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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신의 한 수’, 대체 왜 흥행 성공하고 있을까?

[NW 기획] 영화 ‘신의 한 수’, 대체 왜 흥행 성공하고 있을까?

등록 2014.07.14 09:33

김재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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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신의 한 수’, 대체 왜 흥행 성공하고 있을까? 기사의 사진

한국영화 ‘신의 한 수’가 개봉을 앞두고 있을 때 영화계 관계자들의 시선은 반신반의였다. 우선 익히 알려진 바와 같이 기본 플롯(줄거리의 뼈대) 자체가 2006년 개봉해 큰 흥행에 성공한 ‘타짜’와 거의 동일하다. 챕터를 나눈 형식은 그냥 복제에 가까울 정도다. 각각의 인물 역할도 거의 비슷하다. 주인공(고니-태석), 악역(아귀-살수), 팜므파탈(정마담-배꼽), 주인공의 멘토(평경장-주님) 등 확실한 비교 대상으로 말이 많았다. 하지만 다른 점은 있었다. ‘타짜’ 개봉 당시(2006년 9월 28일) 뚜렷한 경쟁작이 없었다. ‘가문의 영광3’ ‘라디오스타’가 10만 여명 내외의 관객 동원력을 보인 반면, ‘타짜’는 무려 30만 수준의 일일 관객 동원력을 선보였다. ‘신의 한 수’는 다르다. ‘박스오피스 깡패’로 불리는 ‘트랜스포머: 사라진 시대’와 맞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지난 10일부터는 또 다른 거물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과도 경쟁하고 있다. 당연히 ‘필패’가 정답이다. 그런데 결과는 보기 좋게 빗나갔다. ‘신의 한 수’는 600여개로 시작했고, ‘트랜스포머 4’는 1500개의 스크린으로 출발했다. ‘혹성탈출 2’는 현재 900여개다. 하지만 결과는 ‘신의 한 수’가 일일 관객 동원력에서 ‘트랜스포머 4’를 무려 2배 이상 앞서 있다. ‘혹성탈출2’와도 대등한 경쟁을 벌이는 중이다. 이유가 대체 뭘까.

 영화 ‘신의 한 수’, 대체 왜 흥행 성공하고 있을까? 기사의 사진

◆ 주인공 변천사가 관객들 몰입감↑

한국영화 시장은 상당히 특수하다. 전 세계 영화 시장을 지배하는 할리우드 영화가 큰 힘을 쓰지 못하는 시장 하나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때문에 여러 기대작들이 개봉을 하지만 큰 재미를 보지 못한다. 바로 블록버스터들이 태생적으로 안고 있는 스토리 부재 때문이다. 여기서 스토리 부재는 ‘개연성’으로 연결된다. 최근 경쟁작인 ‘트랜스포머 4’와의 비교를 해보면 답은 간단하다.

‘트랜스포머’는 1편부터 3편까지 각각 700만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메가톤급 흥행작이다. 변신 로봇의 화려함이 시각을 사로잡았지만, 국내 시장에서의 흥행은 조금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한다. 바로 주인공 ‘오토봇’들이 ‘디셉티콘’에 대항하기 위해 세력을 규합하고 인간 ‘샘 윗위키’(샤이아 라보프)와의 교감을 통한 전략 수립, 여기에 샘과 미카엘라(메간 폭스)의 러브라인 등 여러 스토리 코드가 존재했다. 하지만 4편의 경우 대규모 물량 공세에 따른 파괴적인 액션 시퀀스 외에는 ‘스토리 자체가 없다’는 혹평까지 듣는다. 지난 달 25일 개봉 후 1000개 가까운 스크린을 유지하고 있지만 470만 수준에 머물고 있는 점이 관객들의 관심이 급격하게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현재는 스크린도 600개 수준으로 떨어졌다. 여기에 3시간에 가까운 러닝타임 그리고 ‘3D’란 사실이 관객들의 피로감을 끌어올린다.

‘신의 한 수’ 역시 내용상으로는 고리타분한 복수극이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전편에서 보여 준 집단의 모임 과정이 러닝타임 동안 그려진다. 이 과정을 통해 주인공이 약자에서 강자로 발전해 가는 과정이 더해진다. ‘트랜스포머’ 전편에서 보여 준 ‘샘 윗위키’의 그것과 동일하다.

