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연말 인사 통해 30~40대 임원 적극 등용재벌家 자녀부터 非오너 인사까지 ‘少將’ 많아져대부분 미래사업 관련 부서서 창의경영 실천 중타인 의견 경청·공유 우선···독창적 차별화 필요
2016년을 맞은 재계는 2015년의 재계보다 훨씬 젊어졌다. 여러 기업에서 총수의 자녀들이 고위 임원으로 연이어 승진한 것을 필두로 각 기업의 임원 연령대가 낮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대기업 임원하면 머리가 희끗희끗한 노년의 아저씨를 떠올리던 공식이 사라지고 있는 셈이다.
지난해는 유독 임원들의 세대교체가 활발했던 해로 남았다. 특히 재계 순위 5위 아래에 포진된 중상위권 기업의 경우 총수 자녀들의 승진이 유난히 두드러졌다. 각 기업이 미래 투자를 준비하고 후계 승계에 나서기 위한 적기로 2015년을 꼽았기 때문이다.
이번 임원 인사 시즌에서 승진한 총수들의 자녀들은 대부분 1970년대 후반에서 19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난 30대 인사들이 대부분이다.
현대중공업그룹은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장남 정기선 현대중공업 상무를 임원 신규 발탁 1년 만에 전무로 승진 발령했다. 정 전무는 올해 한국식 나이로 35세가 됐다.
GS그룹도 허창수 회장의 장남인 허윤홍 GS건설 사업지원실장 겸 상무가 전무로 승진했고 허 회장의 조카들인 허준홍 GS칼텍스 법인사업부문장 겸 상무와 허서홍 GS에너지 전력·집단에너지사업부문장도 각각 전무와 상무로 승진했다.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아들들도 승승장구했다. 34세가 된 장남 김동관 한화큐셀 영업담당실장 겸 상무는 전무로 승진해 그룹의 미래 먹거리인 태양광 사업을 비롯한 제조업 육성을 담당하게 됐다.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 디지털팀장은 또 다른 미래 먹거리 사업 중 하나인 핀테크 사업을 챙기고 있으며 승마선수 출신인 막내 김동선 한화건설 과장은 한화갤러리아월드 면세점TF의 일원으로 합류해 면세점 사업에서 경영수업을 쌓게 됐다.
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의 딸인 정유경 신세계 부사장도 신세계백화점 경영을 총괄하는 사장으로 승진했다. 이번 승진을 통해 그룹 총괄 경영과 이마트 경영은 장남 정용진 부회장이 맡고 백화점 경영은 정유경 사장이 맡는 후계 구도가 정립됐다는 분석이 나오기도 했다.
다른 대기업에서도 젊은 임원들의 승승장구는 유독 돋보였다. 삼성그룹은 1960년대에 태어난 50대 임원들을 사장으로 대거 발탁해 사장단의 평균 연령을 낮췄고 SK그룹은 40대 임원의 승진자 비율이 60%에 육박할 정도로 패기 넘치는 젊은 임원들을 적극 등용했다.
특히 SK는 40대 임원이 계열사 사장에 발탁돼 눈길을 끌었다. SK는 지난해 말 임원 인사에서 1971년생인 송진화 SK이노베이션 비즈이노베이션본부장을 SK트레이딩인터내셔널 사장에 선임하기도 했다.
재계 다수의 기업들이 젊은 임원들을 잇달아 적극 기용하는 것은 나름의 이유가 있다. 변화의 속도가 유난히 빠른 현재의 시장 상황을 대응하기 위해서는 트렌드 변화에 익숙한 젊은 감각의 임원들이 나서줘야 한다는 판단 때문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각 기업별로 전면에 배치된 젊은 임원들이 창의성을 기반에 둔 ‘창의경영’에 나서주길 기대하고 있다. 연령대가 높은 임원들보다는 다른 시각으로 생각할 수 있는 나이에 있다는 점이 젊은 임원들의 가장 큰 장점이기 때문이다.
창의성은 말 그대로 새로운 의견을 창조해내는 성격 또는 능력을 뜻한다. 재계는 광복 이후 지난 70년간 유지됐던 경제 통념을 탈피해 오늘의 세대에 적용할 수 있는 새로운 경영이 새해부터 본격적으로 반영되길 희망하고 있다.
창의경영의 핵심은 투자에 대한 역발상과 미개척 사업을 향한 투자 등을 꼽을 수 있다. 과거의 통념상으로는 실패의 가능성이 많다고 보는 현안이라 해도 젊은 임원들이 시각을 비틀거나 아예 거꾸로 보면 현답을 낼 수 있다.
실제로 젊은 임원들이 현재 일하는 부서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미래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부서에서 근무하고 있다.
구본무 LG그룹 회장의 아들인 구광모 ㈜LG 시너지팀 상무는 계열사 간의 시너지 효과 창출과 미래 먹거리 발굴을 위한 프로젝트 개발과 실행에 적극 나서고 있다. 김동관 전무의 한화큐셀은 아예 자체가 현재와 미래를 동시에 공략하는 기업이다.
해외 영업 등을 총괄하고 있는 정기선 현대중공업 전무 역시 현재보다는 미래의 성과를 더 염두에 두고 있다. 이외에도 다수의 기업에서 젊은 연령대에 속하는 임원들은 현재보다는 향후 몇 년 뒤가 기대되는 사업을 준비·실행하는 부서에서 일하고 있다.
이처럼 젊은 임원들을 미래 사업 관련 조직에 등용하는 것에는 젊은 임원들이 창의성을 앞세워 미래 발전 가능성이 높은 이들 사업을 적극 육성해 그룹의 핵심 성장 동력으로 키우고자 하는 그룹 고위층의 뜻이 담겨있다.
재계와 학계의 다수 관계자들은 젊은 임원들이 창의경영을 심화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다른 사람들의 말을 주의 깊게 듣고 이를 함께 공유하면서 새로운 대안을 찾는 노력에 나서야 한다고 지적하고 있다.
특히 고위 임원에 오른 총수의 자녀들의 경우 자신의 지위나 선친의 후광에 의지하는 행태를 고집하면 오히려 경영의 창의성이 훼손되는 우를 범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이동규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는 “미래의 창의경영을 실천하려면 각 기업의 독창성을 유지하면서도 접근하기 쉬운 경영 비전을 세워야 한다”면서 “창조성을 바탕으로 차별화 전략을 잘 세워야 창의경영이 성공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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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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