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 '제일 싼 날은 오늘' 유니클로·스파오 '가성비 전략 강화'패션업계 판매 전략 양극화 심화
13일 패션과 유통 업계 등에 따르면 신세계백화점, 롯데백화점 등 국내 주요 백화점의 명품 매출 신장률은 하락세다. 이 같은 현상은 지속적으로 나타나는 전세계적 추세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베인앤컴퍼니는 올해 럭셔리 시장이 전년 대비 2% 감소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럼에도 '에루샤'로 불리는 전세계 3대 명품 대명사 '에르메스, 루이비통, 샤넬'은 가격 동결이나 인하가 아닌 인상을 결정했다. 이미 인상했거나 인상 계획이 알려져 있는 상황이다.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매출 하락이 예상되는 상황에서도 이들은 '고가 이미지 강화'로 향후 미래 매출을 대비하겠다는 과거의 전략으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으로 보인다.
에르메스는 올 1월 3일 가방, 의류, 주얼리 등 주요 제품 가격을 평균 10% 이상 올렸다. 지난해 평균 10% 이상 가격을 높인 바 있는 샤넬 역시 1월 9일 '코코핸들'로 불리는 '핸들 장식의 플랩백' 가격을 평균 2.5% 인상했다. 루이비통 역시 이른 시일 내 주요 품목 가격을 인상할 전망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롤렉스, 반클리프, 티파니 등 주얼리 명품 브랜드 역시 가격 인상에 합류하고 있다. 지난해 이미 5%대 가격을 인상한 롤렉스는 1월 1일부로 인기 시계 모델 '데이트저스트 오이스터스틸·화이트골드 36㎜'의 국내 판매 가격을 6.3%, '서브마리너 오이스터스틸 41㎜'를 약 5.1% 올렸다. 산하 브랜드 튜더의 인기모델 '블랙베이 41㎜ 스틸 모델'도 4.4% 인상했다.
명품 브랜드들의 자신감있는 가격 인상에 소비자들 사이에서 '오늘이 가장 싸다'는 인식이 다시 조장되고 있다. 베블런(비쌀수록 잘 팔리는) 효과로 '오픈런'이 다시 횡행하는 기이한 풍경도 벌어지고 있다.
지난 11일 서울 강남의 한 백화점 명품관에는 이들 브랜드의 제품을 사기 위한 소비자들의 발길로 매장 오픈 전부터 수십 미터의 줄이 늘어서 있었다. 고물가로 소비심리가 위축된 상황에서 명품 브랜드들의 줄인상이 다시 소비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럭셔리 브랜드의 소비층은 경제적 영향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 고소득층으로 구성되어 있어, 경기 침체나 물가 상승에도 소비 심리가 크게 위축되지 않는다"며 "희소성을 강조한 마케팅 전략이 오히려 이들 브랜드의 가치를 더욱 공고히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반면 중저가 브랜드들은 물가 상승과 경기 둔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가격 경쟁에 매진하고 있다. 스파오, 유니클로 등 SPA(제조·유통 일원화) 브랜드들은 가격을 동결하거나 파격적인 할인 이벤트를 통해 소비자들을 유인하고 있다. 인디브랜드들은 온라인 쇼핑몰과의 협업을 통해 더 많은 할인 혜택을 제공하며 젊은 소비층 공략에 집중하고 있다.
스파오는 지난해부터 가성비 전략을 강화했다. 발열 내의(웜테크)의 경우 9900원으로, 이는 2009년 출시가인 1만 2900원보다도 3000원 낮은 가격. 스파오의 대표 상품인 패딩과 아우터도 2023년과 동일한 가격인 6만 9900원, 2만 9900원에 판매 중이다. 웜테크의 경우 고물가 시대에 큰 주목을 받으며 지난달 23일 전년 동기 대비 20% 늘어난 32만 장 판매됐다.
유니클로는 주기적인 할인행사와 프로모션을 진행 중이다. 최근에는 천연 다운을 사용하지 않은 새로운 특수 섬유 기술로 제작된 '퍼프테크 콤팩트 재킷'을 2만원 할인된 5만9900원에, 편안한 착용감의 웜팬츠인 남성용 '히트텍 기어 팬츠'을 1만원 할인된 4만9900원에 판매했다. 회사는 '가성비 제품을 더욱 저렴하게 판매한다'는 전략으로 2023년 연매출 9219억원을 올린 데 이어 2024년 전년 동기대비 15% 성장하며 1조 클럽에 다시 진입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올려 속물 심리를 자극하는 것과 반대로 중저가 브랜드는 가성비를 강조한 제품 개발과 할인 이벤트로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며 "코로나19 이후 소득 격차가 커지면서 패션 소비 행태도 양극화돼 마케팅 방법이 극단화된 것"이라고 밝혔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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