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법안 돋보기]“완전 월급제해야”···정부여당, 사납금 폐지법 발의

박홍근, 택시 사납금 폐지 통해 기사 처우개선 도모

카풀사업으로 인한 택시업계 피해가 보전될 것 예상

택시 기본요금 올려도 사납금도 같이 올라 무용지물

기사들 사이 형평성 논란도···근무 태도 측정이 관건

카카오의 카풀사업이 시행되면서 택시업계가 반발이 거세지고 있다. 택시업계는 연일 집회를 이어가고 있고, 최근엔 모 택시기사가 분신해 사망한 사고도 일어났다. 택시업계는 카풀사업을 금지시켜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와 여당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고심 중이다. 택시업계의 주장처럼 카풀사업을 원천봉쇄하면, 4차산업 혁명의 한축인 공유경제가 망가질 수 있는 상황이다. 따라서 카풀사업을 허용함과 동시에 택시업계에 일종의 보전형식의 제도를 주는 방안으로 중재를 하려한다.

그 방안 중 하나가 ‘사납금 폐지’다. 사납금이란, 회사택시를 운전하는 기사가 하루에 일정금액을 회사에 내야하는 돈이다. 택시기사는 하루에 얼마를 벌었던 상관없이 약 13~15만원을 회사에 내야 하는 것이다. 그리고 기사는 사납금을 내고 남은 돈을 가져간다.

이 사납금을 오래전부터 금지하려 했지만, 택시회사들은 교묘한 방법으로 이를 지속해왔다. 사납금으로 인해 택시기사들은 월급을 약 20~40만원 정도 받아 최저임금을 준수하지 않게 됐다. 이 사납금을 폐지하면, 카풀사업으로 택시기사가 얻는 손해를 어느 정도 보전해줄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일각에선 택시업계를 위해 택시 기본요금을 상향시키자는 의견도 있지만, 오히려 택시기사들은 기본요금이 오르면 사납금도 올라가서 실질적인 이득이 없다고 본다. 따라서 사납금을 폐지하는 것이 택시기사들을 위한 정책이라 할 수 있다.

택시단체, 카카오 카풀 서비스 반대 2차 집회. 사진=최신혜 기자 [e-mail]

13일 더불어민주당의 을지로위원회장을 맡고 있는 박홍근 의원 택시 사납금제를 폐지하기 위해 ‘택시발전법’과 ‘여객자동차법’ 법률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여객운수법 개정안 주요내용은 운송사업자의 준수사항과 운수종사자의 준수사항에 명시된 내용을 더욱 구체화하여, 전액 납부와 전액 관리가 철저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규정함으로써 사납금제가 실질적으로 폐지되도록 했다.

또한, 택시발전법 개정안의 주요내용은 일반 택시기사의 근로시간을 미터기 등 운행정보 관리시스템을 통해 수집된 실제 근로시간에 기반 하도록 규정함으로써, 택시기사가 실제 근로시간에 상응하는 임금을 지불 받을 수 있도록 했다.

박홍근 의원은 “1997년에 택시기사들의 처우개선을 위해 전액관리제(일명 월급제)가 도입·시행 되었으나 여전히 일선 택시 사업현장에서는 사납금제 기반의 임금형태가 지속되고 있다”며 “대표적 불공정 사례라 할 수 있는 사납금 폐지 법안을 을지로위원회의 1호 법안으로 제출하기 위해 그동안 꾸준히 정부와 협의하며 준비해왔다”고 밝혔다.

그는 “이 개정안이 통과되면 택시산업에 월급제 기반의 임금구조가 정착되고,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에 시달리는 택시기사들의 처우가 대폭 개선될 것이다”며 개정안 대표발의의 취지를 강조했다.

사납금 폐지는 택시업계도 반길만한 방안이다. 지난 9월에는 민주노총 소속 택시노조가 사납금 폐지를 요구하며 전북 전주시청에서 고공농성을 벌인 적이 있다. 노조는 “사납금 폐지 전까지 어떠한 압력에도 굴하지 않겠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공공운수노조 택시지부는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에 따라 기사들이 하루 운송수입을 회사에 모두 입금하고 월급을 받는 ‘전액관리제’를 시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다만, 사납금 폐지로 인해 택시업계가 카풀사업을 허용하는 쪽으로 의견을 바꿀지는 미지수다. 택시업계가 사납금과 카풀을 별개로 본다면, 정부여당이 사납금 폐지를 제도화해도 현재 벌어지고 있는 파업과 농성이 멈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사납금 폐지가 현실화될 때에도 문제는 남아있다. 일부 택시기사들은 “열심히 일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동일한 월급을 받게 된다”라는 지적을 내놓는다. 이 때문에 택시의 운행정보 등을 근거로 임금을 조정하는 방안도 제시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