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美가 끊자 흔들린 AI 생태계···다시 불붙은 '소버린 A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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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가 끊자 흔들린 AI 생태계···다시 불붙은 '소버린 AI'

등록 2026.06.19 17:13

유선희

  기자

민간 AI, 국가 안보 자산으로 인식 전환국가 전략자산으로 부상···기술 주권 논의 점화핵심 AI 모델 국산화·자립화 목소리 커진다

미국 정부가 앤트로픽 최상위 인공지능(AI) 모델 '클로드 미토스(Mythos) 5'·'클로드 페이블(Fable) 5'의 외국인 접근을 전면 중단하자 소버린 AI 중요성이 다시 커지고 있다. AI가 더 이상 민간 기술이 아닌 국가 전략자산으로 인식되기 시작하면서다. 글로벌 빅테크 AI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AI 주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힘을 얻는 분위기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19일 정보기술(IT) 업계에 따르면 미 상무부는 안보 위협을 이유로 앤트로픽의 최첨단 보안 특화 AI 모델 미토스 5와 일반 공개용 페이블 5에 대해 한국 등 우방국을 포함한 모든 외국 국적자의 접근을 차단하는 수출 통제 조치를 단행했다.

해당 모델들은 일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하는 클로드와는 성격을 달리 한다. 이달 초 일반 이용자를 대상으로 공개된 페이블 5는 소프트웨어 개발과 과학 연구, 데이터 분석 등 전문 업무 영역에서 활용되는 모델로, 앤트로픽에 따르면 일반 사용자에게 공개된 모델 가운데 가장 강력한 AI라는 설명이다. 미토스 5는 사이버보안에 특화했다. 지난 4월 공개 당시 압도적인 사이버 공격·방어 능력으로 큰 주목을 받았다. 주요국 정부와 민간 기업들로 구성된 사이버보안 연합체인 '프로젝트 글래스윙(Glasswing)'이 출범한 계기이기도 하다.

미국 정부가 문제 삼은 지점은 '탈옥' 가능성이다. 탈옥은 AI 모델의 안전장치를 우회해 제한된 답변을 끌어내는 방식을 의미한다. 앤트로픽은 미 정부의 통제 지침을 수용해 서비스 중단을 결정했지만, 충분한 안전성을 확보한 상황이라며 반발하는 입장이다. 앤트로픽은 공식 블로그를 통해 "모델의 보안 조치를 완전히 우회할 수 있는 범용 탈옥 방법은 발견되지 않았다"며 ""이번 조치는 이러한 원칙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때문에 국내 기관과 기업들이 추진하던 국제 AI 보안 협력에도 제동이 걸린 상태다. 한국인터넷진흥원(KISA)과 SK텔레콤,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은 프로젝트 글래스윙 참여를 추진해 왔다. 미토스 5가 글래스윙의 핵심 모델인 만큼 수출 통제가 장기화될 경우 관련 연구와 협력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서비스 중단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정부 결정으로 민간 AI 모델의 이용이 제한된 첫 사례이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AI 기술이 더 이상 민간 기업의 상품이 아닌 국가 전략 자산으로 취급받기 시작했다는 신호로 해석한다. 반도체와 첨단 장비에 이어 AI 모델 자체도 지정학적 갈등의 영향을 받는 시대가 열렸다는 의미다.

이와 맞물려 국내에서는 소버린 AI 필요성이 다시 부각되고 있다. 소버린 AI는 국가가 AI 인프라와 데이터, 기술을 바탕으로 독립적인 AI 역량을 확보하는 전략을 의미한다. 해외 기업의 정책 변화나 수출 규제에 흔들리지 않는 AI 생태계를 구축하자는 취지다.

정부 역시 관련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재명 정부는 과학기술정보통신부를 부총리급 부처로 격상하고 총 5300억원 규모의 '독자 AI 파운데이션 모델 프로젝트(독파모)'를 추진 중이다. 글로벌 빅테크에 의존하지 않는 한국형 AI 모델을 육성하겠다는 목표다. 현재 독파모 사업에는 LG AI연구원과 SK텔레콤, 업스테이지, 모티프테크놀로지스 등 4개 진영이 참여하고 있다. 이달 말부터 2차 평가가 진행되며 최종적으로 1개 팀이 국가대표 AI 모델 개발 사업자로 선정될 예정이다.

해당 사업에 뛰어든 업스테이지도 소버린 AI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김성훈 업스테이지 대표는 지난 16일 기자간담회에서 "AI가 국가 전략 자산이 된 만큼 자체 기술력을 최대한 끌어올려야 한다"며 "정부 차원의 GPU 지원도 지금보다 훨씬 확대돼야 한다"고 역설했다.

민간 차원의 움직임도 나타나고 있다. 최근 출범한 '프로젝트 캐노피'는 AI 기반 보안 취약점 탐지와 방어 체계를 구축하기 위한 협력체다. 두나무와 LG유플러스, 포스코DX, 현대차그룹 등 27개 기관이 참여한다. 미국 글래스윙과 유사한 방식으로 공공 및 민간 분야의 AI 보안 역량을 강화하는 것이 목표다.

한 업계 관계자는 "그동안 소버린 AI를 산업 경쟁력 관점에서 바라봤다면 이번 사태는 AI 주권이 국가 안보와 직결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줬다"며 "해외 기업의 정책이나 규제 변화에 따라 핵심 AI 서비스 접근이 제한될 수 있다는 사실이 확인된 만큼 독자 기술 확보 논의가 더욱 힘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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