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삼성전자가 쏘아 올린 '보상 방정식', 'K-성과급' 대전환의 서막

산업 전기·전자 In Depth

삼성전자가 쏘아 올린 '보상 방정식', 'K-성과급' 대전환의 서막

등록 2026.06.01 06:35

고지혜

,  

정단비

  기자

노사 갈등 끝 닻 올린 연동형 성과급···보상 보다 분배 성격 매우 강해글로벌 빅테크, 직무·성과별 철저한 차등···전사 이익 일괄 배분 드물어인텔·마이크론 복합 지표 운영···한국형 'N% 비율제' 경쟁력 약화 우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장장 5개월간 줄다리기를 이어온 삼성전자 노사 갈등이 일단락됐다. 성과급 보상안을 두고 반년 가까이 평행선을 달려온 노사는 결국 영업이익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타협점을 찾았다.

ai 아이콘 한입뉴스

OpenAI의 기술을 활용해 기사를 한 입 크기로 간결하게 요약합니다.

전체 기사를 읽지 않아도 요약만으로 핵심 내용을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Quick Point!

삼성전자 노사가 5개월간 이어진 갈등 끝에 성과급 보상안에 합의

영업이익의 10.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새로운 공식 도입

국내 산업계 보상 체계 변화의 신호탄으로 평가

숫자 읽기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 참여, 투표율 95.5%

찬성 4만6142표(73.7%), 반대 1만6474표(26.3%)로 합의안 통과

DS부문 특별성과급 재원은 영업이익의 10.5%, 배분은 부문 40%·사업부 60%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임직원 1인당 평균 6억6000만원, 적자사업부 1억8900만원 추산

DX부문은 600만원 상당 자사주 지급

자세히 읽기

특별성과급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 일부는 즉시 매각 가능·나머지는 1~2년간 매각 제한

적자사업부 패널티는 2027년분부터 적용

총파업 위기 봉합으로 최대 100조원 반도체 생산 차질 피해 방지

이재용 회장, 노사 합의 직후 글로벌 고객사 방문해 공급 차질 우려 해소

맥락 읽기

SK하이닉스가 영업이익 10% 성과급 제도 도입한 데 이어 삼성전자도 연동형 구조 채택

글로벌 기업들은 주식보상(RSU)·직무별 차등 보상 등 다양한 체계 운영

삼성전자 합의로 국내외 기업들에 성과급 확대 요구 확산, TSMC 등도 내부 논의

어떤 의미

반도체 산업 총파업 리스크 해소로 국가 경제 안정에 기여

성과급 공식의 고정화가 투자·고용 여력 감소, 단기 성과 중심 경영으로 이어질 우려

사업부 간 보상 격차, 산업 전반의 노사 갈등 확산 가능성 남아 있음

이공계 인재 유입, 노동 인식 변화 등 긍정적 신호도 함께 작용

시장의 관심은 이제 '합의' 그 자체보다 삼성전자가 새롭게 제시한 성과급 공식에 쏠리고 있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까지 '영업이익의 N%'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하는 구조를 도입하면서, 국내 산업계의 보상 체계 전반이 새로운 전환점을 맞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 영업이익과 직접 연동된 대규모 성과급 체계는 글로벌 기업들 사이에서도 흔치 않은 사례다. 전문가들은 이번 합의안을 두고 이공계 인재 유입 확대와 노동 인식 변화 등 긍정적 효과를 기대하면서도, 산업계 전반의 노사 갈등 확산과 성과보상 체계 왜곡 가능성은 우려 요인으로 꼽고 있다.

삼성전자 노사, 극적 타결···DS 성과급 최대 6억대


삼성전자 노사의 2026년 임금협약 잠정합의안이 지난 27일 조합원 찬반투표를 거쳐 최종 통과됐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교섭단이 전날까지 엿새간 진행한 투표 결과, 전체 조합원 6만5593명 중 6만2616명이 참여해 95.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이 가운데 찬성은 4만6142표(73.7%), 반대는 1만6474표(26.3%)로 집계됐다. 가결 요건인 '조합원 과반 참여 및 참여자 과반 찬성'을 크게 웃돌면서 160여일간의 노사 분쟁 끝에 마련된 잠정합의안은 최종 확정됐다.

