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시행 이후 대관·홍보 활동에 큰 제약 생겨각 기업들 법률 자문 통해 대안 모색에 분주“꼼수 등장하면 더 부정한 일 생길 것” 지적
일단 헌재의 합헌 결정을 존중하면서도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를 두고 깊이 고민하는 것이 공통된 움직임이다.
헌재는 28일 오후 대한변호사협회가 김영란법과 관련된 4건의 헌법소원 심판 사건 선고 판결을 통해 모두 기각 결정을 내리면서 김영란법이 헌법에 합치된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에 따라 오는 9월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은 기자 등 공공기관에서 근무하는 공직자나 언론사 직원, 학교 교직원들이 대가성이나 직무 관련성과 상관없이 금품 등을 받았을 경우 처벌을 받게 된다. 금품을 받은 배우자가 이 사실을 알고도 묵인해도 처벌을 받는다.
각 기업들은 이렇다 할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헌재가 내린 합헌 판결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입장에는 모두 변함이 없다. 그러나 앞으로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지 세부적인 행동 규율에 대해서는 혼란스러워 하고 있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혼란에 빠질 사람들은 각 기업의 대관과 홍보 담당자들이다. 김영란법의 시행으로 공공기관과 언론에 대한 접근에 상당한 제약이 생기기 때문에 법을 어기지 않는 한도 내에서 활동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이들에게 떨어진 급선무 과제다.
재계 5대 기업 관계자들은 모두들 입을 모아 “최고 권위의 사법기관인 헌재가 내린 결정인 만큼 헌재의 판결을 존중하는 것 외에는 달리 방법이 없다”며 “앞으로의 기업 활동에 내려질 제약 등에 대해서는 치밀한 검토와 회의를 거쳐 판단해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일부 기업은 사내 법무팀 소속 변호사나 외부 로펌 소속 변호사 등을 통해 법률에 대한 자문을 구하고 그에 따른 행동 지침을 따로 만드는가 하면 각 담당자들이 개별적으로 외부 법률 특강이나 설명회에 참석하는 등의 형태로 대안 마련에 분주한 모습이다.
다수의 재계 관계자들은 앞으로 당분간은 기업의 홍보 활동이 상당수 위축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이유나 목적이 합당하다 하더라도 법의 테두리에 어긋나는 행동으로 보일 경우 강한 철퇴를 맞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더구나 김영란법 시행 초기에 발생한 위법 사례의 경우 ‘시범 케이스’라는 이유로 처벌의 강도가 더욱 세질 수 있기 때문에 기업 입장에서는 자연스럽게 몸을 사릴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각 기업들은 언론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신제품 발표회나 신차 시승 행사 등 외부 행사를 9월 안에 치르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기업이 사내에서 발행하고 있는 사보 등 간행물에 대해서도 정리가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 김영란법에 규정된 언론사의 범주에는 ‘정기간행물 사업자’가 있는데 각 기업의 사보도 정기간행물로 분류되기에 사보 관련 직원들도 언론인으로 분류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기업에서는 볼멘소리를 쏟아내고 있다. 안팎으로 부정 청탁을 가장 많이 받는 정치인들이 이번 법의 적용 대상에서 빠진 것에 대한 불만이다. 김영란법에서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들은 적용 대상에서 빠져 입법 당시부터 논란이 끊이지 않았다.
한 기업 담당자는 “국회의원들만 마음 편히 활동하는 나라가 된 꼴이 아니겠느냐”며 “국민 전체의 목소리를 골고루 수렴해서 입법을 했다면 이런 혼란이 없었겠지만 그렇지 못하다는 점이 매우 아쉽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기업 관계자는 “악법도 법이라고 했던 만큼 일단은 법을 지켜야 하겠지만 그 법의 테두리를 교묘하게 벗어나는 꼼수가 분명히 등장할 것”이라면서 “꼼수가 과해지면 김영란법 입법의 취지가 훼손될텐데 그 점을 왜 애초에 인지하지 못했는지 의문스럽다”고 말했다.
정백현 기자 andrew.j@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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