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 이마트 관계자는 “매출 실적이 좋지 않은 SSG푸드마켓 목동점을 폐점하기로 했다”며 “기존 부진한 점포는 정리하고 스타필드 입점 형식으로 출점하는 PK마켓에 집중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지난달 31일 폐점한 SSG푸드마켓의 제품 교환·환불은 이마트 목동점이 담당해 고객의 불편은 최소화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SSG푸드마켓 목동점은 지난 2015년 7월 정유경 총괄사장이 이끄는 신세계백화점에서 오픈했다. 청담점, 부산 마린시티점이 오픈 이후 매년 두 자리수 이상의 성장률을 보이면서 뜨거운 반응을 얻자 서울 서부상권까지 진출한 것. 하지만 목동점은 중심 상권과 완전히 동떨어진 곳에 위치해 유동인구가 적어 고객 집객 자체가 힘들었다.
운영 방식도 문제가 있었다. 1호점인 청담점의 경우 프리미엄 마켓 타깃층에 맞게 인근 고객 대부분 소득수준이 상위 5%에 속했다. 최고품질의 상품을 비싼 가격으로 책정해도 잘 팔렸다. 하지만 목동은 달랐다. 목동 부동산 시세는 비싸지만 아이들 학군 때문에 무리해서 이사 온 가정이 많아 고급 식자재를 구입하는 게 부담스러운 고객층이 대부분이었다. 이에 목동점은 청담동보다는 상대적으로 품질 등 수준이 떨어지는 상품으로 매장을 채웠다.
대형마트도, 프리미엄 마켓도 아닌 애매한 콘셉트는 소비자에게 먹혀들지 않았다. 목동에는 홈플러스, 이마트 등 대형마트 뿐 아니라 백화점도 들어서 있어 프리미엄 마켓만의 차별성이 부각되지 않았다.
신세계의 첫 프리미엄 슈퍼인 스타슈퍼는 신세계백화점이 2003년 도곡동에서 문을 열었다. 이후 2012년 SSG푸드마켓 청담점을 처음 선보였고, 마린시티점과 목동점을 잇따라 개장했다. SSG푸드마켓의 경우 정유경 총괄사장이 오랫동안 거주한 청담동 지역의 학부모들 사이에서 아이를 위한 안전먹거리 수요가 높다는 점을 착안해 직접 아이디어를 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매장은 지난 2016년 이마트가 신세계에 1297억원을 주고 모두 양수했다.
정 부회장은 마트 사업에 대한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 대형마트의 시대는 지났다고 판단한 그는 프리미엄 매장, 창고형 매장, 노브랜드와 피코크 등 PL브랜드(자체브랜드)매장 등 특화된 매장들로 핵심 사업을 전환시킬 계획이다.
특히 프리미엄 매장은 대형 마트보다는 규모가 작아 고객들이 부담없이 들를 수 있고, 신선하고 품질 높은 식재료를 단 하나만 구매하는 것도 가능해 1~2인 가구나 웰빙을 추구하는 소비자의 니즈를 충족시킬 수 있다.
스타필드 하남점과 고양점에 입점한 PK마켓을 보면 그가 추구하는 바를 단번에 알 수 있다. 기존 프리미엄 마켓이 40대~50대 소득 상위 5%까지 등 타깃층을 분명하게 하고 철저한 차별화 서비스를 제공했다면, 정 부회장은 이 공식을 깨고 서민적인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정 타깃 고객층이 없이 모든 연령층을 대상으로 차별화된 서비스보다는 다양한 체험을 중시한 것.
인테리어는 재래시장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하고 직원들은 정형화된 유니폼 대신 청바지에 폴로셔츠,헌팅캡을 쓰고 손님을 맡는다. 소비자에게 친숙한 분위기에서 고품질 식재료를 산다는 인식을 심어주겠다는 그의 전략이다. PK마트가 이런 분위기인 반면 SSG푸드마켓은 아직까지 정통 프리미엄마켓으로 운영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일본의 경우 이미 대형마트보다는 규모가 작은 슈퍼형이나 편의점으로 소비자 트렌드가 바뀌었는데 정 부회장 역시 선진국 트렌드에 맞춰 특화된 매장을 중심으로 사업 모델을 바꿔나가는 것 같다”며 “이제 소비자들은 예전처럼 장을 보기 위한 목적으로 시간을 내서 차를 끌고 대형마트를 찾지 않는다. 온라인으로 주문하면 배송도 빠르고 신선식품은 동네 슈퍼도 구성이 잘돼있는데 굳이 힘들게 대형마트를 갈 필요가 없어졌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예 대용량 최저가격으로 판매하는 창고형 할인점이라든지 신선식품을 중심으로 상품을 구성한 편의점, 최고품질 상품만 모아놓은 프리미엄마켓 등이 앞으로 국내 유통시장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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