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기재부 2022년 41.6%. 전망..대통령 압박 후 변경보수 “나라 빚더미 오를 것.... 선심성 돈 풀기”라며 비난전문가 “적극재정 펼친 일본···한국 채무비율 낮은 수준”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30일 오는 2022년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이 45% 정도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홍 부총리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가진 ‘향후 경제전망과 정책’ 발제에서 이 같은 확장적 재정정책 필요성을 밝혔다.
기재부가 지난달 추가경정예산안을 국회에 제출하면서 수정한 ‘2018~2022년 중기재정운용계획’에선 2022년 국가채무비율이 41.6%가 될 것으로 추산한 바 있다. 기존에 밝힌 대로 내년 국가채무비율은 40%를 넘길 것으로 전망한 홍 부총리는 오는 8월 국회에 제출 예정인 2019∼2023년 중기재정계획에서 총수입 증가율보다 총지출 증가율을 높게 유지하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기획재정부는 국가채무비율을 국내총생산(GDP) 대비 40%대 초반에서 관리하겠다는데 국제기구는 60% 정도를 권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말은 ‘국가채무 방어선’을 뒤로 물리는 한이 있어도 정부 곳간을 더 열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졌다.
이에 야당과 일부 전문가들은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고 강하게 주장하고 있다.
이제민 국민경제자문회의 부의장은 30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의원 워크숍에서 “공공부문 일자리 창출, 복지 확충 등 확장적 재정정책을 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중장기적인 증세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부의장은 ‘한국 경제가 나아갈 길’이란 주제발표에서 문재인 정부가 2017년 집권한 이후 추진해온 확장적 재정정책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리며 향후 재정정책도 같은 기조로 추진할 것을 주문했다.
또 전문가들은. 일본이 시장의 예상을 뛰어넘는 성장세를 보인 것과 관련해 ‘재정 확대’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아베 총리의 경제회생 정책인 `아베노믹스`는 양적완화, 재정전략, 성장전략 등 이른바 `3개의 화살`이라는 전략이 중추를 이룬다. 이 중 핵심은 2013년 4월부터 2년간 132조엔(약 1320조원)의 막대한 돈을 시장에 퍼붓겠다는 양적완화였다. 아베노믹스의 효과로 일본의 명목 국내총생산(GDP)는 2012년 494조엔에서 2017년말 550조엔으로 증가했다. 9분기 연속 플러스 성장했으며, 이는 전후 두 번째로 긴 호황이다.
한 정부 관계자는 “OECD 국가중 멕시코를 제외하면 우리보다 낮은 나라는 없다. 대부분 나라들이 100%안팎이고, 일본은 무려 250%에 달한다”며 “확장속도가 오히려 더디지 않나”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후세에 부담을 지우는 ‘나라 빚’ 증가를 조심해야 한다고 비판하고 있으며, 야당은 추경을 비롯한 확장 재정 기조는 내년 총선을 의식한 ‘선심성 돈 풀기’이며 정부의 경제정책 실패를 덮으려는 방만 국정이라고 비난하고 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31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의 재정확대 강요에 굴복했다고 작심 비판했다. “어제 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워크숍에서 홍 부총리는 2022년엔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어 45%까지 갈 수 있다고 했다”며 “문재인 대통령의 불건전 재정 강요에 굴복한 것”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국가채무비율을 40% 이하로 유지하고 관리재정수지 적자 폭도 2% 아래로 관리하는 재정건전화법을 이미 제출한 바 있다. 앞으로 이를 당론으로 채택할 것”이라며 “(이를 통해) 정권의 풍향과 관계없이 건전 재정원칙이 지속되도록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야당은 “자유한국당이 국가채무비율과 관련해 연일 터무니없는 가짜뉴스 공세를 펴고 있다”며 맞서고 있다.
조정식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 또한 28일 국회에서 열린 원내대책회의에서 “(한국당이) 국가채무비율이 40%를 넘으면 나라가 당장 망할 것처럼 호들갑을 떤다”며 “한국당의 주장은 혹세무민이며 국가재정의 역할을 부정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소위 재정건전화를 핑계로 삼아 경제 활력 제고와 포용적 안전망 구축을 위한 정부의 손발을 묶기 위해 국가채무비율을 40%로 제한하는 입법도 추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적정한 국가채무비율이 40%라는 주장부터 전혀 근거가 없다”면서 “우리와 산업구조가 유사한 독일은 71.6%, 프랑수는 122%에 달하는 실정”이라고 했다.
또 “무엇보다 우리 경제는 확장적 재정운영 여력이 충분한다”며 “우리나라의 지난해 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32%로 주요국가 중 가장 건실하고 주목할 점은 정부의 총자산이 GDP 대비 무려 201.4%에 이른다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최배근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도 30일 tbs 라디오 ‘김어준의 뉴스공장’에 나와 “(국가채무비율 40%는) 이론적인 근거도, 현실 경험적으로도, 역사적으로도 근거가 없는 수치”라고 강하게 불만을 토로했다. 그는 “족보가 없는 수치”라고도 말했다.
최 교수는 국가채무 40% 기준이 지난 정부부터 적용됐다고 지적했다. 2016년 박근혜 정부 당시 재정건전화법을 추진하면서 국가채무를 2020년까지 GDP 대비 45% 정도로 관리하자고 목표를 정했다는 것이다. 최 교수는 “우리 사회가 고령화나 이런 것 때문에 2020년까지 (국가채무비율이) 45%까지 상승할 수밖에 없다고 생각을 했었던 건데 1년 남은 지금 40%도 안 되게 쓰고 있다”면서 얼마든지 재정을 확대할 여력이 있다고 주장했다.
최 교수는 “관리 기준을 제시한 지역이 유일하게 유로존 지역 19개 국가”라면서 “(유럽연합이) 출범할 때 60% 내에서 관리하자 했는데 지난해 3분기 기준으로 보면 86%나 된다. 그런데도 경제 운영에 별 문제가 없다”고 말했다. 다른 나라들과 비교해도 한국의 국가채무비율은 매우 낮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한편 일부 전문가들은 국가 재정건전화 관련 법안 상정이 단순한 정치논리에 치우쳐선 안된다는 입장이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경기침체가 깊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단순히 국가채무비율 40% 얽매일 필요는 없어 보인다”면서 “다만, 정치적인 시각에서 재정을 확대하고, 조이는 흑백논리에서 벗어나 당·정이 재정확대 이후 건전성 관리 등 합리적인 재정준칙을 세워야 한다”고 설명했다.
국가채무비율의 상한을 미리 정하기 보다 빚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지적도 있다.
KDI 허진욱 부연구위원은 “향후 고령화가 진전되면 정부 지출이 장기적으로 늘어날 수 밖에 없기 때문에 국가채무비율을 40~45%으로 상한하는 것은 실현하기 어렵다”면서 “재정수지 적자나 지출의 증가율을 모니터링해 빚의 증가 속도를 조절하는 등 재정준칙을 세우는 것이 현실적이다”라고 제언했다.
뉴스웨이 주혜린 기자
joojoosky@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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