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기 인사 예상 깨고 예년 시점 지킬 듯‘과도한 변화, 독 될 수 있다’ 우려 커져필요한 부분만 문책···오너家 승진도 無
23일 재계에 따르면 아직 정기 임원인사를 단행하지 않은 국내 주요 대기업들이 당초의 예상과는 다르게 예년의 인사 시점에 맞춰 인사 명단을 발표하고 인사의 규모와 변화 수준도 최소화하는 방향으로 인사 기조를 정했다.
삼성그룹은 매년 12월 첫 번째 화요일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하고 그 다음주에 후속 인사를 단행해왔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성탄절 전후인 12월 하순에 임원 인사 명단을 발표했고 LG그룹은 5대 그룹 중 가장 빠른 11월 말에 정기 인사를 단행해 왔다.
이외에도 SK그룹은 12월 중순에 인사를 단행했고 롯데그룹은 항상 해를 넘겨서 임원 인사를 단행해 5대 그룹 중에서 가장 늦게 인사가 이뤄졌다.
당초 재계 안팎에서는 이와 같은 인사 시점이 빨라질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지난 10월 한화그룹이 10대 그룹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4분기 시작에 맞춰 인사를 단행하는 파격을 보였고 현대중공업그룹도 조기 인사를 통해 활로 모색을 꾀한 것이 대표적 증거였다.
빠르게 변하고 있는 안팎의 경영 여건 등을 감안할 때 기민한 환경 대응을 위해 오랫동안 관례처럼 유지돼왔던 연말 인사 시점이 파괴될 것이라는 것이 재계 안팎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10월 중순부터 터진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으로 재계의 인사 평가와 새해 계획 수립 작업은 사실상 모두 멈췄다. 조기에 인사를 마무리하려던 기업들도 ‘최순실 게이트’의 영향과 맞물려 검찰 수사를 대비하는 쪽으로 회사 경영의 초점을 바꿨다.
특히 내년 경영 계획보다 총수나 계열사 경영의 안위 문제에 신경을 더 쓰다 보니 자연스럽게 인사의 시점이 생각보다 미뤄졌고 결국 매년 인사를 발표하던 시점에 인사 명단을 발표하게 됐다.
인사를 통한 조직 안팎의 변화 폭 또한 최소화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의 상황이 ‘전쟁 중에는 장수를 바꾸지 않는다’는 오랜 격언이 딱 어울리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당초에는 경영 실적이 좋지 못하거나 안팎으로 악재가 겹친 계열사를 중심으로 대대적인 문책 인사나 혁신 인사가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점쳐졌다. 삼성 안팎에서는 갤럭시노트7 단종 파동, 현대차 안팎에서는 실적 부진 장기화 등에 대한 문책 인사가 유력하게 전망됐다.
그러나 안팎의 불확실성이 워낙 강렬하기 때문에 현재의 위기 상황에서는 누가 사령관을 맡더라도 빠른 수습이 쉽지 않고 혁신을 과하게 추진했다가는 오히려 대혼란의 화를 볼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면서 변화의 폭도 대거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매년 등장했던 오너 3·4세 인사들의 승진 인사 소식도 올해는 사실상 실종될 것으로 보인다. 다수 기업들이 실적 악화로 임원을 줄이는 상황에서 오너가 내부에서 승진 잔치가 벌어질 경우 조직 안팎에서 비판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 때문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내수 부진 장기화나 수출 부진에서 비롯된 실적 악화에 최순실 게이트라는 대형 악재가 터지면서 기업의 내년 밑그림이 보수적 기조로 짜여지고 있다”면서 “인사 규모 역시 과감한 변화보다는 조용한 안정이 핵심 기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정백현 기자
andrew.j@newsway.co.kr
저작권자 © 온라인 경제미디어 뉴스웨이 ·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