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진해운, 운명의 날···채권단의 선택은

채권단, 추가 자구안 수용 여부 결정

반려될 경우 법정관리 후 청산 수순

다양한 변수로 최종 결정 미룰 수도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한진해운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 돌입 여부가 오늘 결정될 예정인 가운데 일각에서는 예상치 못한 변수로 한진해운 채권단이 결정을 미룰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30일 채권단은 산업은행과 KEB하나은행, NH농협은행, 우리은행, KB국민은행 등 채권은행과 각 채권기관의 의견을 취합해 한진해운 처리 방안을 최종 결정할 예정이다.

한진해운 채권단 내 의결권은 산업은행이 61%, KEB하나은행이 14%, NH농협은행이 10%, 우리은행이 8%, KB국민은행이 7%를 갖고 있다.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채권 금융기관의 의결권 전체의 75%이 상이 신규 자금 지원에 동의해야 한다. 한진해운이 채권단에 제출한 추가 자구안이 반려되고 채권단 자율협약 종료 기한인 9월4일을 넘기게 될 경우 한진해운은 법정관리에 들어가게 된다.

이에 산업은행 등 채권 금융기관은 신중하게 최종 결정을 논의 중이다. 의결권이 가장 높은 산업은행의 경우 아직까지 신규자금 지원 여부에 대한 방침을 결정하지 않았다. KEB하나은행은 채권단 소속 모든 은행의 동의를 전제로 신규 자금 지원에 동의한다는 조건부 동의 의사를 밝힌 상황이다.

오늘까지 채권 금융기관이 뚜렷한 의사를 밝히지 못하는 이유는 한진해운을 둘러싼 다양한 변수들 때문이다.

먼저 해운업계에선 한진해운의 법정관리가 결정될 경우 조선·철강산업과 육·해상 물류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 보고 있다. 한진해운 매출 소멸과 환적화물감소, 운임폭등 등으로 연간 17조원대의 손실이 발생하며 부산지역 해운항만업계 2300여명의 일자리도 감소할 것이라 추산했다.

특히 수조원대로 평가되는 한진해운의 전 세계 네트워크를 잃을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꼽힌다. 한진해운의 경영난이 개인 회사가 불법을 저지른 결과가 아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전 세계 해운업계에 불어 닥친 불황이 가장 큰 원인이라는 점도 금융권이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해외금융권의 움직임도 새로운 변수 중 하나다. 지난 27일 독일 HSH 노르드방크, 코메르쯔뱅크, 프랑스 크레딧 아그리콜 등 해외 금융기관이 한진해운에 해운 선박금융 채권 상환유예에 대한 동의 의사를 전달해왔다. 당초 산업은행 보증이 없을 경우 상환유예가 불가능하다는 기존 입장을 철회하며 한진해운 살리기에 동참한 것이다.

용선료 조정 협상 마지막까지 난항을 겪던 최대 선주사인 시스팬도 산업은행의 동의를 조건으로 용선료 조정에 합의했다.

한진해운도 법정관리를 피하기 위해 채권단에 지난 25일 제출한 추가 자구안을 수정해 다시 제출했다. 이로 인한 채권단의 지원 규모에는 변화는 없지만 채권단 보다 한진해운이 먼저 유동성 개선을 위해 나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러한 다양한 변수로 인해 채권단이 한진해운에 대한 최종 결정을 9월 달로 미룰 가능성도 높다고 보고 있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최근 며칠간 한진해운을 둘러싼 변수들이 급변하고 있다”며 “한진해운 존속과 파산 시 업계에 미칠 영향 등을 고려한다면 금융권의 결정이 금일 내려지는 것은 무리”라고 말했다.

임주희 기자 lj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