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1일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 두 사람이 명암이 갈렸다. STX그룹 강덕수 회장이 이사회 결정으로 STX(주)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날 윤석금 회장은 웅진홀딩스의 법정관리 조기 졸업에 따라 경영일선에 복귀했다.
◇강덕수·윤석금이 쓴 샐러리맨 신화 = STX 강 회장은 1973년 쌍용양회에 사원으로 입사해 2001년 자신이 몸 담고 있던 쌍용중공업을 20억원에 인수하면서 샐러리맨 신화를 써나갔다.
이후 범양상선, 산단에너지 등을 사들이며 M&A를 통해 급속하게 커나갔고 10년이 채 지나지 않아 STX를 재계 서열 13위 그룹으로 성장시켰다. 그룹 설립 첫해인 2001년 5000억원에도 못 미쳤던 매출이 2012년에는 18조8000억원까지 늘어났다.
하지만 글로벌 금융위기의 영향으로 해운업이 위축되고 조선업에까지 그 여파가 밀려오면서 그룹 전체가 유동성 위기를 맞고 무너져내렸다.
웅진그룹은 1980년 윤 회장이 백과사전을 팔러다니며 벌은 자본금 7000만원과 직원 7명으로 세운 웅진출판(현 웅진씽크빅)이 그 시작이다. 이후 웅진그룹은 윤 회장의 책방문판매 수완과 노하우를 발판으로 웅진식품, 웅진코웨이를 세우며 빠르게 성장했다.
2011년 총자산 8조8000억원, 매출 6조1500억원에 직원수 4만5000명으로 재계 32위에 올라섰다.
하지만 야심차게 시작한 태양광사업은 극심한 업황부진에 시달렸고 무리한 극동건설 인수는 건설경기 침체로 인해 큰 타격을 입고 그룹 전체 위기로 번져나가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법정관리에 들어가고 말았다.
◇남은 윤석금··· 신화의 ‘끝’ 어떻게 장식할까 = 강 회장이 퇴진하면서 한때 재계 13위까지 올랐던 STX 그룹의 해체는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현재 STX조선해양이 채권단 자율협약 체제로 전환됐고 STX건설과 STX팬오션도 법정관리 체제에, STX중공업과 STX엔진도 자율협약 체제에 편입됐다.
이제 윤 회장의 행보에 재계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웅진그룹의 지주회사인 웅진홀딩스는 1년4개월만에 법정관리를 조기 졸업했다.
웅진의 법정관리 조기 졸업을 위해 웅진코웨이, 웅진케미칼, 웅진식품 등 계열사가 매각됐고 윤 회장 일가의 사재 출연까지 필요했다.
그 결과 웅진홀딩스는 1조5002억원의 부채 가운데 78.5%에 달하는 1조1769억원을 상환했다. 잔여 채무 3233억원 가운데 1767억원을 올 상반기 중에 추가로 갚을 예정이다. 그 이후엔 전체 채무의 9.8%인 1466억원만 남게 된다.
채무를 갚아내며 웅진그룹의 계열사는 많이 줄었다. 2012년 9월 웅진홀딩스 법정관리 신청 전 14개에 달했던 계열사 수는 현재 웅진홀딩스, 씽크빅, 웅진에너지, 북센, 플레이도시, 렉스필드컨트리클럽, 웅진OPMS, 오션스위츠 등 8개로 줄었다.
웅진은 이에 따라 웅진씽크빅과 북센, 웅진OPMS로 교육과 출판업, 웅진에너지를 통해 태양광산업, 웅진홀딩스로 IT컨설팅, 웅진플레이도시와 렉스필드컨트리클럽, 오션스위츠을 통한 레저산업 등 4개 분야를 중심으로 사업을 재편할 전망이다.
웅진싱크빅은 학습지와 전집출판, 공부방 등 기존 주력사업을 중심으로 내실 있는 성장을 꾀할 방침이다. 다만 E-Book의 발전은 출판시장을 다소 위축시킬 수 있을 것이란 전망도 있다.
특히 13일 윤 회장이 웅진홀딩스가 아닌 웅진싱크빅으로 첫 출근을 한 것으로 미루어 싱크빅을 거점으로 삼아 사업을 키우려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왔다. 웅진씽크빅은 사전 외판원 출신이었던 윤 회장이 처음으로 설립한 회사로 웅진그룹의 모체이기도 하다.
윤 회장이 가장 잘하는 ‘방문판매’와 ‘렌털 사업’에 관한 신사업을 추진할 것이란 게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다.
태양광산업은 업황이 살아나고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이익을 내기엔 다소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그 예로 웅진에너지는 태양광발전 재료인 단결정 시장 세계 1위임에도 지난해 312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웅진홀딩스는 IT컨설팅 사업을 더 확대하고 무안경 3D 광고 사업 등도 계속 진행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윤 회장은 법정관리 신청 전 웅진홀딩스 보유 지분이 70%가 넘었지만 현재 지분은 전혀 없는 상황. 웅진홀딩스 지분은 장남인 형덕 씨가 12.52%, 차남인 새봄 씨가 12.48%로 모두 25%를 갖고 있다. 따라서 윤 회장은 두 아들과 함께 웅진을 끌어나갈 계획으로 보인다.
한편 웅진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1조2000억원으로 2012년 5조5000억원에 비해 크게 줄었다. 하지만 군더더기를 모두 털어낸 상황에서 수익성은 오히려 개선됐다. 2012년 1770억원이던 영업적자가 1년만에 129억원 흑자전환에 성공했다.
최원영 기자 lucas201@
뉴스웨이 최원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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