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열한 경쟁 속 변화 필요 인정하지만 법체계 근간 흔들릴 것이란 우려 감지 한시적, 추가 보상 등 요구 조건도 눈길
12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 등 기업에서 반도체 특별법 내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조항 포함 여부를 놓고 여러 목소리가 감지되면서 시선이 모이고 있다.
반도체 기업의 주 52시간 근무에 대한 이슈는 업계의 요구에서 출발했다. 통상 반도체 기업의 프로젝트는 1~2개월에 걸쳐 집중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은데, 주 52시간 근무 시스템으로 인해 기민하게 대처하지 못한다는 진단이 나오면서 정치권의 논의에 불이 붙었다. 연구개발 인력만이라도 근무시간을 유연화하자는 게 골자다.
그러나 현장 구성원의 반응은 그리 우호적이지 않다. 초격차 기술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으려면 당연히 연구개발 속도를 높여야겠지만, 노동시간을 늘리는 방식이 근본적인 해결책이겠냐는 의구심을 제기하고 있다. 나아가 이러한 조치가 반도체 연구개발 분야에 그치지 않고 생산·영업 등 다른 부서나 기업으로 확장될 수 있다는 점도 이들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먼저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은 반대의 뜻을 분명히 했다. 이를 허용하면 근로자의 삶의 질이 악화되는 것은 물론 법체계가 흔들릴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들이 연구개발 직군 조합원 904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약 90%가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삼노는 최근 성명서에서 "하나의 예외를 인정하면 결국 다른 업종 노동자들까지 건강권 침해의 위험에 노출될 것"이라며 "산업의 중요성만을 이유로 근로기준법의 근간이 흔들려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삼성전자와 디스플레이 등 계열사가 참여하는 초기업 노조는 한 발 뒤로 물러서면서도 조건을 내걸었다. 해당 조치가 '한시적'이어야 하며, 합당한 보상이 뒤따라야 한다는 게 그 내용이다.
덧붙여 초기업 노조는 근로환경의 개선도 요구하고 있다. 현재 삼성전자의 경우 월 16.5시간의 연장근로를 '고정 OT'로 책정하는데, 근로의욕을 떨어뜨리는 만큼 이 방침도 함께 없애야 한다고 촉구했다.
일각에서는 SK하이닉스의 사례를 봤을 때 근로시간 연장이 정답은 아니라는 인식도 상당하다. 이 회사 역시 2018년 이래 주 52시간 근무 체제를 안착시켰음에도 HBM(고대역폭 메모리) 수요에 기민하게 대응함으로써 오늘날 시장에서 독점적인 지위를 확립했기 때문이다. 즉, 근무의 양이 아닌 방향성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다만 기업 경영진 사이에선 여전히 주 52시간 근무 시스템으로는 경쟁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인식이 짙어 한동안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특정 기업의 사례를 놓고 전략의 문제라는 얘기가 나오는데, 사실 반도체 기업 입장에서 주 52시간은 R&D 프로젝트를 수행하기에 충분한 시간은 아니다"라면서 "업무의 연속성을 유지하기 어렵다는 점, 일부 기업엔 또 다른 노력과 비용을 야기시킨다는 점 등을 두루 고려해 문제에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여야와 정부는 이날 국정협의회에서 반도체 특별법 처리와 추가경정예산안(추경) 편성 등을 논의했으나, 주 52시간 근로제 예외 적용 여부에 대해선 접점을 찾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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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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