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은행, 충당금 기저효과로 이익 감소 상쇄늘어가는 연체율·무수익여신···건전성 '경고등'수익성 관건은 디지털 혁신···원앱 고도화 특명
14일 NH농협금융지주에 따르면 지난해 농협은행의 당기순이익은 전년 대비 1.5% 증가한 1조8070억원으로 잠정 집계됐다. 5대은행(신한·하나·KB국민·우리·NH농협) 가운데 당기순이익 2조원을 넘지 못한 곳은 농협은행이 유일하다.
농협은행의 표면적인 실적은 소폭 증가했지만 본업에서의 성과는 오히려 감소했다. 은행의 핵심 경영지표인 이자이익은 1.3% 감소한 7조6579억원에 그쳤고, 비이자이익인 수수료이익(7454억원)도 0.3% 줄었다. 지난해 4877억원에 달했던 기타영업손익(5333억원)의 적자 규모도 더욱 확대됐다.
대부분의 수익 지표가 부진한 가운데 전체 실적을 뒷받침한 건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 감소효과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신용손실충당금 전입액은 9696억원으로, 전년 대비 42.4%나 줄었다. 2023년 1조6843억원에 달했던 충당금 전입액이 7000억원 넘게 줄어들면서 기저효과 덕을 본 셈이다.
4대은행 합산 순이익 8% 늘었는데 농협은 '제자리'
농협은행의 이 같은 지난해 실적은 4대은행과 다소 괴리가 있다.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4대은행의 합산 순이익은 13조3430억원으로 전년 대비 8.38% 급증했다. 리딩뱅크를 탈환한 신한은행은 지난해 3조6954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올렸다. 이는 전년 대비 20.5% 급증한 수치다. 같은 기간 우리은행의 순이익(3조394억원)도 21.30% 증가했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순이자마진(NIM)은 1.88%로, 전년 대비 0.08%포인트(p) 하락했다. 카드를 제외한 NIM은 이보다 더 낮은 1.74%다.
금리인하에 따른 NIM 축소로 이자이익이 감소한 가운데 4대은행과 달리 비이자이익도 늘리지 못했다. 7454억원에 그친 수수료이익은 전년 대비 0.3% 감소했고, 유가증권 및 외환파생이익(5873억원)은 16.0%나 급감했다.
수익성 뿐만 아니라 건전성 지표도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연체율은 0.56%로, 전년 대비 0.13%p나 상승했다. 최근 저점인 2022년 2분기(0.18%)와 비교하면 0.38%p나 높은 수치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무수익여신은 1조1949억원으로, 7682억원에 그쳤던 연초 대비 55.5%나 급증했다. 원화대출금(290조7670억원)은 연초 대비 5.1% 불어났지만 부실 여신이 늘면서 수익 확대로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여신 건전성이 낮아지면서 손실흡수능력 확대를 위한 대손충당금 부담도 늘고 있다. 지난해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은 3조49996억원으로, 연초 대비 11.9% 증가했다.
지난 4년간 농협은행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뚜렷한 상향곡선을 그리고 있다. 지난 2021년 0.29%였던 대손충당금적립비율은 2022년 0.26%, 2023년 0.37%, 지난해엔 0.51%까지 치솟았다.
위험가중자산이 증가하면서 농협은행의 보통주자본비율은 14%대로 내려앉았다. 농협은행은 2021년부터 2023년까지 15%대의 보통주자본비율을 유지해왔지만 지난해엔 14.75%로 뚝 떨어졌다.
이에 대해 농협은행 관계자는 "지난해 4분기 손실흡수능력 제고를 위해 대손충당금 산출기준을 변경하면서 대손비용이 다소 증가했다"며 "특수은행 특성상 씬파일러 대출 규모가 크다보니 연체율, 무수익여신 비중이 타행 대비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슈퍼플랫폼 구축으로 건전성·수익성 다 잡는다"
올해 새롭게 경영 지휘봉을 쥔 강태영 신임 행장은 부진한 수익성과 건전성을 한꺼번에 끌어올려야하는 과제를 떠안게 됐다. 부실한 내부통제 개선방안도 아직 구체적인 그림이 그려지지 않은 상태다.
강 행장은 취임 일성으로 ▲고객신뢰 및 동반성장 ▲원리원칙 재정립 및 내부통제 혁신 ▲디지털 리딩뱅크 도약 ▲미래금융 선도 등을 제시했다. 농협은행의 수익성 개선을 위한 방안으로는 '디지털 혁신'이 첫 손에 꼽힌다.
농협금융그룹은 하나의 앱에서 금융서비스와 비금융서비스를 한꺼번에 제공하는 슈퍼플랫폼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NH올원뱅크의 가입자 수는 지난 2022년 901만명에서 지난해 1168만명으로 증가했지만 금융앱 1위인 토스(2800만명)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농협은행의 디지털 혁신전략이 궤도에 오르면 비금융 서비스를 중심으로 비이자이익이 한층 개선될 것으로 기대된다. 특히 입출금, 펀드, 대출, 개인 IRP, 방카슈랑스 등 비대면 금융상품 판매도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현재 농협은행의 비대면 상품판매 건수는 30.5%에 머무르고 있다.
농협은행 관계자는 "디지털 전문가로 인증받은 'DT-마스터'는 2021년 205명(레벨1 기준)에서 2024년 1175명으로 증가했다"며 "디지털 금융을 이끌어갈 내부인재를 지속적으로 양성하고 인재풀을 체계적으로 관리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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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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