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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반등한다더니”···대공황급 패닉에 애널도 공포에 질렸다

“곧 반등한다더니”···대공황급 패닉에 애널도 공포에 질렸다

등록 2020.03.13 14:25

김소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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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사태는 단순 질병 사건 아냐” 침체 초입인지, 저점 매수 타이밍인지증권사들도 “바닥조차 논하기 어려워”

“곧 반등한다더니”···대공황급 패닉에 애널도 공포에 질렸다 기사의 사진

“현재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반응일 뿐입니다. 매년마다 지수는 급락해도 곧 다시 반등하는 흐름을 보여 왔는데 이번에도 역시 그럴 것입니다.”

2주 전인 지난달 28일만해도 증권사 리서치센터장들 대부분은 이 같이 코스피 전망에 대해 낙관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하지만 최근 뉴욕증시가 ‘검은 월요일’ 사건이 일어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이번에는 ‘검은 목요일’이라는 최악의 폭락장을 맞이하자 국내 코스피지수 역시 ‘역사적인 대폭락’을 연출하는 모습이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코로나발 금융위기 상황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이번 사태는 이미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를 넘었고, 33년 전 미국 경제 대공황을 연상케 한다는 지적이다.

코로나발 금융위기가 주춤해 지기는커녕 갈수록 심각해지자 곧 반등할 것이라며 자신하던 증권사 애널리스트도 공포에 시퍼렇게 질린 모습이다. 현지시간으로 지난 12일 뉴욕증시의 다우와 S&P, 나스닥지수 모두 9% 넘게 떨어지면서 33년 만에 최악의 폭락을 경험했다. 이 중 다우지수는 1987년의 이른바 ‘블랙 먼데이’ 당시 22% 이상 추락한 이후 가장 큰 하루 낙폭을 기록했다. 33년 만에 ‘최악의 날’을 맞이한 것이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한 전 세계적 불안과 미국의 유럽발 입국 금지 강경 조치 여파로 인해 충격적 폭락세를 기록한 것이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내놓은 대응책은 코로나 19 사태로 취약해진 시장심리를 진정시키기에는 미흡하다는 평가가 나오면서 실망 매물들이 대거 출회된 것으로 보인다.

대공황급 패닉은 발 국내 코스피지수를 비롯해 아시아 주요국 증시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현재 코스피지수는 7~8%대의 폭락세를 보이며 이미 1970선이 깨진 상태다. 이어 일본의 니케이지수도 -8.6%, 인도의 센섹스 지수 역시 -8.18%, 중국 상해지수도 -3.32%, 홍콩 H지수도 -5.76%의 급락률을 기록하고 있다.

세계 각국의 증시들이 코로나발 금융위기로 대폭락 역사를 다시 쓰자, 그간 바닥론을 외치던 국내 증권사 애널리스트들도 갈피를 못 잡는 상황이다. 이제는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비관하는 전망으로 갈아타고 있다.

하인환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는 단순히 질병으로서의 문제가 아닌, 생산 차질을 유발하고 수요를 둔화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한다”라며 “생산 차질과 수요 둔화는 곧 기업의 실적 악화를 의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결국 문제는 기업들의 실적 악화와 이에 따른 디폴트 리스크(Default Risk)인데, 코로나19, 사우디의 원유 증산, 샌더스의 부상(법인세 인상, IT반독점 규제 등) 등은 모두 실적 악화로 귀결된다”라며 “코로나19가 야기하는 기업의 실적 둔화 리스크, 그리고 해당 기업의 재무 구조(자산 구조), 마지막으로 이들 기업의 부채가 금융시스템에 어떻게 연결되어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현 상황에서 필요하다”라고 조언했다.

눈여겨 볼 점은 이 증권사가 지난달 27일 낙관했던 보고서에 대해 틀렸다는 것을 인지했다는 점이다. 당시 메리츠증권은 ‘외국인이 돌아설 타이밍’이라는 제목의 보고서를 내면서 “이제 곧 조금씩 외국인 자금이 국내 증시로 유입될 가능성을 고민할 시기가 올 것”이라는 판단을 내렸다.

그런데 현재 이 증권사의 허 연구원은 “최근 외국인이 순매수로 돌아설 시점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주장한 바 있다”라며 “결과적으로 변명의 여지없이 틀린 판단이었는데, 틀린 이유는 ‘통계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통계의 영역을 벗어나기 시작한다면 그 때부터는 판단이 어려워진다”라며 “판단이 어려워지는 것이 진짜 문제”라고 말했다.

대다수의 증권사들 역시 그간 증시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해왔다. 예를 들어 지난달 27일에는 케이프투자증권에서는 “과거 유사 사례(2003년 사스, 2015년 메르스)를 보면, 전염병 사태는 시장의 단기 방향성에 영향을 미치는 요인이나 중장기적인 펀더멘탈을 바꿀 수 있는 요인은 아니다”라며 “코스피 단기 저점이 2100선 수준에서 결정될 것”이라고 낙관했다.

이후 지난달 28일 이베스트투자증권에서는 “금융위기 등 과거 국내 증시가 급락한 후 6개월 뒤 회복한 경우가 많았다”며 “추가 하락 가능성은 있겠지만 금리가 치솟는 등 이러한 상황이 아닌 만큼 기간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교보증권 역시 “현재 코스피지수는 코로나19 사태 장기화로 극단적인 ‘시나리오’에 대한 반응일 뿐”이라고 나름 긍정적인 모습을 보였다. 당시 코스피 종가는 1987.01이었다.

코스피지수가 1960선으로 내려앉아도 상황은 별반 다르지 않았다. 현대차투자증권에서는 “심리적인 공포감이 최고조로 달한 상황이나, 과거 하락 국면의 패턴을 감안할 때 추가 적인 급락 가능성은 크지 않다”라며 “오히려 시간이 지남에 따라 반등할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볼 수 있다”라고 여전히 낙관했다. 이어 같은날 IBK투자증권에서도 “코로나19가 과거 사스와 메르스 때보다 빠르게 확대되면서 글로벌 성장률 둔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이지만 금융위기 때처럼 심각 수준은 아니다”라고 진단했다.

전날 한국투자증권에서는 “최악의 경우 1700선 수준”이라고 했지만, 익일인 이날에는 장이 열리자마자 1700선이 곧장 깨지는 모습이 연출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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