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강산서 고 정몽헌 전 회장 추모···올해는 김정은 구두 친서 없어빠른 자구계획 실현 덕에 가벼운 발걸음···하반기 경영 탄력 전망
현 회장은 4일 오전 9시 25분께 강원 고성군 동해선 남북출입사무소에서 입경 절차를 밟은 뒤 육로를 통해 북으로 향했다. 현 회장의 방북 여정에는 조건식 현대아산 사장 등 임직원 20여명도 동행했다.
추모행사는 금강산 온정각 휴게소 인근에 세워진 정 전 회장의 추모비 앞에서 열렸다. 행사는 현 회장과 북한 측의 헌화, 정 전 회장에 대한 묵념, 추모사 낭독 등의 순으로 간략하게 진행됐다.
특히 이날 행사에는 원동연 조선아시아태평양평화위원회 부위원장을 비롯해 약 20여명의 북측 간부급 인사들도 함께 추모행사에 참석했다.
원 부위원장은 지난해 추모행사에도 참석해 김정은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의 구두 친서를 전달한 바 있다. 그러나 올해는 김 위원장의 친서가 전달되지 않았다. 다만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에 대해서는 북측 간부 인사들과 희망 섞인 의지를 서로 확인한 것으로 알려졌다.
현 회장은 추모행사가 끝난 뒤 금강산 일대 주요 시설을 둘러봤다. 현 회장은 “지난 2월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 비교적 시설이 깨끗하게 잘 유지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현대아산은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를 위해 호텔 등 현지 편의시설 일부를 보수한 바 있다.
현 회장은 오후 4시 30분께 남측으로 돌아온 후 동해선 출입사무소에서 밝힌 귀환 인사를 통해 “관광 중단 6년을 넘어서면서 더 어렵고 힘든 상황이지만 반드시 금강산 관광을 재개시킬 수 있다는 신념을 갖고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 안팎에서는 올해 현 회장의 방북 여정이 다른 어느 해보다 발길이 가벼웠을 것이라고 분석하고 있다.
그룹의 상징적 사업인 금강산 관광 사업의 재개 여부가 여전히 불투명하지만 그룹의 잠재적 유동성 위기를 빠른 시일 내에 잠재우면서 생존의 기틀을 확고히 마련했다는 호재가 있었기 때문이다.
현대그룹은 지난해 12월 3조3000억원 규모의 자구계획을 마련했다. 시장 안팎에서는 자구계획의 완전 실현 시점을 최소 2년 뒤로 전망했다. 그러나 현대그룹은 불과 8개월여 만에 2조6600억원 안팎의 현금을 조달하며 자구계획 완전 실현의 8부능선을 넘었다.
특히 현대증권 등 금융 계열사와 현대로지스틱스, 현대상선 LNG운송부문 등 알짜 사업을 과감하게 처분한 덕분에 그룹의 경영권과 자립 기반을 동시에 살리는 과감성이 빛을 발했다. 이 때문에 현 회장의 경영능력을 의심하는 비판적 시각도 한결 수그러들었다.
이 때문에 재계 안팎에서는 마음의 짐을 덜어낸 현 회장이 방북 일정 이후의 경영에도 탄력을 받게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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