두 영화 모두 상투적인 ‘복수코드’가 전제 조건이다. 하지만 ‘트랜스포머 4’는 그 코드를 해석하는 데 비주얼과 스케일을 선택했다. 반면 ‘신의 한 수’는 주인공의 스토리에 집중했다.

 영화 ‘신의 한 수’, 대체 왜 흥행 성공하고 있을까? 기사의 사진

◆ ‘정우성의 존재감’ 단연코 ‘신의 한 수’

사실 정우성에 대한 상품성은 하락세로 보는 게 맞다. 딱 1년 전 개봉한 ‘감시자들’의 흥행은 다른 이유다. 정우성 자체가 전면에 등장했지만 그는 ‘악역’이었다. 대중들이 갖는 정우성의 이미지를 완벽하게 배신한 결정이다.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정우성은 1996년 ‘본 투 킬’로 킬러 액션을 선보인 뒤 1997년 그의 인생을 바꿔 놓은 ‘비트’로 청춘의 표상이 된다. 이후 1998년 한국영화사에 분명한 족적을 남긴 ‘태양은 없다’ 그리고 1999년 ‘유령’까지 인상적인 작품을 남긴다. 하지만 2001년 ‘무사’, 2003년 ‘똥개’, 2004년 ‘내 머릿속의 지우개’, 2006년 ‘데이지’ ‘중천’까지 흥행에 큰 성공을 거두지 못하며 새로운 도전을 선택해야 했다. 그 기점이 바로 2008년 ‘놈놈놈’이다. 멀티 캐스팅의 가능성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은 것이다. 2010년 드라마 ‘아테나: 전쟁의 여신’, 지난 해 ‘감시자들’이 그 연장선이고, 이번 ‘신의 한 수’는 그가 찾아낸 ‘멀티 캐스팅’의 결정판이다.

정우성은 그저 그런 스토리, 변곡점이 무딘 전체 줄거리를 자신만의 연기력과 멀티 캐스팅 속의 역할 분담으로 완벽하게 재포장했다. 그의 존재감은 ‘신의 한 수’의 완벽한 ‘신의 한 수’가 됐고, 개봉 후 온라인 포털사이트에는 정우성의 존재감을 극찬하는 네티즌들의 리뷰가 쏟아 졌다.

 영화 ‘신의 한 수’, 대체 왜 흥행 성공하고 있을까? 기사의 사진

◆ 소재의 독특함, 절묘한 액션과의 조화

‘신의 한 수’의 결정적인 선택이라면 단연코 ‘바둑’이란 소재의 활용성이다. 바둑은 대표적인 ‘고요’의 스포츠다. 하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바둑에 대한 문외한들의 시선일 뿐이다. ‘반상 위의 격투’라고 불릴 정도로 바둑의 진행 방식은 상당히 ‘마초’적이다. 쉽게 말해 흑돌과 백돌의 땅따기 먹기 싸움이다. 기사(선수)들은 상대방의 한 수 , 두 수, 혹은 세 수(프로 기사들의 경우 수십 수 앞을 보기도 한다고)를 예측해야 한다. ‘머리’를 이용한 실전 격투나 다름없는 스포츠다. 액션 자체가 동(動)적 면이 강조되지만, 바둑의 ‘수싸움’과 맞닿아 있다고 볼 때 ‘바둑’과 ‘액션’은 너무도 닮아 있다.

‘신의 한 수’ 제작사 측은 이를 간파하고 몇 년 전부터 시나리오 개발에 착수했다. 연출을 맡은 조범구 감독은 “작가분이 바둑에 대한 취재를 정말 많이 하셨다”면서 “바둑 자체에 숨겨진 남성적인 면모를 더욱 살리기 위해 스포츠 바둑이 아닌 ‘내기 바둑’을 더해 액션과의 매치를 더욱 살려냈다”고 전했다.

영화 속에서 각각의 인물들이 목숨을 담보로 내기 바둑을 두는 과정은 액션의 동적인 면과 묘하게 합일됐다. 실제 ‘기보’(바둑을 두는 방법이 적힌 책)에 기반을 둔 각 대국 장면의 ‘사활’ 문제는 긴장감까지 유발하며 ‘신의 한 수’는 ‘바둑 액션’이란 전무후무한 장르 영화로 탄생됐다.

김재범 기자 cine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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