이번 합의안의 핵심은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의 '특별성과급' 산정 기준이 새로 마련됐다는 점이다. 내년 초 지급될 DS부문 특별성과급은 영업이익의 10.5%를 재원으로 산정하며, 배분 비율은 부문 공통 40%, 사업부 60%로 정해졌다. 공통조직 지급률은 메모리사업부 지급률의 70% 수준으로 책정됐으며, 적자사업부에는 공통 지급률의 60%가 적용된다. 다만 적자사업부 기준은 2027년분부터 적용된다.

특별경영성과급은 전액 자사주로 지급된다. 지급 주식의 3분의 1은 즉시 매각할 수 있지만, 나머지 3분의 1은 1년, 또 다른 3분의 1은 2년간 매각이 제한된다. 장기 재직 유도와 주가 방어, 주주와 임직원 간 이해관계 일치 등을 고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시장에서는 올해 삼성전자 영업이익이 300조원 안팎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전사 영업이익을 약 360조원, 이 중 DS부문 영업이익을 약 350조원으로 단순 가정해 계산하면 DS부문 메모리사업부 임직원은 부문 성과급과 사업부 성과급을 더해 1인당 평균 총 6억6000만원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적자사업부인 파운드리사업부와 시스템LSI사업부의 경우 공통 지급률을 적용하면 1억8900만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여기에 연봉의 50% 상한이 있는 기존 초과이익성과급(OPI)도 별도로 받는다.

스마트폰, TV, 가전 등을 생산하는 DX부문은 600만원 상당의 자사주를 지급받는다. 기존 OPI를 제외하면 특별보상 기준으로 DS부문과 최대 100배 수준의 격차가 발생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사업부 간 보상 격차를 둘러싼 내부 불만은 합의안 확정 이후에도 남은 과제로 꼽힌다.

다만 큰 틀에서 보면 삼성전자 노사는 이번 합의를 통해 총파업 직전까지 갔던 갈등을 봉합하면서 최대 100조원으로 추정됐던 반도체 생산 차질 피해를 피하게 됐다. 반도체 생산라인은 24시간 연속 가동 체계로 운영되는 만큼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단순한 생산 중단을 넘어 수율 저하, 납기 차질, 협력사 피해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컸다.

고객사와의 관계에서도 공급 차질 우려는 상당 부분 걷힌 분위기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 22일 노사협상 타결 직후 곧바로 대만으로 향해 반도체 설계 전문 기업인 미디어텍 최고경영자(CEO)를 만났다. 총파업 리스크가 해소되자마자 글로벌 고객사를 찾아 반도체 공급 차질 우려를 직접 불식한 행보로 분석된다.

삼성전자 사장단은 전날 "이번 일을 계기로 '사업보국'과 '인재제일'이라는 삼성의 경영철학을 돌아보게 됐으며, 겸허한 자세로 노사관계와 경영 전반을 깊이 성찰하겠다"고 말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SK하이닉스 이어 삼성까지···'영업이익 N%' 공식화


영업이익 N% 보상 체제의 첫 도화선이 된 곳은 SK하이닉스다. SK하이닉스는 작년 9월 노사 합의를 통해 영업이익 10%를 상한 없이 전액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여기에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발 슈퍼사이클에 올라타며 역대급 이익을 거두자 직원 1인당 수억원대 성과급이 현실화됐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말 47조원 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뒀고 이로 인해 올초 SK하이닉스 직원들이 받은 1인당 초과이익분배금(PS·Profit Sharing)은 평균 1억4000만원 수준인 것으로 파악된다.

