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밀렀던 코스닥벤처펀드도 3차 환매중단 대상
이번에 추가로 환매 중단된 펀드는 작년에 문제가 터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 1호)와는 달리 정상적으로 운용된 상품이다. 하지만 라임이 플루토펀드 손실을 막기 위해 정상 펀드 자금을 대거 빼내 ‘돌려막기’하는 과정에서 연쇄 손실을 본 것이어서 파장이 더 클 것으로 보인다.
14일 한국경제 보도 등에 따르면 라임은 최근 은행 증권회사 등 펀드 판매사들에 오는 4월 만기 예정인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의 환매 중단 공문을 보냈다. 이 펀드 설정액은 3200억원에 이른다. 미국 폰지사기에 휘말린 ‘라임 플루토-TF 1호’와 달리 무역금융보험으로 안정성을 보강한 상품이다. 하지만 라임은 지난해 이 펀드 자금의 40%가량인 1200억원을 비상장 사모사채를 주로 담는 ‘라임 플루토FI D-1 펀드’ 등에 투자한 것으로 확인됐다.
라임자산운용이 지난해 10월 펀드 환매중단 직전에 수천억원에 이르는 ‘정상 펀드’ 자금을 ‘부실 펀드’로 의도적으로 돌린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제가 터져 환매중단을 눈앞에 둔 펀드의 손실을 축소하기 위해 정상적으로 운용하던 펀드에서 자금을 빼내 이전한 것이다.
이는 전형적인 ‘펀드 돌려막기’다. 이런 행태는 당시 2개월에 걸쳐 라임의 여러 개 정상 펀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이뤄졌다. 그 여파로 멀쩡한 펀드들까지 망가지면서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를 시작으로 5000억원 규모의 3차 환매중단 사태로 번졌다는 게 금융감독당국의 판단이다.
또 이날 금융업계에 따르면 라임운용은 라임 크레디트인슈어런스무역금융펀드에 대해 오는 4월 만기를 석 달 앞두고 환매중단에 들어간다고 최근 판매사에 통보했다. 연 4% 안팎의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하는 은행 고객에게 인기를 끌던 상품이다. 신한은행(2700억원) 경남은행(200억원) 등에서 3200억원가량 팔렸다. 싱가포르 무역금융업체인 로디움 등에서 공급받은 대출채권을 담아 손실을 최소화하는 보험으로 안정성을 보강한 멀쩡한 상품이다. 펀드 대출(레버리지도)도 일으키지 않았다.
하지만 라임은 지난해 9월부터 애초 설정한 목표와는 다른 방향으로 펀드를 운용했다. 이 펀드 자산의 40%가량인 약 1200억원이 유동성 위기에 놓인 라임 ‘부실 펀드’ 등에 엉뚱하게 재투자된 것이다. 비상장 사모사채를 주로 담는 ‘라임 플루토FI D-1’에 750억원, 라임 무역금융펀드(플루토-TF 1호) 및 해외 사모사채 등에 약 450억원이 투자됐다. 모두 환매중단된 펀드다. 판매사들은 라임의 이런 펀드 돌려막기를 1차 환매중단 이후 알았다.
판매사들은 전체 1400억원가량 팔린 라임 코스닥벤처펀드도 상황이 크게 다르지 않다고 전했다. 금융위원회가 코스닥 활성화를 위해 도입한 코스닥벤처펀드는 펀드 자산의 절반 이상을 벤처기업이나 코스닥 상장기업에 투자하는 대신 세제 혜택을 지원한다.
또 만기 청산을 기다리던 정상 펀드의 자산 전부를 부실 펀드로 돌려막은 사례도 있다. ‘라임 아시아무역펀드 1호’가 대표적이다. 이 펀드는 아시아 무역금융 전문 운용사인 트랜스아시아프라이빗캐피털의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재간접상품으로 만기일인 작년 11월 18일 청산될 예정이었다.
이를 위해 지난해 9월 초 모펀드를 환매하고 약 50억원을 확보했다. 하지만 라임은 같은 해 9월 18일 상환자금 전액을 미국 폰지 사기에 연루된 ‘플루토-TF 1호’에 넣었다.
펀드 돌려막기는 이종필 라임 전 부사장(CIO)이 주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판매사들은 뒤늦게 강하게 이의를 제기했지만 이 전 부사장은 펀드 신탁계약서상 문제의 소지가 없다고 맞선 것으로 전해졌다. 신탁계약서는 운용사와 판매사가 맺는 일종의 펀드 약관으로 펀드 투자 대상 등을 명시하고 있다.
뉴스웨이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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