적자로 현금이 줄며 차입금 규모도 크게 증가했다. 2020년 말 114억원이던 단기차입금은 지난해 3분기 말 약 337억원으로 늘었다.
유동성 악화는 임금 지연 사태로 이어지기도 했다. 동성제약은 이 전 대표가 물러나기 직전인 지난해 10월 임직원 급여 지급을 보름가량 지연했는데, 지연 사유로 "전속모델의 광고료 지급"을 들었다. 당시 회사 측은 여러 가지 비용 지출이 해당 월에 몰려 월급 지급이 미뤄졌다고 해명했지만, 동성제약의 유동성 악화가 상당한 수준이라는 걸 보여준 해프닝이라는 게 중론이다.
나 대표이사는 지난해 취임 당시 ▲안정적 수익 창출 기반 마련 ▲질적 성장을 위한 인사 시스템 구축 ▲건강한 소통 문화 조성 등 세 가지 경영 전략을 제시했다. 특히 신규 성장 동력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사업 구조 개편을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동성제약의 신성장 동력 사업은 매년 40억원 내외의 비용을 지출하는 광역학 치료제 및 진단제 연구개발이 대표적이다. 회사는 지난 2017년 대구암센터를 설립해 광과민제 개발에 뛰어든 상태로 주요 파이프라인으로는 광과민제 'DSP1944(포노젠)'이 있다.
포노젠은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에 췌장암을 적응증으로 하는 2상 임상시험계획(IND) 승인을 받았다. 회사는 지난달 관련 임상 비용 등 30억원 조달을 목적으로 무기명식 이권부 무보증 사모 교환사채를 발행했다. 교환 대상은 동성제약이 보유한 보통주 약 69만주(교환가액 4360원)다.
사업 구조 개편 역시 마무리된 것으로 보인다. 동성제약은 지난 2일 시무식 보도자료를 통해 최근 사업부 중심의 구조개편을 통해 업무 조직 효율화로 조직 체질 개선을 단행했다고 밝혔다.
당뇨병 환자 대상 신사업도 올해 본격화 될 전망이다. 동성제약은 지난달 혈당 상승 방지 기능성을 인증받은 '당박사 쌀'을 출시했다. 당박사 쌀은 일반 쌀에 크롬 효모 등의 당 조절 성분을 첨가해 만든 쌀로, 당뇨 환자들의 혈당 관리를 위해 개발됐다. 현재 전국 약국을 통해 유통이 시작됐고, 올해 온라인, 쇼핑몰 등 다양한 채널로 확장한다는 방침이다.
이충헌 밸류파인더 대표는 "지난해 CEO 교체 후 오너 리스크 해소하고 해외사업부문 및 신사업 확대 추진 중"이라며 "나원균 대표이사는 동성제약 입사 후 해외 사업을 총괄하며 2019년 43억원이던 해외 매출을 163억원까지 성장시켰다. CEO 교체 이후 해외 매출 성장이 보다 가속화될 것이라는 기대가 작용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했다.
한제윤 KB증권 연구원은 "(신제품인 당박사 쌀은) 유통망이 갖춰지는 올해부터 본격적인 매출 발생이 기대되며, 국내 생명보험사 프로모션(사은품)에 포함돼 병원 및 요양원 급식 납품과 같이 B2B 사업 기회가 내재되어 있다는 점 또한 기대되는 포인트"라면서 "실제로 지난 20일 생보사 향 78억원 공급 계약을 체결했고, 향후 고객사 확장 및 물량 확대에 따른 매출 성장도 기대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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