SK하이닉스에 이어 삼성전자 노사도 이번 합의로 실적과 성과급을 직접 연결하는 보상 체계를 갖추게 됐다. 이에 따라 국내 반도체 양대 기업 모두 '영업이익 연동형' 보상 구조에 올라타게 된 것이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영업이익 연동형 성과급이 관행으로 굳어질 경우 기업에는 상당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도체 기업은 글로벌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영업이익을 연구개발(R&D)과 설비투자에 우선 투입해야 한다. 그런데 일정 부분을 성과급 재원으로 떼어놓는 구조가 고착화되면 그만큼 투자와 고용 여력이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영업이익의 특정 비율을 고정해 성과급으로 지급하는 것을 제도화한 사례는 전 세계적으로도 드문 사례로 평가된다.

대표적인 사례가 엔비디아다. 엔비디아는 현금 성과급보다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을 적극 활용한다. RSU는 성과 달성이나 재직 기간 등 일정 조건을 충족하면 회사 주식을 무상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정해진 가격에 주식을 매입할 권리인 스톡옵션과는 구분된다. RSU는 주가가 오를수록 보상 규모도 커지는 구조다. 직원 입장에서는 회사에 오래 남아 있을수록 보상이 실현되고, 회사 입장에서는 대규모 현금 유출 부담을 줄이면서도 핵심 인력을 장기적으로 묶어둘 수 있다.

다른 글로벌 반도체·빅테크 기업들도 마찬가지다. 통상 기본급과 현금 보너스, 주식보상(RSU), 직원주식매수제도(ESPP) 등을 결합한 총보상 체계를 운영한다. 전사 이익을 일정 비율로 나눠 갖기보다는 직무와 직급, 개인 성과, 주가 흐름 등을 반영해 보상을 차등하는 구조다.

마이크론은 기술 성과와 비용 절감, 지속가능성 등 다양한 지표를 종합해 보상을 설계하고, 인텔은 매출뿐 아니라 수익성, 영업비용, 개인 성과 등을 복합적으로 반영한다. 구글과 메타 역시 전사 이익을 단순히 일괄 배분하기보다 개인별 성과 평가와 직무·레벨에 따른 주식보상 중심 체계를 운영한다. 이른바 나눠 갖기식 성과급보다는 성과와 역할에 따른 차등 보상에 무게를 두는 방식이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반도체 인재 유입 기대···"노동 인식도 달라졌다"


삼성전자의 이번 합의안을 두고 전문가들과 재계에서는 우려와 안도감이 공존하고 있다. 우선 반도체 산업이 한국 수출의 20% 안팎을 차지하는 국가 기간산업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삼성전자의 총파업은 기업뿐만 아니라 국가 경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리스크로 꼽혔다. 그러나 이번 합의로 총파업 리스크를 해소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또한 이번 보상 체계가 전 국민적 주목을 받으면서 반도체 업종 자체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되고 우수 인재들의 의대 쏠림 현상을 완화할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이공계로의 인재 유입을 기대해볼 수 있다는 의미다.

한요셉 KDI 재정·사회정책연구부 연구위원은 "삼성전자의 성과급 보상안은 현금이 아닌 주식 기반 성과보상이라는 점에서 노사가 미래 성과를 함께 공유하는 구조를 만들었다는 의미가 있다"며 "또한 반도체 업종의 높은 보상 체계가 이공계 인재 유입 측면에서는 긍정적 신호가 될 수 있다"고 평가했다.

더불어 노동에 대한 인식 변화도 긍정적인 요소로 평가된다. 노동도 성과 창출의 주체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는 분석이다.

정도진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번 사태를 통해 노동 역시 단순 비용이 아니라 성과를 함께 창출하는 핵심 주체라는 인식 전환이 이뤄졌다"며 "장기적으로는 기업 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삼성전자 노동조합 공동투쟁본부 조합원들이 23일 오후 경기 평택시 삼성전자 평택캠퍼스 앞에서 열린 4.23 투쟁 결의대회에서 손팻말을 들고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이수길 기자

산업계 전반 확산 우려···"성과보상 왜곡될 수도"


반면 부작용을 우려하는 시각도 적지 않다. 국민 기업이라 불릴 만큼 국내 대표 기업인 삼성전자라는 상징성을 고려하면 이 같은 성과급 방정식이 산업 전반으로 퍼질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이미 국내 기업들을 중심으로 '영업이익 N%' 보상에 대한 요구가 이어지고 있다.

