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부 공무원, 조세심판원에 “신라젠 대표는 고교후배···잘 검토해달라”
해당 조세심판 청구사건은 2014∼2017년 문 대표가 신라젠 BW 인수·행사로 얻은 이익 1325억 원에 대해 부산지방국세청이 494억 원의 증여세를 부과하자 문 대표가 이에 불복해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한 사건이다.
13일 연합뉴스 보도한 감사원의 ‘기획재정부, 조세심판원 관련 감사제보 등 조사’ 결과에 따르면 기재부 고위공무원 A씨는 2017년 6월 고교 후배인 문 대표로부터 ‘부산국세청의 과세 처분이 부당하다’는 연락을 받았다.
앞서 신라젠은 2014년 3월 350억 원 규모의 BW를 발행했고, 문 대표는 이 중 160억원어치를 인수했다.
이후 2015년 12월 신주인수권을 행사해 457만여 주의 주식을 발행받았고 2017년 12월 156만여 주를 1325억 원에 처분했다.
부산국세청은 지난해 1월 문 대표와 신라젠이 특수관계에 해당하므로 신주인수권 행사로 얻은 이익이 증여세 과세대상이라고 판단해 증여세 494억원을 부과한 상황이다.
문 대표의 전화를 받은 A씨는 기재부에 세법해석 질의 신청을 하는 방법이 있다고 알려줬고 문 대표는 그해 9월 세법해석 신청서를 제출했다.
A씨는 지난해 3월 세법해석 관련 질의 회신이나 국세예규심사위원회 개최 등의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에 임명됐으며 같은 달 이 세법해석 신청에 대한 예규심이 개최됐다.
예규심에서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한 문 대표의 거래 상대자가 BW 발행법인이 아닌 법인의 주주이므로 특수관계인 간 거래가 아니라고 의결했다.
문 대표는 이를 근거로 증여세 과세 대상이 아니라는 주장을 펼치며 조세심판원에 심판을 청구했다.
A씨는 같은 해 6∼9월 해당 사건을 담당하는 조세심판원 관계자 3명에게 전화해 자신의 직위를 밝히고 문 대표가 자신의 고교 동문이라는 말과 함께 신라젠 관련 예규를 기재부로부터 받아 사건을 잘 검토하라고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심판원 담당자 B씨는 감사원 조사에서 이 전화를 예규대로 처리하라는 압박으로 받아들여 관련 예규를 기재부 담당 사무관으로부터 직접 받았으며 이를 조세심판관회의 사건조사서에 기재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조세심판원은 문 대표가 신주인수권 행사 당시 신라젠의 대표이사이므로 특수관계에 해당해 증여세 과세 대상이 맞다고 보고 관련 청구를 기각했다.
감사원은 “A씨는 직무 범위를 벗어나 자신의 직위를 이용해 자신의 고교 후배와 관련된 조세심판 청구사건의 관련 직원에게 전화해 청탁하는 등 사건의 조사와 심리 결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부당한 행위를 했다”며 기재부 장관에게 징계를 요구했다.
A씨는 이 사안과 관련해 “예규심 결정 내용을 반영해 객관적으로 검토해달라는 요청을 한 것이지 한쪽 편을 들어달라는 부당한 청탁이나 압력이 아니었다”며 감사원에 재심을 청구한 상황이다.
한편, 조세심판원은 수사·감사·예산·조사 등 특정업무 수행을 위해 매월 국·과장에게 지급하는 특정업무경비를 부당하게 집행한 것으로 확인됐다.
조세심판원은 특정업무경비를 국·과장에게 지급하지 않고 이들로부터 수령 확인 서명만 받아 현금으로 보관하다가 직원격려금과 명절 선물 구입비 등으로 집행했다.
조세심판원은 2016년 1월부터 올해 3월까지 총 1억2002만원의 특정업무경비 가운데 직원격려금 3878만원, 직원 선물 구입비 3504만 원, 경조사비 595만원 등으로 1억1345만 원을 지출했다.
감사원은 조세심판원장에게 “특정업무경비를 특정업무 수행과 관련 없는 비용으로 집행하는 일이 없도록 하라”고 주의를 요구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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