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당국 연일 은행 때리기···"대출 가산금리 내려라"시장금리 반영 3개월 걸려···집값 자극·건전성도 부담"당국 가이드 따를 뿐"···건전성·수익성 균형찾기 관건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오는 23일 통화정책방향 본회의를 열고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시장 안팎에선 내수 부진 장기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추가로 인하할 수 있다는 추측이 나오고 있다. 기준금리는 지난해 두 차례 떨어지면서 3.0%까지 내려온 상태다.
금리인하기에 본격적으로 접어들면서 은행권에 대한 가산금리 인하 압박이 거세지는 모양새다. '이자장사'에 집중하고 있는 은행권이 순이자마진(NIM) 개선을 위해 수신금리는 내리고 대출금리는 높게 유지하고 있다는 게 금융당국의 생각이다.
실제로 은행권의 예금금리는 뚜렷한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은행연합회 소비자포털에 따르면 5대은행(신한·하나·KB국민·우리·NH농협)의 대표 정기예금 상품의 금리(1년만기 기준)는 연 2.95∼3.30% 수준이다.
KB국민은행은 이날 'KB스타 정기예금'의 최고금리(만기 1년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기존 3.00%에서 2.95%로 인하했다. 신한은행도 지난 20일 '쏠편한 정기예금'의 최고금리(1년만기 기준·우대금리 포함)를 2.95%까지 낮췄다. 이 예금상품의 최고금리가 2%대로 내려간 건 2022년 6월 이후 2년 8개월 만에 처음이다.
은행권은 시장금리가 하락하고 있는 만큼 수신금리가 떨어지는 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다. 금리인하기에 수신금리를 인하하지 않으면 조달비용이 상승해 수익성이 급격히 위축되기 때문이다.
반면 은행권의 대출금리는 여전히 4%대를 유지하고 있다. 지난 1월 기준 5대 은행의 주택담보대출(잔액 기준) 금리는 4.18~4.39% 수준이다. 신규 취급액 기준 평균금리도 4.55~4.28%로, 예대금리차는 최대 1.37%까지 벌어져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예금은행의 지난해 12월 평균 가계대출 예대금리차(신규취급액 기준)는 1.43%p로, 4개월 연속 확대됐다.
이에 금융당국은 대출금리에 기준금리 인하를 반영하라며 연일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김병환 금융위원장은 24일 월례 기자간담회에서 "금융당국이 대출금리에 직접적으로 개입하는 건 적절치 않지만 기준금리를 대출금리에 반영할 때가 됐다"고 언급했다. 대출금리도 가격이기 때문에 시장원리가 작동해야 한다는 게 김 위원장의 생각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21일 주요 은행 20곳에 공문을 보내 차주별, 상품별로 준거·가산금리 변동내역과 근거, 우대금리 적용 현황 등의 자료 제출을 요구했다. 기준금리가 내렸는데도 대출금리를 인하하지 않은 근거를 자세히 들여다보겠다는 취지다.
다만 은행권은 '이자장사' 비판이 다소 억울하다는 눈치다. 금융당국의 강도 높은 가계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가산금리를 낮추면 집값 폭등과 가계부채 증가에 대한 책임을 뒤집어쓸 수도 있어서다.
경기 침체에 따른 상환여력 감소로 연체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대출금리를 쉽게 늘릴 수 없는 배경으로 꼽힌다. 금감원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대출 연체율은 0.44%로, 2016년 이후 8년 만에 최고치(연말 기준)다.
은행권 관계자는 "가산금리 인상은 폭리를 취해 NIM을 높이기 위한 게 아니라 대출총량 관리 차원"이라며 "지난해 금융당국의 규제로 가계대출 영업동력이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은행들도 적극적인 대출금리 인하를 원하고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대출 가산금리는 내릴 수 있는 여력이 있다면 내리는 게 맞다"면서도 "하지만 시장금리가 내려가더라도 대출상품의 만기가 있기 때문에 금리인하 효과는 최소 3개월은 지나야 본격적으로 반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금리는 시장 논리에 의해 결정돼야 하는데, 4% 금리에도 가계대출 수요가 유지된다는 건 아직 다른 창구에 비해 은행의 조달금리가 저렴하다는 방증"이라며 "은행의 가산금리가 가파르게 내려가면 시장의 늘어난 유동성은 대부분 부동산으로 집중되고 다시 집값을 자극하게 될 것"이라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지난해 은행들은 가계대출을 관리하겠다는 금융당국의 뜻대로 가산금리를 올렸으나 가격으로 안되니 총량 제한으로 가지 않았나"라며 "은행 입장에선 금융당국의 가이드에 맞출 수 밖에 없고, 건전성을 훼손하지 않는 수준에서 적정한 수익성을 유지하는 게 관건"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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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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