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가장 큰 붕괴 조짐을 보이는 업종은 석유화학입니다. 중국이 내수 소비 둔화를 만회하려는 듯 막대한 물량을 저렴하게 쏟아내면서 국내 기업들은 조(兆)단위에 이르는 적자와 생산 라인 폐쇄, 공장 가동 중단이라는 초유의 상황에 내몰렸습니다. 정부도 석유화학 단지가 몰린 전남 여수시와 충남 서산시를 '산업위기 선제대응지역'으로 지정했습니다.
이차전지 업계의 사정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당초 배터리 시장은 국내 셀·소재 기업들이 고성능 기술에서 우위를 점해온 만큼, 시장 내 입지가 굳건해질 것으로 예상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최근 몇 년 사이 보급형 전기차 확산과 함께 값싼 중국산 제품이 빠르게 부상하면서 상황이 뒤바뀌기 시작했습니다. 게다가 한때 시장의 기대를 모았던 전기차 수요도 기대만큼 성장하지 않으면서 중국산 배터리의 시장 장악은 더욱 심화되는 모습입니다.
또 다른 핵심 산업인 철강과 반도체도 불안합니다. 철강업계는 이미 지난해부터 중국산 저가 철강재에 맞서 반덤핑 제소에 나섰지만 시장 잠식은 여전합니다. 반도체업계 역시 메모리 가격이 상승될 것이란 전망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추격이 매섭습니다. 기술력 격차가 빠르게 좁혀지면서 모든 업종에서 안심할 수 없는 국면에 접어든 것입니다.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는 점입니다. 중국 정부는 특정 산업군을 가리지 않고 대부분의 업종에서 저가 공세를 펼치고 있습니다. 실제 중국 정부는 내수 성장을 위해 억 단위, 조 단위의 투자도 서슴지 않는 행보를 보이고 있기도 하고요.
국내 기업들도 각자 살아남기 위한 자구책을 속속 내놓고 있으나, 정부의 지원 없이는 한계가 뚜렷합니다. 특히 이러한 모습이 장기화될 경우, 기업들의 연구개발 방향이 미래를 위한 연구개발 보다는 '중국을 막기 위한 연구'에 초점이 맞춰질 것이란 우려의 생각도 듭니다.
중국의 공급과잉에 밀린 산업군은 모두 한국 수출의 핵심 업종입니다. 국가 경제의 근간을 지탱하는 분야인 만큼, 정부 차원의 뚜렷한 지원 전략과 장기적인 지원책이 절실한 상황입니다. 단순한 일회성 전략과 지원이 아닌, 자금 조달과 투자 지원, 공급망 다변화 등 구체적이고 뚜렷한 종합 대책이 나오기를 기대합니다.

뉴스웨이 전소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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