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상 최대 과징금에 고객 보상 등 손실 막대해킹 후폭풍, 미래 성장 동력 확보에 제동잇단 비용 발생에 AI 관련 R&D·M&A 위축
개인정보보호위원회는 28일 SK텔레콤에 과징금 1347억9100만원과 과태료 960만원을 부과했다. 이는 국내 개인정보 유출 관련 제재 가운데 역대 최대 규모다. 지난해 5월 카카오가 받은 151억원의 과징금과 비교해도 9배가 넘는 수준이다.
이번 제재는 지난 4월 발생한 해킹 사고에 따른 것이다. SK텔레콤은 당시 해커 침입으로 이용자 2324만명의 개인정보(유심 인증키·IMSI 등 25종)를 탈취당했다. 이는 전체 가입자의 90%에 달하는 수치다.
SK텔레콤이 해킹 사태로 부담해야 할 손실은 과징금 뿐만이 아니다. SK텔레콤은 유심 교체, 대리점 영업 중단 보상 등으로 2분기에만 약 2500억원의 일회성 손실을 인식했다. 피해 고객에게 요금 50%를 감면해주거나, 추가 데이터를 제공하는 등 보상책으로 연말까지 약 5000억원이 추가로 들어갈 예정이다.
고객이 경쟁사로 이탈하면서 생긴 손실도 적지 않다. 지난달 14일까지 SK텔레콤을 떠난 고객은 약 72만명. 이들의 월 요금을 중위값 기준(6만8000원)으로 단순 계산하면 한 달 손실만 약 490억원에 달한다. 2년의 약정기간(2년 내지 3년)을 기준으로 보면 1조1750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하는 셈이다. 여기에 탈퇴 고객에게 면제해준 위약금도 적지 않다.
이처럼 예상치 못한 대규모 손실은 SK텔레콤의 미래 전략에 제동을 걸 수 있다. 특히 최근 SK텔레콤이 그룹 차원에서 AI에 집중 투자하고 있는 상황에서 연구개발(R&D) 및 외부 인수합병(M&A) 재원 확보에 타격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SK텔레콤은 이미 보안 인프라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7000억원을 자체적으로 투자할 계획이다. 이와 별도로 100억원의 정보보호 기금을 조성해 국내 보안 생태계 지원에도 나서겠다고 밝혔다. 보안 재정비와 피해 보상 등 예기치 못한 지출이 AI 관련 주요 의사결정에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SK텔레콤은 지난해부터 자체 AI 플랫폼 '에이닷'을 중심으로 다양한 생태계를 조성해왔다. 미국 AI 스타트업 앤스로픽에 대한 전략적 투자, 글로벌 AI 얼라이언스 참여 등도 미래 성장동력 확보 차원의 포석이었다. 하지만 회사 전반에 걸쳐 조단위 손실이 발생할 경우, 공격적인 투자 기조를 유지하기 어려울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통신업계 관계자는 "AI 사업은 단기간 수익이 나기 어렵고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데, 예기치 못한 비용 부담이 생기면 재무 전략 전반을 재조정해야 할 수도 있다"며 "이번 사태 이후 시장의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세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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