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양호 회장 사내이사 연임 불발···대표직 상실후계자 조 사장 경영체재 안정화 구축 최우선경영능력 판단 일러···실적만회 등 어깨 무거워주주지지·경영투명·사내갈등 해소 등 해결해야
28일 재계에 따르면 조 회장은 지난 27일 열린 대한항공 제57 정기 주주총회에서 사내이사 연임에 실패했다. 현행 정관상 조 회장이 연임하기 위해서는 참석 주주 3분의 2(66.6%) 이상의 동의를 얻어야 하는데, 약 2%의 우호지분이 부족해 재선임 안건은 부결됐다.
2대 주주 국민연금(지분 11.56%)은 주총 하루전인 26일 조 회장이 기업가치 훼손 내지 주주권 침해 이력이 있다고 판단, 공식적으로 연임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국민연금의 이 같은 결정은 다수의 소액주주들이 표심을 정하는데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분석된다.
조 회장은 이사진에서 배제됨에 따라 대표이사직에서도 물러나게 됐다. 다만 미등기임원으로서 회장직은 유지한다는 계획이다.
대한항공 경영 전면에는 ‘한진가 3세’인 조 사장이 나서게 된다. 총수 일가 중 유일하게 대한항공 사내이사로 이름이 올라간 조 사장은 한진그룹 핵심 계열사인 대한항공 경영을 도맡게 되면서, 후계자 입지를 더욱 굳힐 것으로 보인다. 누나인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과 동생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는 한동안 경영 복귀를 시도할 수 없는 상황이다.
대한항공은 조 회장이 빠진 사내이사 자리를 채우지 않는다는 계획이다. 기존에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총 9명으로 운영됐지만 당분간 사내이사 3명, 사외이사 5명 총 8명 체제를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현재 사내이사로는 조 사장을 비롯해, 우기홍 대한항공 대표이사 부사장과 이수근 대한항공 기술부문 부사장이 올라있다. 조 회장 최측근 중 한 명으로 꼽히는 우 부사장은 조 사장 중심의 경영체제를 구축하는데 발판을 마련할 것으로 예상된다.
시장에서는 조 사장의 경영능력을 판단하기에 아직 이르다고 평가한다. 1976년생으로 올해 44세인 조 사장은 2003년 한진정보통신 영업기획 차장으로 회사에 첫 발을 내딛었다. 이듬해 대한항공 경영전략본부 경영기획팀 부팀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이후 2009년 여객사업본부 본부장(상무), 2011년 경영전략본부장(전무), 2013년 화물사업본부장(부사장), 2016년 총괄부사장, 2017년 사장 등 초고속 승진을 거듭했다.
하지만 사장 자리에 오른지는 올해 3년차에 불과하다. 그동안 조 회장이 대한항공과 관련된 현안을 진두지휘해 왔고, 조 사장이 주도적으로 세운 업적은 미비하다. 경영능력에 대한 업계 안팎의 의구심이 여전히 존재하는 만큼, 부진한 실적 만회가 최우선 과제로 꼽힌다.
대한항공은 지난해 매출 12조6555억원으로 창사 이래 최대치를 기록했다. 하지만 영업이익은 환율, 유가 등 경영환경 악화로 30% 가까이 감소한 6674억원에 그쳤다. 당기순이익은 적자전환했다.
조 사장은 지난달 발표한 ‘중장기 비전 및 경영발전 방안’을 실현하는데 중점을 둘 것으로 전망된다. 대한항공은 오는 2023년까지 매출 16조원 , 영업이익 1조7000억원을 달성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한 바 있다. 당장 올해는 매출 13조2000억원, 영업이익 1조원을 낸다는 계획이다. 지난해보다 매출은 4.3%, 영업이익은 50% 성장한 수치다.
실적 향상은 주주가치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 대한항공은 지속적인 이익을 창출해 안정적인 배당 수준을 유지하겠다고 약속했다. 또 정기적인 IR 활동을 정례화해 주주와의 소통도 강화한다는 전략이다. 이미 조 회장이 주주들의 외면의 받은 전례가 있는 만큼, 주주들의 인정은 필수적이다. 조 사장의 사내이사 임기는 2021년 3월까지로, 만약 지지를 받지 못한다면 향후 재선임 여부를 낙관할 수 없다.
경영 투명성 확보는 물론, 직원들과의 묵은 감정 해소 등 체질개선도 해결해야 하는 과제다. 대한항공은 그동안 오너가의 독단적인 경영권 행사로 전방위적 비난을 받아왔다. 체질개선을 위해 전원 사외이사로 구성된 감사위원회를 운영하고 내부회계관리제도를 전면 재구축했다. 조 사장은 이사회가 독립적이고 투명하게 운영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내부에서는 경영진과 직원간 갈등이 존재한다. 이번 주총을 앞두고 직원연대는 조 회장 측이 직원들을 상대로 의결권 위임을 강요했다며 검찰에 고발하기도 했다. 조 사장은 켜켜이 쌓여온 갈등을 풀고, 조직문화를 개선하는데도 노력할 전망이다.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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