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집단소송 12년간 실제 단 한건사실상 6심···청구방식·제도 한계 ‘유명무실’피해 입증·규모 산출 어려워···공정위 “자료 제공할 것”
정부가 25일 발표한 ‘새 정부 경제정책방향’에는 담합 근절을 위해 집단소송제를 도입하는 방안이 포함됐다.
앞서 김상조 공정위원장은 “금액이 적고, 불특정 다수 소비자가 피해를 입었을 때 집단소송제가 있으면 효율적으로 구제할 수 있다”며 집단소송제 도입을 본격적으로 추진하겠다고 약속했다.
집단소송제는 많은 피해자가 발생했을 경우 일부 피해자가 소송에서 이기면 소송에 참여하지 않은 피해자라도 동일한 배상을 받을 수 있는 제도다. 현재는 증권 분야에만 도입됐다.
증권집단소송은 12년 전인 지난 2005년에 도입됐지만 그간 실제 재판으로 이어진 사건은 단 한건에 불과했다. 증권집단소송 제기 허가를 구하는 별도의 3심 소송을 먼저 거쳐야 하는 이중 구조와 소송 허가 요건 자체가 까다롭다는 것이 사실상 ‘진입장벽’이 됐기 때문이다.
지난 2016년 주가연계증권(ELS)에 투자했다 피해를 입은 양모씨(61) 등 2명이 로열뱅크오브캐나다(RBC)를 상대로 낸 증권집단소송이 바로 유일한 소송 개시 사례다. 이 사건이 실제 재판으로 이어지기까지는 6년이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증권집단소송이 ‘재판 개시 허가’와 본안 재판으로 구분되어 있는데다 ‘재판 개시 허가’ 재판에서 본안 소송의 배상 책임 부분까지 구체적으로 다퉈왔기 때문이다. 실제 도입 단계에서 허가의 경우에도 항고할 수 있도록 변경되면서 증권집단소송제는 사실상 ‘허가 3심-본안소송 3심’, 6심제로 운영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 19대 국회에서 발의됐던 집단소송 관련 개정안들에서 집단소송 대상을 환경이나 보건, 기업활동 전반 등으로 넓히는 방안이 제시가 됐다. 그러나 청구 방식 자체를 증권집단소송제 방식을 준용했던 것 때문에 ‘유명무실’한 집단소송제 도입이 아니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한 지금까지는 담합으로 인한 피해는 소비자가 직접 입증해야만 했다.
담합으로 인한 피해 규모를 산출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기 때문에 개별 소송제기에는 사실상 어려움이 많았다. 피해 규모를 산출하기 위해서는 관련 시장 분석이 뒤따라야 하는데 이 작업에는 많은 비용이 든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조합과 협회 등 이익단체 등이 제한적으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하는 실정이다.
이와 관련해 공정위는 피해자들이 피해 입증을 쉽게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구체적인 방안에 대해서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공정위 관계자는 “담합을 조사하는 과정에서 관련 매출액을 산정하고 담합행위로 인해 얼마나 정상가격이 인상됐는지를 파악할 수 있다”며 “이 두 가지를 조화하면 피해 규모에 대해 추정을 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정위가 이에 대한 자료를 제공하면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액 인정을 지금보다 받기 수월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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