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반도체 넘어 인프라로 확장SK와는 HBM 넘어 AI 클라우드LG와는 피지컬 AI 협력 주목
엔비디아의 최고경영자(CEO) 젠슨 황이 7개월 만에 다시 한국을 찾았다.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등 국내 재계 총수들과의 만남이 예정된 가운데, 이번 방한은 단순 고객사 확보를 넘어 인공지능(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 강화 행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젠슨 황 CEO는 5일 오후 1시 반께 전세기를 타고 김포공항에 도착했다. 지난해 10월 아시아·태평양 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 참석차 방한한 이후 7개월 여만이다.
그는 한국에 머무는 동안 국내 기업들과 비즈니스 기회를 모색하는 등 숨가쁜 일정들을 소화할 예정이다. 우선 이날 서울 홍대 부근에 위치한 '형님 저요'에서 열리는 '삼소(삼겹살과 소주) 회동'에는 최태원 SK그룹 회장,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해진 네이버 의장 등과 저녁 자리를 함께 한다.
젠슨 황 CEO는 작년 10월 방한 당시에도 서울 강남구 삼성동에 위치한 '깐부치킨'에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저녁 자리를 했던 바 있다.
만남이 있은 직후 삼성전자와 엔비디아는 전략적 협력을 구축하기도 했다. 당시 삼성전자는 엔비디아의 5만 개 이상의 GPU를 AI 팩토리에 도입하기로 했고, 엔비디아는 삼성전자의 HBM을 공급받기로 하면서 비즈니스 선물을 주고받았다. 이번 '삼소 회동' 역시 어떤 비즈니스 선물 꾸러미가 공개될지 기대되는 배경이기도 하다.
젠슨 황 CEO는 이날 김포공항에 입국해 '이번에도 한국을 위한 선물이 있느냐'는 기자들의 질문에 "한국을 위한 깜짝 선물이 준비돼 있다"며 "삼성·SK·LG 등 여러 기업과 많은 미팅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방한 배경과 관련해서는 "한국의 모든 파트너와 고객사들에 감사를 표하고 싶다"며 "우리는 아주 중요한 일들을 많이 하고 있고 AI 구축 작업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젠슨 황 CEO가 불과 7개월 만에 한국을 다시 찾은 배경에는 AI 생태계 구축을 위한 파트너십 확대 전략이 자리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AI 반도체 황태자로 불려왔던 젠슨 황 CEO가 이제는 AI 인프라로 시선을 돌리며 확장해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이번주 초 대만에서 열린 GTC 타이베이에서도 차세대 AI 가속기 베라 루빈부터 피지컬 AI, AI 팩토리 등 AI 생태계 전반에 대한 청사진을 공유했다. 결국 엔비디아가 그리는 AI 생태계 구축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과의 협업이 중요하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분석이다.
SK그룹과는 이미 돈독한 '깐부 사이'를 맺고 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CEO의 GTC 기조연설 자리에 참관했다. 젠슨 황 CEO는 이에 화답하듯 연이어 열린 컴퓨텍스 2026 행사에서 SK하이닉스 전시 부스에 들러 또 한번 파트너십을 과시했다.
젠슨 황 CEO는 전시장에 마련된 SK하이닉스의 차세대 AI 메모리 제품 'HBM4E' 웨이퍼에 "제발 더 만들어주세요(Please make more)"라는 문구를 남기기도 했다. 엔비디아가 AI 시장 주도권을 유지하려면 HBM이 필요하고 SK하이닉스 입장에서도 AI 반도체 시장에서 우위를 점하려면 엔비디아가 필요한 만큼 돈독한 파트너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양사의 협력은 HBM 공급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실제 이들의 협력은 HBM, GPU를 넘어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SK그룹은 지난해 10월 엔비디아와 국내 제조업 생태계의 AI 혁신을 위한 '제조 AI 클라우드' 구축에 뜻을 모았다. 엔비디아 GPU로 구동되는 '옴니버스 플랫폼'을 SK그룹이 구축하고 이를 SK그룹 계열사, 국내 공공기관 및 스타트업 등에 개방하는 것이다. 옴니버스는 제조업 공정을 온라인 3차원(3D) 가상공간에 똑같이 구축해 시뮬레이션하도록 하는 '디지털 트윈 플랫폼'이다.
최 회장과 젠슨 황 CEO의 만남은 올해만 세 번째다. 지난해 10월 이후 대외적으로 알려진 회동만 6차례에 달한다. 양측은 올해 들어 미국 실리콘밸리, 미국 새너제이, 대만 타이베이에 이어 한국에서도 연이어 만나며 AI 협력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삼소 회동'에서 또 눈에 띄는 인물은 구 회장이다. LG와 구체적인 협력 방안은 이번 회동 이후 공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LG그룹이 추진 중인 AI 사업들을 고려하면 피지컬 AI와 데이터센터 관련 협력들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LG전자는 휴머노이드 로봇 등 로봇사업을 확대해 나가고 있다. 이에 엔비디아의 AI 플랫폼과 LG전자의 로봇 사업 간 협력 가능성이 거론된다.
여기에 LG전자는 냉난방공조(HVAC) 사업에도 공을 들이고 있어 이와 관련된 파트너십도 기대해볼 수 있다. AI 데이터센터의 핵심 과제 중 하나는 고성능 칩에서 발생하는 열을 제어하는 것이다. 따라서 LG전자의 냉각 기술을 활용하고자 맞손을 잡을 수도 있다는 의미다.
엔비디아가 자율주행까지 발을 넓히고자 한다면 LG디스플레이, LG이노텍 등 계열사들의 전장사업까지 연계할 여지도 있다. LG가 엔비디아의 GPU를 필요로 하듯 엔비디아 역시 LG의 로봇·AI 인프라 역량을 필요로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양사의 관계도 단순 고객사를 넘어 파트너십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엔비디아가 한국 기업들을 찾는 이유는 단순히 제품을 판매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함께 AI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는 파트너를 확보하기 위한 것"이라며 "피지컬 AI 시대에는 데이터와 소프트웨어뿐 아니라 부품과 하드웨어도 중요한데, 한국 기업들은 관련 역량을 두루 갖추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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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단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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