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韓, 일본形 장기불황 따라간다

韓, 일본形 장기불황 따라간다

등록 2016.10.26 10:29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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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거품붕괴→가계·기업 파산→저성장‘단기’에 집중한 정책 헛다리가 불황 심화시켜韓경제상황 日닮은꼴···질적 성장 주력 필요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출처=뉴스웨이 DB)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전경(출처=뉴스웨이 DB)

일본이 ‘잃어버린 20년’을 겪은 원인을 한 두 가지로 지목하기 어렵지만, 일반적으로 부동산 거품 붕괴와 정책실패가 주요하게 작용했다는 데는 큰 이견이 없다. 요약해보면 1980년대부터 빠르게 상승한 부동산 가격이 1990년대 붕괴됐고, 가격 상승 기대감에 부동산에 투자했던 가계와 기업의 파산, 이들에게 대출을 늘렸던 은행(부실채권)까지 어려움을 겪게 됐다. 신용창출을 못한 기업은 투자가 위축됐고, 자산이 쪼그라든 가계는 소비심리 급랭을 불렀다. 여기에 정부 정책의 ‘헛다리’도 위기탈출을 지연시키면서 20년간 지속된 저성장이 시작됐다.

우리나라가 일본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경고는 수차례 나왔다. 당시 일본의 실수는 성장을 위해 부동산 과열을 방치했고, 소득이 늘지 않는 가계는 부동산을 통해 소득을 올리려는 생각이 컸다는 데 있다. 정부도 건들지 못하고 떨어질 리 없는 안정적인 부동산에 투자한 기업도 마찬가지다. 경제활동을 통한 소득증가와 이에 따른 경제성장이라는 ‘건강한 성장’을 잃고 ‘쉽고 질 낮은 성장’에 몰두했다는 얘기다.

‘성장률’에만 시선이 쏠린 우리정부가 부동산시장을 쉽사리 건들지 못하면서 일본의 ‘거품붕괴’ 직전 모습을 연상시킨다.

이는 올해 3분기 우리경제가 어떻게 성장했는지를 보면 좀 더 명확해진다.

3분기 우리경제는 전분기보다 0.7% 성장했는데, 생산·소비·투자 3대 주요지표는 먹구름이 가득 꼈다. 설비투자는 -0.1% 기록해 2분기 만에 뒷걸음질 쳤는데,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4.5%나 급락했다. 전분기 1%였던 민간소비는 0.5%로 반토막이 났고, 경기상황을 들여다볼 수 있는 대표적인 지표인 제조업은 7년6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3분기 성장의 66%는 건설부문 투자가 담당했다. 1300조원에 육박하면서 우리경제 뇌관으로 꼽히는 가계부채를 볼 때 부동산 부문의 성장견인은 지속가능이 어렵다. 정부지출이라는 단기적 처방도 성장률을 자극했다. 3분기 정부소비는 1.4%로 2014년 3분기(1.9%) 이후 가장 높았다.

미래에 대한 투자(설비투자)가 줄고, 산업을 지탱하는 기초(제조업)가 무너진 데다 가계의 소비여력(가계부채·소비)마저 불안한 가운데, 단기적 성장률과 부동산 거품에 대한 성장의존도가 높다는 의미다.

특히 일본의 장기 저성장은 가계의 경제적 불안감이 고령화와 맞물려 중장기적인 소비침체를 야기하면서 더욱 심화됐다. 고령화 진입을 앞둔 한국이 가계의 소비패턴 변화와 기초소득 증대에 대비할 필요성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올해 한국은행의 경제성장률 전망치인 2.7% 달성은 불가능해 보이지 않는다. 다만, ‘돈풀기’를 통한 일시적 처방만큼 지금 우리경제에 필요한 것은 저성장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혜안이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당시 일본이 재정지출을 늘리고 기준금리를 인하하는 등 경기부양책을 썼지만, 상황의 심각성을 인식하지 못해 정책의 강도나 일관성이 높지 못했다”며 “우리나라의 경제상황이 일본과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면 조만간 제로성장에 도달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고 했다.

세종=현상철 기자 hsc329@

뉴스웨이 현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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