실제 최근 카카오는 영업이익 13~14%,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영업이익 20%, HD현대중공업과 LG유플러스는 영업이익 30%, 현대차는 순이익 30% 등을 요구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심지어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기업들에도 여진이 이어지고 있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기업인 대만 TSMC도 최근 내부에서 삼성전자 사례를 언급하며 성과급 확대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 TSMC 내부에서는 성과급 축소 우려가 확산됐고 이들은 삼성의 사례를 들며 사측을 압박했다. 이에 웨이저자 TSMC 회장 겸 최고경영자(CEO)가 27일(현지시각) 사내 타운홀 미팅을 통해 "올해 직원 이익배분 보너스 규모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어날 것"이라고 직접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영업이익은 투자·배당·세금 재원까지 포함된 수치인 만큼 이를 직접 성과급과 연동하는 방식은 부담이 클 수 있다"며 "더구나 이를 근로계약에 명시하면서 성과급 기준을 고정화했다는 점도 기업 경영에 리스크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례는 삼성전자만의 문제가 아니라 다른 산업으로도 확산될 가능성이 있고 반도체 업종뿐 아니라 다른 대기업 노조들도 유사한 성과급 요구에 나설 수 있다"며 "하청업체나 해외 법인 직원들까지 '본사 수준 보상'을 요구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성과급 체계가 업종 전반의 새로운 기준처럼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파급력이 크다"고 지적했다.

업계에서도 삼성전자가 '성과 있는 곳에 보상이 있다'는 기본 경영 원칙을 깨고 이번 합의안을 수용했다는 점에서 향후 부작용을 우려한다. 물론 적자사업부에 대한 차등 지급, 즉 패널티를 1년만 유예하긴 했지만 형평성과 기존 경영원칙에 어긋난다는 지적이 나온다. DX부문 내에서도 성과가 기대되는 사업부들이 있지만 이들은 성과급 자체를 기대하기 어려운 반면 DS부문 내 적자사업부는 억대 성과급을 받을 수 있게 됐다는 점에서다.

또한 이 같은 합의가 총파업이라는 긴급 상황 속에서 이뤄졌다는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특히 이번 삼성전자 노사 갈등 봉합 과정에는 정부가 직접 중재자로 나선 바 있다. 이에 총파업 현실화에 따른 대규모 손실 우려와 다음 달 3일 지방선거 등을 고려해 정부가 산업 전반의 파급효과보다 갈등 봉합에 무게를 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제기된다.

4대 그룹 고위 관계자는 "100조원 규모의 손실이 예상됐던 삼성전자의 총파업 위기를 막아냈다는 점에서 의미있다"면서도 "다만 이번 합의안으로 인해 산업 전반에 성과급 요구 목소리가 퍼지면서 노사간 갈등이 불거지지 않을까 싶다"고 말했다. 이어 "삼성전자 역시 올해 총파업을 코앞에 두고 급하게 타협점을 찾으면서 DS부문과 DX부문 내 갈등은 충분히 해소되지 않은 채 잠재돼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과도하게 커진 성과급 규모에 따른 단기 성과 중심 경영과 성과보상 인식 왜곡 우려도 있다고 진단한다.

정도진 교수는 "SK하이닉스가 쏘아 올린 공이 삼성전자를 거치며 낙뢰가 됐다"며 "성과보상은 원래 성과를 유도하기 위한 동기부여 시스템인데, 이번 합의안은 성과보상보다 성과분배 성격이 더 강하다"고 말했다. 이어 "성과보상을 단순 이익 공유 개념으로 받아들이기 시작하면 산업계 전반에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성과급 규모가 지나치게 커질 경우 경영진과 조직 모두 단기 성과에 매몰될 가능성이 있다"며 "장기 투자보다 당장 이익을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의사결정이 왜곡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ad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