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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건설사 무뎌진 죽음 7명과 칼날 규제 '부메랑'

오피니언 기자수첩

건설사 무뎌진 죽음 7명과 칼날 규제 '부메랑'

등록 2025.09.16 14:50

수정 2025.09.16 14:53

이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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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porter
이재명 정부 출범 100일. 국내 상위 10대 건설사 현장에서 7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다.
이는 단순한 통계가 아니다. 노동자의 죽음이 여전히 현장에서 '예외'가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는 비극적 단면이다. 그리고 정부가 산업안전 규제의 칼날을 다시 꺼내 들 수밖에 없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지난 15일 '노동안전 종합대책'을 발표하며 반복되는 사망사고에 대한 고강도 대책을 내놓았다. 내용은 단호하다. 연간 3명 이상 사망자가 발생한 기업에 대해 영업이익의 최대 5% 과징금을 부과하고 중대재해가 반복될 경우 건설업 등록을 말소할 수 있는 규정도 신설됐다. 등록이 말소되면 해당 업체는 수주, 하도급, 신규 영업 등 모든 사업 활동이 차단된다. 사실상 퇴출에 가까운 조치다.

이번 조치는 일회성 대응이 아니다. 정부는 산업재해를 구조적 문제로 인식했고 특히 대형 건설사에서 반복되는 인명 사고가 그 방증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실제로 대우건설 2명, 삼성물산·현대건설·GS건설·포스코이앤씨·롯데건설 각 1명씩, 불과 100일 만에 총 7명이 목숨을 잃었다. 이 중 4명은 한 달 사이에 사고로 숨졌다.

하지만 더 심각한 것은 이런 죽음이 '익숙한 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점이다. 건설사들은 사고가 날 때마다 "재발 방지"를 약속하고 고위 임원이 사퇴하며 수습에 나서지만 현장은 변하지 않는다. 그저 사망 사고가 또 일어날 때까지 기다리는 듯한 구조다.

물론 건설사들은 "안전에 대한 투자가 부족하지 않았다"고 항변한다. 대우건설은 최근 3년간 안전에 4000억원을 투입했고 현대건설은 작년 한 해에만 2700억원 이상을 사용했다. GS건설은 고위험 장비 점검 건수를 2년 새 34% 늘렸다. 하지만 결과는 7명의 죽음이다.

문제는 액수가 아니다. '투자'가 현장에 얼마나 실효적으로 작동했는가가 중요하다. 보여주기식 점검, 외주화된 책임, 말뿐인 '안전 최우선'이 만연한 조직 문화를 바꾸지 않는 이상 투자 금액은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

정부 규제를 두고 재계는 "처벌 위주의 대책"이라며 우려를 나타낸다. 경총은 "산재 예방보다 처벌 강화에만 초점이 맞춰졌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기업 스스로 책임을 다하지 않은 결과가 지금의 상황 아닌가.

'자율 안전 관리'가 실패한 이상 이제는 외부의 규제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정부의 규제가 강해진 것이 문제가 아니라 왜 정부가 여기까지 와야 했는지를 되물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진짜 해법은 단순한 처벌이 아니라 공사비에 정당한 안전 비용을 반영하고 지나치게 촉박한 공기(工期)를 현실화하는 것이라고 말한다. 지금처럼 '빠르게, 싸게'만 외치는 구조에서는 아무리 많은 예산을 쏟아부어도 현장의 안전은 담보되지 않는다.

건설사들은 이제 성찰해야 한다. 규제는 외부에서 떨어진 폭탄이 아니라 그들이 스스로 던진 부메랑이다.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음에도 방관했고, 죽음을 반복했으며, 책임은 희석시켰다. 이런 무감각이 결국 '칼날 규제'를 부른 것이다.

죽음을 비용으로 환산하는 문화가 바뀌지 않는 한 건설현장의 비극은 멈추지 않는다. 그리고 그 댓가는 더 무거운 책임으로 돌아올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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