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00억원에 업계 6위 까사미아 인수 사업부문 재편세련미와 화려함 접목···정유경式 까사미아 탄생할 듯
신세계인터내셔날에서 운영하고 있는 생활용품 브랜드 '자주'와 까사미아로 차별화된 콘텐츠를 확보해 급성장하고 있는 홈퍼니싱 시장을 사로잡을 계획이다.
유통공룡 신세계의 등장으로 가구업계는 그야말로 초긴장 모드다. 2012년 리바트를 인수해 홈퍼니싱 사업에 진출한 현대백화점그룹이 미국 최대 홈퍼니싱 기업인 윌리엄스 소노마와 손잡고 국내시장 점유율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또 하나의 유통공룡이 가구업계 6위 업체를 끌어안고 시장에 가세했고, 젊은 세대를 사로잡은 이케아도 꾸준히 매장을 늘리며 시세를 확장하고 있다.
가구업계는 오랜 전통을 자랑하는 업체는 많지만 1위 한샘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업체들 규모가 크지 않다. 계속해서 등장하는 대기업 공세에 조만간 가구업계 판도도 크게 변화될 것으로 예측된다.
◇1800억에 업계 6위 까사미아 인수 =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그룹은 24일 까사미아를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한다. 인수 금액은 1800억원 규모이며 인수 지분은 까사미아 창업주인 이현구 회장을 비롯한 특수관계인 지분 92%로 알려졌다. 인수주체는 신세계백화점이다.
1982년 설립된 까사미아는 가구와 인테리어 제품 및 침장류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까사미아의 매출액은 2016년 기준 1219억원으로, 국내 가구업체 중 6위 수준이다.
신세계가 인수하는 부문은 가정용 가구를 판매하는 까사미아다. 계열사인 까사미아우피아(특판용 가구), 라까사호텔, 까사스토리지는 계속 창업주인 이현구 회장(69) 오너가에서 경영한다.
정 총괄사장은 이번 인수로 급성장하고 있는 홈퍼니싱 시장을 공략한다는 전략이다. 홈퍼니싱은 홈(Home)과 퍼니싱(Furnishing)의 합성어로, 가구와 인테리어 소품, 생활용품 등을 활용해 집안을 꾸미는 것을 뜻한다.
2008년 7조원 수준이던 국내 홈퍼니싱 시장 규모는 2015년 12조원 수준으로 2배 가까이 성장한 것으로 추산된다. 2022년에는 18조원까지 커질 것으로 예상돼 미래 먹거리로 손꼽히고 있다.
까사미아는 단순히 가구만 파는 회사가 아니라 새로운 라이프스타일을 제안하고 개성있게 코디네이션해 새로운 느낌을 제시하는 것이 주요 콘셉트인 홈퍼니싱 회사다. 세련된 디자인으로 3040 젊은층 사이에서 인기도 높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정 총괄사장이 점찍은 이유이기도 하다.
신세계가 까사미아를 인수하면서 백화점은 홈퍼니싱 분야에서 확실한 콘텐츠를 선점하고, 까사미아는 유통 판로를 손쉽게 확보할 수 있다. 까사미아는 현재 압구정, 잠실, 분당 등 서울 강남권을 중심으로 대형 플래그십 스토어(21개)와 용산아이파크, 부산, 대구 등 전국에 대리점(50개) 체제를 갖추고 있지만 백화점 매장은 1개에 불과하다.
신세계의 까사미아 인수로 인해 가구업계의 지각변동은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랫동안 1위 자리를 유지하고 있는 한샘과 함께 5년전 리바트를 인수하며 규모를 키우기 시작한 현대백화점그룹, 이케아와 손잡고 시장을 넓혀가고 있는 롯데의 4파전 양상이 펼쳐질 것으로 예상된다.
가구업계는 조만간 가구업계 판도에 큰 변화가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불과 10년전까지도 의자, 침대, 매트리스 등 한가지 분야만 잘해도 그 전문성으로 가구업계에서 두각을 나타낼 수 있었지만, 이제는 하나만 잘해서는 소비자의 지갑을 열 수 없다.
소비자들은 가구에 맞춰 인테리어 콘셉트를 정하지 않고, 공간 분위기에 맞춰 어울리는 가구와 각종 소품을 골라 인테리어를 한다. 여기저기 브랜드를 오가며 품목을 짜맞추는 것도 선호하지 않는다. 한 곳에서 원스톱으로 공간 구성을 완성하길 원한다. 홈퍼니싱 카테고리를 두루 갖춘 대기업이 이 시장에 가세한 이상 업계 판도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가구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가구시장은 예전과 크게 달라졌다”며 “주거공간 꾸미기에 관심 높은 소비자가 늘고 있어 전체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홈퍼니싱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국내 가구업체들도 몇 년 전부터 홈퍼니싱으로 영역을 넒히고 있지만 이렇게 대기업들이 잘나가는 브랜드를 끌어안고 시장에 진입하면 기존 업체들은 점점 설 자리가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계속되는'매직'···정유경표 까사미아 어떤 모습? = 정 총괄사장은 면세사업 시작 3년 만에 국내 면세점 ‘빅3’ 자리를 굳혔다. 뿐만 아니라‘야심작’으로 꼽히는 화장품 편집숍‘시코르’도 여심(女心)을 사로잡으며 대성공 시켰다. 지난 2016년 12월15일 개점한 대구백화점 역시 연간 매출을 무려 6600억원 이상이나 올리며 능력을 입증했다. 세계 최대규모라는 신세계 부산센텀시티점이 첫해 5460억원을 훨씬 뛰어넘은 수치다.
불황인 패션업계에서도 침체됐던 기존 국내 브랜드를 소비자 니즈에 맞춰 변화를 꾸준히 시도해 메가브랜드로 탈바꿈시켰다. 대표적인 성공 브랜드는 ‘스튜디오톰보이’다. 톰보이는 2011년 신세계인터내셔날에 인수되고 스튜디오톰보이로 탈바꿈, 지난해 매출 1000억원을 넘겼다. 자체브랜드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고 있다.
미적 감각이 뛰어난 정 총괄사장이 홈퍼니싱 업계에 손을 뻗은 만큼 까사미아가 어떻게 탈바꿈해 소비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을지 관심이 쏠리는 대목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신세계 남매가 분리경영을 시작하고 서로 각자의 분야에서 자신의 능력을 최대치로 끌어올리고 있는 모습이다”며 “특히 정유경 사장의 경우 그동안 사업에 크게 관여를 안했는데 요즘은 그가 갖고있는 특유의 미적 감각을 백화점 사업에 접목해 상당한 마케팅 효과를 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까사미아의 경우 가구 업계에서 중가 브랜드지만 디자인이 세련되고 독특해 젊은층 고객이 주류를 이루는데 여기에 신세계가 갖고 있는 화려함이 더해지면 이케아 못지않은 마니아들이 생겨날 것”이라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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