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엔데믹 이후 현금성자산 급감잇따른 기업 인수, 2조원대 투자 부담신규 사업·추가 M&A 위해 현금 확보
23일 업계에 따르면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 20일 공시를 통해 자사 분당빌딩을 1000억원 규모로 캡스톤자산운용 주식회사에 처분하기로 했다. 처분 예정일은 오는 30일로, 먼저 880억원을 받은 후 남은 120억원은 24개월 동안 유보하기로 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가 빌딩 매각에 나선 데에는 급감한 유동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올해 1분기 말 기준 현금 및 현금성자산 1289억원을 갖고 있다. 2022년 말 1조8729억원에서 93.12% 감소한 수준이다.
진단기업인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코로나19 팬데믹 시기 호황을 누렸다. 코로나19 진단키트 수요가 급증하며 매출은 2019년 연결기준 729억원에서 2020년 1조6862억원으로 뛰었고, 2021년과 2022년에는 각각 2조9300억원, 2조9320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부터 2022년까지 3년 간 누적 영업이익은 3조2726억원이다.
회사는 이 시기 풍부한 유동성을 바탕으로 공격적인 투자에 나섰다. 지난 2021년 브라질 진단기기 기업 '에코 다이그노스티카'를 474억원에 인수한 것을 시작으로 2022년 독일 체외진단 유통사 '베스트비온'을 161억원에, 이탈리아 유통사 '리랩'을 619억에 각각 인수했다.
코로나19 엔데믹이 본격화된 2023년에는 미국 진단기업 '메리디안 바이오사이언스' 인수에 약 1조9800억원을, 파나마의 체외진단 유통사 '미래로' 인수에 114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실제로 이 시기 회사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023년 4823억원, 2024년 1774억원으로 빠르게 줄었다.
3년간 5곳의 기업 인수에 총 2조1168억원 가량을 투입했지만, 시장의 우려대로 코로나19 엔데믹 후 매출이 쪼그라들며 2년 연속 적자를 이어갔다. 2023년 매출 6557억원, 영업손실 2481억원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매출 6946억원에 영업손실 541억원으로 적자를 벗어나지 못했다.
다만 에스디바이오센서는 지난해 비코로나 제품 판매 확대로 별도 기준 영업이익 47억원, 순이익 63억원을 기록하는 등 수익성 개선이 시작됐다는 입장이다.
특히 지난해에는 미국 메리디안과 기타 자회사의 매출이 대폭 증가했다. 브라질 법인은 HIV와 C형 간염 진단키트 정부 입찰 수주와 코로나19, 뎅기열 바이러스 진단 제품 공급 확대를 통해 높은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년 대비 매출액이 90% 증가했으며, 이 외에도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파나마 법인이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 또 인도 법인은 당화혈색소(HbA1c) 및 말라리아 진단 제품을 기반으로 매출이 늘었다.
올해 1분기에도 이같은 기조는 이어졌다. 1분기 혈당 진단 제품 판매 호조에 따라 매출이 증가했으며, 지역별로는 아메리카 및 아프리카 권역의 매출이 전년 대비 상승했다. 질병별로는 혈당 진단 제품 외에도 HIV·매독 동시 진단 키트를 포함한 성병 진단 제품, 코로나19·독감 동시 진단 키트의 호흡기 질병 제품, 말라리아 진단 키트의 매개 감염 제품 순으로 강세를 보였다.
해외 매출 비중도 2022년 86%에서 2023년 88.6%, 지난해 93.1%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에스디바이오센서는 해외 기업 인수를 통해 남미, 북미, 유럽, 중미 등 주요 지역에 직판망을 구축한 상태다.
문제는 단기간 내에 많은 회사를 인수한 탓에 연결기준 수익성 개선은 이뤄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지난해 메리디안이 매출 3389억원을 기록하며 에스디바이오센서 별도기준 매출(2757억원)보다 높은 매출을 기록하는 등 외형 성장에는 일조했다. 하지만 연결회계처리 과정에서 무형자산상각비가 반영되며 영업손실 363억원을 기록해 영업손익에는 악영향을 미쳤다.
회사는 올해 1분기에도 별도재무제표 기준으로는 영업이익 5억원, 분기순이익 47억원을 기록하며 흑자를 달성했는데, 역시 메리디안 연결회계처리 과정에서 무형자산상각비가 발생하며 연결기준 영업손실은 146억원, 분기순손실은 188억원을 기록했다.
현금 유출 없는 회계적 비용에 해당하는 메리디안과는 달리 실제 적자를 본 자회사도 있다. 지난해 에스디바이오센서 자회사를 살펴보면 인도 법인(21억원), 독일 법인(18억원), 스페인 법인(17억원) 인니 판매, 상해법인(2억원) 등이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이탈리아, 인도네시아, 파나마 법인 등 일부를 제외하면 대부분 적자를 기록했다.
올해 1분기에도 한국 본사가 24억원, 인도 법인이 65억원의 매출 증가를 기록하며 외형성장을 이끌었지만, 영업이익은 한국을 비롯한 브라질, 이탈리아, 파나마 법인만 달성하며 나머지 자회사는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태지 못했다.
에스디바이오센서 측은 이번 빌딩 매각이 유동성 확보 및 미래 신규 사업 투자 재원 활용을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1분기 말 기준 회사의 부채비율이 33.5% 수준로 낮은 만큼 확보한 현금은 추가 M&A를 비롯한 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에스디바이오센서 관계자는 "이번에 마련한 재원으로는 향후 출시를 예정하고 있는 신규 플랫폼과 M&A에 투자를 할 예정"이라면서 "회사 차원에서 중장기적 방향성을 위해 진행한 것으로, 향후 추가 기업인수 계획 등이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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