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르·K스포츠재단 몰랐지만 지원요청 받아박근혜·안종범 면담서 면세점 청탁 없었다”
신 회장은 9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형사8부(부장판사 강승준) 심리로 열린 항소심 7차 공판의 피고인 신문에서 “박 전 대통령과의 단독 면담에서 박 전 대통령으로부터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한 말을 들은 기억은 없지만 스포츠 산업 전반에 대해 지원해달라는 취지로 돈을 내라는 요구를 받았다”고 진술했다.
이날 심리에서는 2016년 3월 14일 신 회장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단독면담에서 오간 이야기가 중점적으로 다뤄졌다. 롯데그룹은 2016년 4월 미르·K스포츠재단 설립에 40억원을 출연했고, 같은해 7월 70억원을 추가 출연했다가 일주일여만에 반환 받았다.
신 회장은 “단독 면담 당시 롯데그룹이 평창올림픽에 600억원을 지원했다고 말했더니 박 전 대통령이 ‘앞으로도 스포츠에 대해 많이 지원해줬으면 좋겠다’고 하면서 ‘앞으로 올림픽이나 아시안게임 등의 선수를 육성하려는 생각을 하고 있으니 롯데가 지원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신 회장은 당시 미르·K스포츠재단에 대해서는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는 “박 전 대통령이 면담에서 미르·K스포츠 재단 말씀을 하셨는지 자세히 기억은 안 난다”며 “두 재단에 대한 인식이 없었기 때문에 박 전 대통령이 언급을 했다 하더라도 내가 못 알아들었을 수도 있다”고 언급했다.
신 회장은 신생재단인 미르·K스포츠재단에 70억원을 추가로 지원한 것에 박 전 대통령의 요구가 영향을 끼쳤냐는 검찰 측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다만 신 회장은 이 단독 면담 자리에서 면세점과 관련한 청탁은 오고가지 않았다고 거듭 주장했다.
신 회장은 “국회에서 제대로 논의도 하지 않고 면세점에 대한 정책을 결정하면서 롯데와 SK의 3000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일자리가 없어진 것은 말이 안 된다 정도를 얘기했을 것”이라며 “당시 이미 신규 특허가 나오기로 결정돼 있는 상황에서 대통령에게 신규 특허를 내달라고 요청할 필요가 없었다”고 강조했다.
그는 “경영권 분쟁을 일으킨 사람으로서 사과해야 한다고 생각해 죄송하다 했고 그 해 3월 6일에 있었던 일본롯데홀딩스 임시주주총회에서 승리해 경영권 분쟁이 일단락 됐다는 이야기를 했다”며 “백화점, 마트 등 내수 관련 사항, 평창올림픽을 통한 경제 활성화 방안, 롯데그룹 고용현황, 부산창조경제혁신센터 등에 대한 이야기만 나눴다”고 진술했다.
이와 함께 신 회장은 2016년 3월 11일 안종범 전 경제수석과의 면담에 대해서는 경영권 분쟁에 대한 해명을 위한 자리였다고 주장했다. 검찰 측은 신 회장이 안 전 수석과 만났을 당시 대통령 면담 직전에 면세점 애로사항을 전달하려는 의도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는 “2015년 4월 롯데그룹에 경영권 분쟁이 일어났는데 그 때까지만 해도 제가 정치인을 만난 적이 거의 없어 재계에서 ‘은둔의 경영자’라고 말할 정도였다”며 “경영권 분쟁 후 롯데그룹은 나쁜 그룹이다, 신동빈은 나쁜 사람이다, 그런 식으로 나쁜 인식이 생겨나 정치권, 언론계, 재계 등과 접촉하면서 제가 어떤 사람인지, 경영권 분쟁은 어떤 상황인지에 대해 해명하기 위해 많은 분들을 만났다”고 설명했다.
신 회장의 설명에 따르면 안 전 수석은 신 회장과의 면담을 앞두고 2월 말 일본에 체류 중이던 신 회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면담을 원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신 회장은 “안 전 수석을 만날 때 경영권 분쟁에 대해 설명하려고 했는데 대통령쪽에서 만나고 싶다고 하니 대통령께서 어떤 이유로 만나자고 하시는지 그것도 좀 살피려고 했다”며 “당시 박 전 대통령이 저에 대해 ‘아버지의 명령을 어기고 롯데그룹 경영권을 탈취한 나쁜 사람’이라고 많이 화가 나 있다고 생각하고 있어 청와대에서 어떻게 보고 있는지 분위기를 파악하고 싶었다”고 해명했다.
검찰 측은 안종범 전 수석의 수첩을 증거로 내세우면서 “2015년 24%, 2016년 10%가 기재돼있는데 이는 각각 중국 소비가 증가한다는 내용과 국내 면세점 시장 성장률 수치”라며 “안 전 수석과의 면담에서 면세점 이야기가 오간 것 아니냐”고 추궁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은 “혹시 몰라 숫자를 확인해 봤는데 숫자가 맞지 않는다”며 “면세점에서 24, 10과 관련된 숫자를 찾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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