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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총수 집단 공백’ 우려···경영 올스톱 오나

재계, ‘총수 집단 공백’ 우려···경영 올스톱 오나

등록 2016.11.14 18:07

정백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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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朴과 독대한 기업 총수 줄줄이 조사‘회장 낙점 의혹’ 포스코·KT도 불안감구속 여부 상관없이 경영 타격 불가피비상체제 강화···인사 시점 연기 예측도

삼성 압수수색-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의혹.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삼성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한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8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이날 20여명의 검찰 수사관들은 27층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집무실과 대외협력담당 사무실, 황성수 전무 집무실 등을 오전 6시 50분부터 약12시간 가량 압수수색, 8박스 분량의 압수품을 들고 나왔다.삼성 압수수색-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의혹. 사진=이수길 기자 leo2004@newsway.co.kr 삼성이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 씨의 딸 정유라 씨에게 35억원 상당의 특혜 지원한 의혹으로 압수수색을 받은 8일 오후 서울 삼성전자 서초사옥에서 검찰 수사관들이 압수품이 담긴 박스를 들고 나오고 있다. 이날 20여명의 검찰 수사관들은 27층 박상진 삼성전자 사장의 집무실과 대외협력담당 사무실, 황성수 전무 집무실 등을 오전 6시 50분부터 약12시간 가량 압수수색, 8박스 분량의 압수품을 들고 나왔다.

연말 재계가 집단적인 ‘총수 공백 사태’를 우려해야 할 상황에 이르게 됐다. 박근혜 대통령과 비공개 독대를 했다고 알려진 7대 기업 총수들이 줄줄이 검찰로 소환되면서 대기업에 대한 검찰의 수사가 가속화 단계를 밟고 있기 때문이다.

검찰은 주말인 지난 12일부터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 김창근 SK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구본무 LG그룹 회장,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 손경식 CJ그룹 회장 등을 참고인 자격으로 비공개 소환해 조사했다.

14일 귀국한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도 조만간 소환될 예정이며 권오준 포스코 회장은 지난 11일 검찰에 소환돼 밤샘 조사를 받았다.

이번 조사는 지난해 7월 대기업 총수들과 박 대통령의 청와대 오찬 당시 삼성, 현대차, SK, LG, 한화, 한진, CJ 등 7개 기업총수들과 따로 만나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을 위한 자금 지원 요청 과정을 파헤치기 위해 이뤄졌다.

보통 검찰의 소환 조사는 공식 업무일인 평일에 이뤄진다. 그러나 비업무일인 휴일에 기업인들을 불러 조사했다는 것은 그만큼 현재 시국에서 ‘최순실 게이트’가 차지하는 무게감이 상당한데다 내막이 복잡한 만큼 빠르게 수사를 진행하겠다는 검찰의 의지가 엿보였다.

재계 안팎에서는 과거 검찰 수사를 받았던 총수들의 상황과는 다르겠지만 어느 정도 피해를 입지 않겠느냐는 추측을 내놓고 있다. 일방적으로 기업들이 정부로부터 돈을 뜯겼다면 피해가 덜 하겠지만 돈이 오가는 과정에서 대가성이 있다고 판단되면 처벌이 불가피하다.

과거에는 기업이 자발적으로 정부 또는 최고위 권력자들에게 거액을 전달하는 ‘뇌물공여’의 성격이 강했다. 5공 정권 당시의 일해재단 모금 논란이나 노태우 정부 당시 기업들의 정치자금 납부, 2002년 제16대 대통령선거 당시 이른바 ‘차떼기 논란’이 대표적 사례다.

이 당시 기업들은 대가성보다는 관례에 따라 정부에 돈을 전달했고 정부는 기업들의 이권을 봐주는 형태로 정경유착이 이뤄졌다. 비슷해보이지만 현재와 과거의 사례는 엄연한 차이점이 존재한다.

일단 수사 대상이 된 기업들은 매우 긴장하고 있다. 대가성이 있었다거나 위법 사실이 밝혀질 경우 최악의 상황에서는 구속 수사가 진행될 수 있다. 불구속 수사로 전환된다고 하더라도 정식 재판에 회부될 경우 기업 경영에 오로지 매진하기는 힘든 상황이 될 수 있다.

여기에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차기 회장을 사실상 낙점했다는 의혹이 불거지고 있는 포스코와 KT도 검찰발 수사의 불똥을 맞지는 않을까 걱정하고 있다. 두 기업의 회장 모두 내년 초 연임을 노리고 있지만 검찰 수사 결과에 따라 입지가 흔들릴 가능성이 있다.

때문에 각 기업들은 현재 검찰의 수사 상황을 면밀히 지켜보면서 혹시나 있을지 모를 총수 부재 상황을 대비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대부분의 기업들이 올해 초부터 안팎의 경영 여건 악화를 감안해 ‘비상경영 체제’를 택한 만큼 체제 전환에는 큰 어려움이 없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대규모 투자나 M&A 등 총수 본인의 결정권이 필요한 경영 현안에 대해서는 속도가 늦어질 수밖에 없다. 최태원 회장과 이재현 회장이 자리를 비웠던 SK와 CJ가 그동안 여러 차례의 M&A에서 고배를 마셨던 것이 대표적인 사례다.

특정 소수의 기업이 수사를 받는다면 문제가 제한적이겠지만 다수의 기업 총수들이 사법당국의 활동 반경에서 자유로워지지 못한다면 이는 자칫 국가 경제 전체의 성장이 저해로 이어질 수 있어서 검찰이나 기업들 입장이 모두 난감한 상황이다.

연말에 이뤄질 각 기업의 인사와 조직 개편 문제도 예측이 불가능한 수준이 됐다. 총수들의 안위 문제가 최대의 맹점으로 떠오른 만큼 인사와 조직 개편 등 내부 현안은 뒷전으로 밀릴 수 있다.

조기에 인사를 단행한 한화 등 일부 기업은 그나마 다행이지만 올해 12월 초에 임원 인사를 예정한 기업들은 나름의 묘책을 모색하기 위해 분주한 모습이다. 일각에서는 각 기업의 인사와 후속 개편 조치가 해를 넘기는 최악의 상황이 나올 가능성을 매우 높게 보고 있다.

재계 한 관계자는 “기업인 조사가 1차적으로 마무리되고 박 대통령에 대한 조사가 끝나면 모금에 대한 대가성이나 강제성 여부가 드러나게 될 것”이라면서 “일단은 검찰의 수사 결과를 지켜보되 최악의 상황에 대비한 대안이 서서히 윤곽을 드러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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