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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 늘리라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시중은행 “직원 내쫓으란 얘기냐”

‘희망퇴직’ 늘리라는 최종구 금융위원장···시중은행 “직원 내쫓으란 얘기냐”

등록 2018.05.29 15:02

차재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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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퇴직으로 일자리 늘려라” 주문 은행은 난색···“직원들 내쫓으라니?”비용 만만찮고 노조와 갈등 불가피 근로시간 단축시 수익성 담보 못해

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최종구 금융위원장 사진=최신혜 기자 shchoi@newsway.co.kr

“희망퇴직 규모 확대해 청년 채용 늘려라”

최종구 금융위원장의 한 마디에 은행권이 술렁이고 있다. 청년 일자리를 창출하자는 정책 방향은 공감하지만 정부의 단기적인 성과를 위해 기존 직원을 내쫓으라는 격이어서 불편함을 토로하는 목소리가 적지 않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최종구 위원장은 전날 시중은행장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청년 일자리 창출을 위해 은행이 희망퇴직을 활성화해달라고 밝혔다. 말 그대로 희망퇴직 규모를 늘려 청년에게 맡길 수 있는 일자리를 만들어달라는 것이다.

사실 최 위원장의 이 같은 주문은 미리 준비해둔 발언이다. 그는 이달 9일 기자간담회에서 “은행들이 눈치 보지 말고 희망퇴직을 하고 퇴직금을 올려주는 것을 권장하겠다”면서 “해당 은행에 인센티브를 주는 방안도 검토할 것”이라고 언급한 바 있다.

통상적으로 일반은행은 여론을 의식해 퇴직금을 적게 주는 경향이 있는데 이를 늘리면 직원이 희망퇴직에 적극 응할 것이며 10명 퇴직 시 7명을 새로 채용할 수 있는 만큼 자연히 세대교체가 이뤄질 것이라는 게 그의 생각이다.

하지만 이 소식을 접한 은행권의 표정은 어둡다. 디지털뱅킹 활성화로 상당수가 회사를 떠난데다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과 맞물려 인력 부족이 예상되는 마당에 정부가 직원을 더 줄이라고 재촉하는 것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일반적인 반응이다.

특히 최 위원장의 이번 발언은 은행의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으로 여겨지고 있다. 들여다보면 희망퇴직이 결코 은행에 긍정적인 것만은 아니라는 이유에서다.

대표적인 게 비용적인 부분이다. 보통 은행은 퇴직 시점으로부터 이전 3개월간의 평균 월급을 최대 36개월까지 계산해 지급한다. 이렇게 한 사람당 소요되는 금액은 3억원 정도로 추산되고 있다. 시중은행이 지난해 최대 실적을 달성했다고는 해도 퇴직금으로 지출해야 하는 비용은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실제 작년 하반기부터 올초까지 국민·신한·KEB하나·우리은행 등 4대 시중은행에서 2400여명이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났으며 퇴직급여 비용은 총 1조353억원으로 집계됐다.

또한 신입 직원이 당장 제역할을 해낼 수 없다는 점도 문제다. 기존 직원은 언제든 바로 업무를 수행할 수 있는 반면 신규 직원은 최소 2~3년의 교육을 거쳐야 현장에 투입시킬 수 있어서다. 이 경우 은행의 수익성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

노조와의 관계도 은행으로서는 고민거리다. 은행권 노조가 임금피크제 적용 시점과 정년을 늦춰달라고 요구하는 가운데 은행이 섣불리 희망퇴직 규모를 늘렸다가는 큰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 금융노조는 이미 민주노총과 공동 대응 방침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게다가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시 인력 부족 사태에 직면할 수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될 부분으로 지목되고 있다.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회사를 떠난 전문 인력을 신규 채용으로 충원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의 한 관계자는 “희망퇴직은 어디까지나 자발적으로 이뤄져야 하는 것이지 정부가 강제로 늘리라고 할 사안이 아니다”라면서 “가정을 책임지는 근로자에게 무작정 그만두라고 하는 이유를 이해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어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등으로 인해 인력이 더욱 보강돼야 하는 시점에 희망퇴직을 늘린다면 은행권의 수익성을 장담할 수 없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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