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세 자영업자, 국세청 세무조사에 ‘반발’

강도 높은 세무조사 서민들의 또 다른 악재

#1. 경기도 고양시 장항동에서 골목 슈퍼마켓을 운영하고 있는 양 모씨(37세)는 요즘 한 숨이 깊다. 조세 당국에서의 거둬들이는 부과액이 해마다 많아지기 때문이다. 양 씨는 “국세청에 부과하는 세금이 매년 늘고 있다. 작년에 100만원을 냈다면 올해는 20만원을 더 내야 하는 상황이다. 세금,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다”고 성토했다.

#2. 서울 종로에서 영세 유흥 주점을 운영하고 있는 김 모씨(45세)도 과거 벌어들인 수입에 대한 세금까지 납부해야 하는 소급 부과 때문에 정부의 조세정책에 불만의 목소리를 냈다. 김 씨는 “그렇지 않아도 요즘 경기가 안 좋아 장사가 안 되는데 세금으로 부과해야 하는 납부액은 점점 더 늘고 있다”며 “국세청의 영세 자영업자들을 대상으로 한 소급 부과는 영세 자영업자들에게는 가혹한 처사”라고 울분을 토했다.

조세 당국의 과도한 세금 추징으로 영세 자영업자들의 반발이 거세게 일고 있다. 국세청이 지난 5년 동안 영세 자영업자의 세무조사 비중을 확대한 사실이 밝혀졌기 때문이다.

특히 연 수입 50억 이상인 고소득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 비중이 줄었다는 언론보도가 나오자 영세 자영업자들은 조세 형평성에 어긋나는 처사라고 성토했다.

실제 국세청이 최근 홍종학 민주당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영세 자영업자들이 납부한 부과세는 2008년에 141억원에서 2012년 887억원으로 급증했다. 전체 부과세액 대비 비중도 3.3%에서 10.3%나 증가했다.

반면, 연간 수입액이 50억원을 초과하는 고소득 개인사업자에 대한 세무조사는 2008년 338건(10.1%)에서 지난해 309건(6.8%)으로 줄었다. 전체 부과세액에서 차지하는 비중 역시 33.3%에서 30.0%로 감소했다.

홍종학 민주당 의원은 “영세 개인사업자들에 대한 세무조사는 강화하고 부과액 비중을 높이는 것은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영세 자영업자들을 두 번 울리는 처사”라며 “조세 당국은 형평성에 맞는 조세 정책으로 서민들이 공감하고 납득할 수 있는 징수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홍 의원은 이어 “국세청이 세무조사의 타깃을 영세 자영업자에 집중하고 있는 것은 세수 부족을 메우려고 서민들을 쥐어짜고 있는 것과 같다”고 덧붙였다.

엄태기 골목상권살리기소비자연맹 사무총장도 “국세청이 고소득 개인사업자보다 영세사업자에게 세무조사를 강하게 실시한 것은 편리성만을 추구하는 추징 방법 때문”이라며 “박근혜 정부에서는 서민 경제 부담을 최소화 하고 형평성에 어긋나지 않는 공평 과세를 실현해 달라”고 주문했다.


안민 기자 petera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